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송아주 송아주는 2013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 3회 추천 완료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힘이 불끈 솟고, 깔깔 웃기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러 어린이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지은 책으로는 창작 동화 《반창고 우정》 《회장이 되고 싶어》 《스마트폰 말고 스케이트보드》 《우리들의 숨겨진 여행》 《수진이와 큰개불알풀꽃》 《소녀 진달래의 사춘기 파티》와 민속 설화 《큰사람 장길손》 《나무 도령》 등이 있습니다.
그림 : 현숙희 현숙희는 상명대학교에서 만화를 전공하고,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그림책에 매력을 느껴 지금은 어린이책 그림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무릎팍 도사》 《엄마는 해고야》 《서진이의 양보》 《헬로 오지니》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신문부 동아리는 체육관 건물 1층에 있었다. 신문부로 가는 길은 남달랐다. 30년 전 학교가 세워진 해부터 자리를 지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을 지나야 했다. “오! 드디어 신입이다!” 동아리실 문을 열자 덩치 큰 남자 선배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환영했다. 정필이는 ‘신입’이라는 말이 무척 기분 좋게 들렸다. 정필이의 뒤로 5학년 신입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왔다. 다들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 p.11
선생님이 정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정필이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을 정리하세요.” 훈화 말씀을 정리하라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저는 그만두겠습니다.” 정필이가 벌떡 일어났다. 순간 얼음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필이는 동아리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훈화 말씀 정리라니! 말도 안 돼. 고작 그런 걸 하려고 기자가 되지는 않았어.” 기자 정신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엉터리 신문부였다. 정필이는 돌부리를 걷어차며 신문부 쪽으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p.42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뉴스는 ‘도토리 문방구의 열 가지 보물’인데요.” 아나운서가 『현동 신문』에 실린 기사를 그대로 읽으며 문방구 소식을 전했다. 『현동 신문』 어린이 기자 대표로 수수 선배의 인터뷰가 나왔다. “와, 수수 선배는 하나도 안 떠네.” 정필이는 텔레비전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화면으로 보니 수수 선배가 새롭게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똑똑하게 말을 할까?” --- p.96
“서진 선배! 이러면 안 돼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으로 선거가 과연 깨끗해질까? 넌 그걸 믿니? 기사는 이미 바꿨어. 이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거야.” 서진 선배가 저장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무척 차분한 목소리였다. 정필이는 당장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이 기사가 꼭 실렸으면 해.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