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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천만번의 포옹

기적을 만든 천만번의 포옹

: 청각장애인이 명문대생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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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세이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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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6g | 148*210*20mm
ISBN13 9788934940265
ISBN10 89349402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느 해 겨울,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급히 유치원을 나섰다. 아버지는 두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꽉 붙잡았고, 나는 그 중간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버지는 나의 불행한 운명을 생각했으리라. 아버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신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오른팔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호기심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다 순간 몸이 한쪽으로 기울더니 쿵 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내 울음소리에 오가던 사람들이 다 우리를 보았다. 아버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진흙구덩이에서 나를 안아 올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황급히 달아났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의 마음은 뼈를 에는, 더한 찬바람을 맞고 있었으리라. --- 말없는 백설공주 중에서

아버지는 가슴 절절하게 팡자항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설득했다. 교장 선생님은 내가 2천여 글자를 익혔다는 것을 알고는 입학을 허락했다. 우리 식구들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내가 건강한 아이들 사이에서 상처받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식구들은 할머니 댁 거실에 모의 교실을 만들었다. 집에 있는 식탁과 의자가 학교 책상과 걸상이었다. 아버지는 선생님이 되고,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는 동급생들이 되어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모의 학습을 반복하면서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배웠다. 마침내 개학 첫날이었다. 나는 책가방을 메고 들뜬 마음으로 현관 입구에 선 채 유리창에 입김을 분 다음 그 위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나를 배웅하는 아버지,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 할머니 초등학생과 청각장애아 초등학생 중에서

아버지는 ‘원주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켰다.
“옛날에 덜렁이라는 수학 천재가 있었어. 그 천재는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 어떤 형태를 가진 물체라도 둘레를 재지 않고 계산해 낼 수 있었지. 어느 날, 덜렁이는 큰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무슨 문제든 내보라고 했어. 그리고 상대가 어떤 어려운 문제를 내든 척척 계산 해냈지. 그때 어느 노인이 둥근 변기 뚜껑을 꺼냈어. ‘이것도 계산할 수 있겠소?’ 덜렁이는 원형의 둘레를 어떻게 계산할지 몰라 얼굴이 벌개졌지. 집에 온 덜렁이는 크고 작은 변기통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다가 큰 원형의 지름은 길고, 작은 원형의 지름은 짧다는 걸 알았어. 그 다음…….”
“잠깐만요. 제가 해볼게요!”
나는 곧 줄자로 각종 원형의 둘레와 지름을 쟀다. 그리고 모든 원형 물체의 원둘레에서 지름을 빼면 늘 3.14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수학의 세계 중에서

“아빠는 정식으로 화학을 공부한 적이 없어. 그것이 아쉬웠는데, 이 책을 보니 재밌더라고. 하지만 모르는 게 있어서 생각한 건데, 여기 있는 문제를 내고 둘이 토의해서 먼저 답을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는 건 어때?”
“그럼 제가 먼저 문제를 낼게요. 물이 끓었을 때 생기는 거품은 화학반응일까요?”
“당연히 아니지.”
“맞아요. 물이 끓은 후에도 역시 물이고 액체이니까요”
“그럼 얼음이 되는 것은 고체로 변한 거니까 화학반응이겠네?”
“그것도 아니에요. 물의 분자구조는 같으니까. 화학변화는 새 물질이 생겼을 때를 말하죠.”
나와 아버지는 화학의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가 문제에 부딪히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출구를 찾아냈다. 우리는 약 네 시간을 들여 화학책 절반을 탐구했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 화학의 세계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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