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 베스트셀러《택리지》의 재탄생
조선시대 최고 베스트셀러《택리지》가 사화(士禍)에 연루되어 유배로 젊은 날을 보내고, 실의에 빠져 살던 이중환이 20여 년 동안 전국토를 발로 밟는 방랑생활 끝에 쓴 조선 후기의 인문지리서라면, 신정일의 《신정일의 新택리지》는 택리지를 교본 삼아 30년간 답사 끝에 다시 쓴 문화역사지리서 시리즈다. 신이 내린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간곡한 증언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가 수십 년 동안 두발로 쓴 인문기행의 완결편이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5대 강 도보답사와 함께 수백 개의 산을 오르내렸으며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황토현문화연구소 주최 정기답사 247회 및 각종 단체 답사를 포함하여 1천 5백여 회 이상의 답사를 하면서 온 국토의 산야를 돌아다녔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우리의 옛 길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섰다. 조선시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통하는 큰길인 일곱 대로를 따라 홀로 걸으며 길에 얽힌 역사와 길 위의 사람들, 사라져 가는 문화를 직접 보고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신정일은 ‘삼남대로’로 불리던 전남 해남에서 서울 남대문까지 413킬로미터 길을 보름에 걸쳐 걸었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걸었던 길이고 우암 송시열과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가며 걸었던 길이라 한다. 다시 10월 1일부터 동래에서 문경새재를 거쳐 서울에 이르는 ‘영남대로’를 열나흘 걸려 걸었다. 영남대로 역시 옛날 과거길이면서 상업로였고, 조선통신사들이 일본을 다녀올 때 통과했던 길이었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일본군들이 파죽지세로 침입해 올라왔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걷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금이라도 보존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갈 것들에 대해 증언하고자 한다. 사라져 가는 길, 사라져 버린 아름다운 옛 이름, 그리고 옛날의 형체를 도무지 떠올리기조차 힘들게 변해버린 산천들을 안타까움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신정일의 新택리지》는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증언
이 책은 기록이나 문화재로 전시되고 보존되어 있는 것보다는 마일령이나 대문령, 목계나루나 가흥창 터,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등 지금이라도 보존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갈 것들에 대해 증언한다. 사라져 가는 길, 사려져 버린 아름다운 옛 이름, 그리고 옛날의 형체를 도무지 떠올리기조차 힘들게 변해버린 산천들을 안타까움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행자 전용도로나 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제안 등 우리 국토의 올곧은 보존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에 나온 문화유적지답사 책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인류학적 보고서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한 장의 지도이다.
보고 읽는 인문 지리서
이 책은 인문지리로 포괄되는 여러 분야 중에서 역사와 인물지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예안의 퇴계, 청양의 이몽학, 안동의 유성룡, 해남의 윤선도, 전주의 정언신, 합천의 정인홍, 평양의 정지상 등 역사적 인물에서부터 무명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통해서 지리를 엮고 있다. 또 발로 쓴 국토 교과서답게 우리나라의 산하에 얽힌 사연들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대부분은 저자가 이 땅 구석구석을 걸으며 직접 찍은 것으로, 우리 국토와 역사?문화를 텍스트와 함께 한눈에 전하고 있다.
이 책의 기술 관점 및 방법
이 책의 기술의 기본적인 관점과 방법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보여준 우리 고유의 지리관을 따랐다. 이중환이 말한 지리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학문인 동시에 삶의 지혜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함축하면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지혜라 할 수 있다. 접근 방법에서는 행정구역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여 생활권 중심으로 접근하였다. 산줄기와 하천을 중심으로 우리 국토를 파악하고 그 바탕 하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제 활동을 기술하였다.
그것은 도별 서술에서 구체화되는데, 경기도의 경우 한강이 우리역사와 현재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에 주목하면서 국토의 허리를 흐르는 남한강변의 여주에서 시작하여 강화도, 안성, 서울과 개성을 돌아 임진강에서 마무리 짓는다. 마찬가지로 금강의 발원지인 전북 장수에서 시작하여 남해 바다와 제주도에서 끝나는 전라도, 그리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서부터 비롯되어 진해에서 마무리되는 경상도 등의 흐름으로 지리와 역사, 풍속, 인물, 문화유산, 경제상황 등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