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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 시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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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30g | 146*210*30mm
ISBN13 9788983946133
ISBN10 89839461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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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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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쓰카 산장에 짐을 내려놓고 조몬스기를 만나러 간다. 7200년간 살아왔다는 조몬스기. 야쿠시마의 최고령 산신목 조몬스기는 뿌리 둘레만 43미터, 몸통 둘레 16.4미터, 높이는 25.3미터에 달한다. (…중략…) 가만히 나무를 바라본다. 가까이 귀를 대면 깊고 푸른 나무의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나무가 살아온 수천 년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이 섬의 삼나무들은 느리게 자라난다. 다른 섬의 삼나무들이 30년이면 자랄 높이에 다다르기 위해 이 섬의 삼나무들은 30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디 자라는 만큼 그들은 오래 살아남는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느리게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왕복 아홉 시간을 걸어 이 나무를 만나고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잠시나마 세상의 시간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이 숲의 시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수십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지구의 모든 것들을 백 년도 되지 않아 소진해버리는 우리들. 후손도, 미래의 삶도 생각하지 않는 이토록 짧고 허망한 시간 개념이라니. 조몬스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그토록 느리게 흘러가는 지구의 시간을 잠시나마 호흡하는 법이 아닐까. ---pp. 22-23

평화운동에 관한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 우시 상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이시다다미 길로 향한다. 슈리 성에서 이어지는 이 돌길은 16세기 초반에 슈리 성 입구를 기점으로 무역항이던 나하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10킬로미터에 이르렀지만 전쟁으로 다 부서지고 지금 남은 길은 가파른 골목길 238미터에 불과하다. 5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바닥돌은 석회암이다. 수많은 이들의 발길에 다듬어져 매끈해진 돌이 지나온 세월을 말없이 증거한다. 비 오는 날 걸으면 미끄럽겠지만, 계속 내리막이라 걷기에 무리는 없다. 이끼 낀 돌바닥과 푸른 담쟁이가 우거진 돌담길, 한적한 주택가, 가끔씩 만나는 늙은 나무들과 우타키.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된 산책로답게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더 정겹다. 모든 게 새것이어서 슬픈 오키나와이기에 이 옛길과의 만남이 더 애틋하다.
돌길 초입에 테라스가 딸린 전망 좋은 카페가 보여 들어선다. 햇살이 빛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눈앞에는 벚꽃이 피어 있고, 오키나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손님이 빠져나간 한가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엽서를 쓴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인지…….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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