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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복어

리뷰 총점7.4 리뷰 10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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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492g | 148*210*30mm
ISBN13 9788954612876
ISBN10 89546128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장
1 어떤 빛을 남겨야 한다면
2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문
3 백白이 준 것
4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5 돌아오긴 할 건가?
6 흰 돌과 검은 돌로
7 소립자
8 집을 고르는 방법
9 그녀, 도쿄로 떠나다
10 그, 마로니에공원에서
11 익사체는 왜 주먹을 쥐고 있었을까
12 벌어질 수 있는 일
13 스위티를 먹는 시간
14 여자는 서쪽에
15 그렇다면 이제부터 넌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16 걸어서 십오 분
17 내가 만일 산다면

제2장
18 거긴 생선밖에 없습니다
19 츠키지 시장에서 본 것
20 왜 지금에서야
21 불안한 눈으로
22 그 사람, 여자야?
23 천의 거리
24 무덤이 많은 동네
25 복어를 사러온 손님이 아닌 것처럼
26 두려움만 없다면
27 한 여자와 독毒
28 옆에 누가 있는가
29 유품 정리인을 만나다
30 수용과 강화
31 밑선들
32 아름다움이 모두 사라진 상태
33 오브제의 힘
34 예술가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제3장
35 모리 미술관
36 두 가지 삶
37 이름들
38 마주 본 그림자
39 낯설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40 개 한 마리와 사막에서
41 아버지는 어디 간 것일까
42 밤은 한 달처럼 길고
43 두 개의 거울
44 불안은 아무도 보호해주지 못한다
45 먹는 것은 죽는 것과 같은 맛
46 몸
47 빛도 소리도 없는
48 두려움 속에서라면
49 눈과 뼈
50 내 말 좀 들어요, 제발
51 슬픈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닌데

제4장
52 십이월, 서울
53 그곳이 어디든
54 왜 그녀에게 가지 않니
55 사임은 말했다
56 그녀가 살아 있어서 다행인지 아닌지
57 부끄러움
58 이 세상에 진실이 오직 하나 있다면
59 빛이 빠져나간 자리
60 모든 이야기는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의 이야기
61 두 사람
62 풍경
63 아버지의 노트
64 safe nest
65 한 여자가 한 여자로
66 앵두나무 지팡이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
67 지금보다 조금 더 빛나게 될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너는 내가 복어로 뭘 하려고 했는지 모르지. 가까이 갔어. 그리고 그것을 만져보지 않고는, 먹어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었어. 그 이전에는 결코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어. 왜냐하면 나를 압박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욕망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그 밤에. 복어의 뼈가 말했어. 온몸으로 밀고 가야만 하는 삶이 있다고. 복어의 눈이 말했어. 소중한 것이 사라지기 전에 똑바로 봐야 할 게 있다고. 그리고 나는 눈을 떴어. 내가 눈을 떴을 때 본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기다리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죽음. 나는 내가 압도당하는 것에 관해서 쓴다. 지난가을에 시작한 원고를 올봄이 돼서야 마쳤다. 이렇게 소설 한 편을 오래 쓰기는 처음이다. 망설이거나 주춤거리거나 다른 모색을 한 것은 아니다. 쓰는 행위와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떠올리고는 했다. 노트북의 흰 화면과 좁은 방과 그리고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 있던 나, 이 셋이 서로의 힘으로 서로에게 의탁하고 있던 긴 시간이었다.

사람이나 사물 혹은 무엇에 대해서든 나는 더 깃들거나 다정해지고 싶지 않다. 내가 명랑해지거나 크게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글을 쓰는 일이 이미 소명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면 더 큰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삶이다. 생각하고 읽고 쓸 수 있는. 이 단순한 삶이 얼마나 원대한 꿈인가를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알아차려버렸다. 그런 꿈을 이루기란 얼마나 불가능하며 또한 얼마나 깊은 고독이 수반될 것인가를. 긴 말은 소용없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고 어디까지 읽을 수 있으며 어디까지 부딪치며 쓸 수 있는지 보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작가들의 글쓰기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게 된다.
경험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삶과 죽음.”


조경란의 신작 장편 『복어』를 펴낸다. 2007년의 『혀』이후 3년 만에 만나는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등단 15년째. 지난 14년간 소설집 5권, 중?장편 6권, 산문집 1권, 도합 12권의 책을 펴냈으니 거의 매해 새 소설로 안부를 전해온 셈. 소설가로서 놀라울 만치의 성실함과 두려울 만치의 집중력을 고도로 발휘하지 않았다면 보태기 힘든 이력 앞에 다시 한번 글쓰기란 ‘업’에 대해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장편이라는 장르를 이렇게 줄기차게 써올 수 있는 그 배면 깊숙이 자리한 그 원천의 타고남에 대해서.

『복어』. Blowfish. 복어를 떠올리니 저절로 따라붙는 것이 독이다. 그렇게 복어, 이렇게 단 두 글자로 치명적인 죽음에 바로 가닿게 하는 말이 어디 그리 흔할까. 복어에게서 독을 알아채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복어를 먹다 죽어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어』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일까. 그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복어에게서 독을 알아챈 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독을 제거한 복어를 먹으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복어』는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죽음과 삶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몸이 아닌 듯 한몸이니까.

“죽기 위해서라면 일부러 독을 다루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지. 안 그런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면 독을 다룰 줄 알아야 하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베상은 복어의 맛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뇨.
그로테스크한 맛이지.
아베상은 말했다. 먹는 것은 죽는 것과 같은 맛. 바로 그런 맛.”(pp230-231)

『복어』는 총 4부의 구성으로 그 안에 67개의 세부적인 이야기들이 제각각 번호가 매겨진 채, 소제목을 머릿돌로 올리고서 전개되고 있다. 홀수의 번호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고 짝수의 번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두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고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 그러나 우리 중 유독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집안의 내력이 트라우마처럼 잠재해 있던 것! 가족이란 “서로 다른 데를 보고 있어도 마치 이인용 자전거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이 아닌가.

한 여자가 있다. 조각가인 그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도쿄로 거처를 옮겨왔다. 그러나 죽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녀, 죽음과 씨름하는 그녀. 그녀는 죽음을 피해 삶을 끌고 다니는 데 지쳐 있다. 물론 그녀는 잘 안다. 세네카의 말처럼 죽음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려면 충분한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로 의도적이고 완벽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그녀는 왜 그토록 죽음에 집착하는 걸까.

“아홉 살의 아버지. 불안한 눈으로 젊은 엄마를 지켜보던 사내아이. 할머니가 국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들었을 때 할머니의 반달무늬 긴 치맛자락을 와락 잡아당겼던 아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단숨에 국그릇을 비우고 쓰러졌다. 아홉 살의 아버지는 다 보았다, 그 모든 순간을. 독이 든 복엇국을 마시고 눈앞에서 엄마가 자살하는 모습을. 아버지는 기억했다. 아침부터 복어를 손질하고, 아궁이를 지키고 앉아 오래 국을 끓인 사람도 엄마였다는 것을. 아홉 살의 아버지는 다 보았다. 쓰러진 엄마, 버둥거리는 엄마, 경직되는 엄마, 피를 토하는 엄마, 눈을 부릅뜬 엄마, 마침내 반쯤 눈을 감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 엄마. 깨끗이 죽어버린 엄마를.” (p114)

한 남자가 있다. 건축가인 그는 우연한 모임에서 한 여자를 눈에 담게 된다. “저 얼굴. 뭔가 빠져나가버린 듯한 얼굴. 저런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완강히 버티던 것. 그것을 스스로 놓아버린 사람의 얼굴. ……형.” 여자의 얼굴에서 자살한 형의 잔상을 발견한 남자는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삶을 견디고 있는 그 여자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복어에 관한 책을 읽는 여자. 그도 모자라 복어를 배우는 여자를.

“돌연한 감정이었다. 피하고 싶진 않았다. 사랑은 믿기 어렵지만 그는 감정의 힘은 믿었다. 그는 어쩌면 그 힘이 자신을 끌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p89)

이들 사이에 ‘유품 정리인’이란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가 존재한다. 소설 속에서 속된 말로 ‘미친 존재감’으로 개연성을 단단히 조이는 이다. 직업으로 보자면 죽음을 치른 이들의 살았? 흔적들을 처리해주는 사람. 여자는 유품 정리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내방인. 잠깐 찾아와 내 삶을 보고 간 사람. 여자가 안도해하며 죽음을 결심하게 된 데는 바로 이 유품 정리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남자가 죽음을 단행한 여자를 살릴 수 있게 된 데는 그 또한 유품 정리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유품 정리인, 그 이름 자체가 삶과 죽음인 사람.

“지난 일월, 처음으로 그녀가 남자에게 605호의 정리를 부탁하는 전화를 걸어왔던 일, 오늘 아침, 다시 그 전화를 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남자는 담담히 전했다. 그녀가 도쿄에서 알고 지내는 유일한 사람의 연락처가 그의 것이라고.”(p245)

죽기 살기로 죽으려고 하는 여자는 삶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목을 조여오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식으로 키운 인공의 복어에게는 독이 없듯, 복어의 독은 오로지 자연산에만 존재하듯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행할 수 있는 권리는 오로지 인간만의 몫이다. 인간, 그 일체적 자연만이 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은 예술에 있다. 그토록 많은 예술가들이 죽음이라는 화두를 놓고 죽을 때까지 싸우고도 못다 싸워 남기는 것이 물음표인 걸 보면 죽음도, 예술도 하나의 문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문, 그러나 문을 밀고 들어간 사람이 새로 살 장소가 되기도 하는 문. 그 문 자체가 이미 삶과 죽음인.

“그냥 끌린 거예요. 복어한테.
자연스럽게 말입니까?
그런 셈이죠.
분명한 목적도 없이요.
오른손이 왼손을 이끄는 것처럼요.
그럼 복어는 오브제 같은 것이로군요.
……오브제요?
그렇죠. 자연스럽게 끌리면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거요.”(p171)

소설은 각자의 삶 속으로 깊이 침식했다가 서로의 삶 속으로 넓게 교차하며 빚어지는 다양한 컬러의 무늬로 빛을 발한다. 결국은 검은 한 점으로 응집력 있게 응결되는 촘촘한 이야기의 골은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문학의 원형, 그 무시무시한 계곡을 그대로 빼닮았다. 이것은 가족의 이야기이자 사랑의 이야기이며 예술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야기 그 자체다. 그러니까 거의 모든 것의 이야기란 뜻이다.

조각가인 여자와 건축가인 남자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태생이 흙 한 줌에서 비롯되어 흙 한 줌으로 허물어지듯 그들의 직업 또한 그 운명을 쏙 빼닮았다는 얘기다. 이렇듯 소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주 말랑말랑한 은유와 상징의 덩어리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구상적이면서 추상적인 이 뒷맛은 시와 아주 가깝다. 작은 소제목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들이 다분히 시처럼 읽히기에 충분하다. 이 소설이 쉽지 않다면 이런 연유도 크게 작용할 터,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로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손에 들린 필기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군데군데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문장이 크레바스처럼 발을 푹푹 빠지게 할 때의 철렁함, 그리고 그 순간의 어떤 절망 같은 거. 그 척척함에 대해 작가는 말했다. 깨달음은 늘 슬픔과 함께 온다고.

죽음에서 삶으로 귀환한 여자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여자가 영영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남자도 여자의 무사함을 안도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둘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다시금 재회한다. 글쎄,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그러나 더는 묻지 말아야겠다. “사랑에 관한 두 가지 큰 어려움은 사랑에 관해 질문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소설 속 남자는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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