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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12. 5 재판 발행 ] 작가정신 소설,향-006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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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03쪽 | 229g | 148*210*20mm
ISBN13 9788972882176
ISBN10 897288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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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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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늑막염에 걸렸다. 등허리께 어디쯤 새끼손가락만한 물혹이 달려 있다고 한다. 매일 한움큼씩 알약을 털어넣는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술추렴을 하며 젓가락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벽돌공장 안에 있는 천막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약속이나 한 듯 할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는 삼촌이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이모 옆구리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는다. 이모에게선 향긋한 비누냄새가 난다.외가쪽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이다. 아예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같다. 그들이 말을 할 때는 서로 뺨을 후려치며 싸울 때가 거의 전부다. 이제는 무심코 라도 외가쪽 사람들, 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나의 새로운 가족들이다. 아니다. 차라리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 p.17
나에게는 좀더 그럴 듯한 일이 필요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곳에서 하루를 견디는 것은 정말 곤혹이다. 외가 식구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빨래를 하고, 퍼석하게 마른 마당에 물을 뿌리고.....아무래도 나는 다른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층 목욕탕에서 때 미는 일, 할아버지 벽돌공장에서 블록벽돌을 찍어내는 일, 그리고 삼층 안마시술소에서 안마하는 일, 모두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이모가 건네준 검정고시 학습지는 여전히 윗목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닌다. 나는 학습지 두 권을 집어들고는 옷장 맨 아랫서랍을 연다. 철 지난 옷들을 뒤적거려 그 사이에다 학습지를 끼워 넣는다. 이모를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직도 이모에게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지 못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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