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는 품격이 있다. 국격(國格)이다. 나라 이름만 들어도 품위 있는 상징물이 떠오르거나 격조 있고 특별한 격格이 느껴진다면 그 나라는 ‘품격 있는 국가’이다. 품격 있는 국가의 국민과 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프리미엄(Premium) 효과를 누리게 된다. 반대로 국격이 낮으면 국가 디스카운트(Discount) 현상이 발생한다. 즉,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고유한 문화적 가치나 역사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나라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며 그 나라의 기업의 주가도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처럼 국가평판은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기업, 개인 등 국가를 구성하는 개별 주체의 평판이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롤로그」중에서
지금 국가평판을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국가브랜드 고급화를 이루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급속한 세계화로 거주할 국가나 지역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범위를 동북아 3국으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국가평판(국가브랜드)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으며 꾸준히 앞서가고 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저가제품 시장을 장악했으며, 점점 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더 나은 생활 여건, 교육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면 외국의 좋은 인력들은 우리나라를 외면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 역시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 되어 거주 여건이 좋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다른 나라를 찾아 떠날 것이다.
---「국가평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중에서
일본은 일찍부터 서양에 일본식 동양문화를 알리며, ‘표기 우위’를 점했다. 한·중·일 3국의 공통적인 오락인 바둑을 서양에 먼저 보급한 나라 역시 일본이다. 바둑이 일본식 발음인 ‘고(碁, GO)’로 불리게 된 이유다. 이 때문에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은 인공지능 바둑 기사에 ‘알파고(AlphaGO)’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포츠 종목인 유도(柔道)가 서양에서 ‘주도(Judo)’라고 표기되고 부채는 ‘재패니스 팬(Japanese fan)’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식 불교 수행법인 선(禪)은 서양에서 일본식 발음인 ‘젠(ZEN)’으로 불리며, 서구 상류층 사이에 고급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일본 문화는 서구의 여러 문화와 자연스럽게 합쳐지고 융합되어 현대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양인들 가운데 일본식 젓가락을 잘 다루는 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음식점 평가 잡지인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 파리 등을 제치고 도쿄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식 도시로 선정한 적이 있을 정도다. 서양인들 사이에는 스시(초밥)와 사시미(일본식 생선회)가 살이 찌지 않을 뿐 아니라 맛과 영양까지 좋은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앞세운 산업대국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문화대국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 일본양식 운동’의 영향이 컸다. 신 일본양식은 일본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일본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일본 전통문화의 매력을 현대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전통문화를 첨단기술과 결합시키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세련된 ‘일본 스타일’로 발전시킨 것이다. (…)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2004년 지적재산정책본부 콘텐츠대책위원회 산하에 브랜드위원단을 구성했다. (…) 특히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 국가브랜드 전략발전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용자와 제작자 모두를 대상으로 콘텐츠 개혁을 위한 로드맵, 콘텐츠 제작부터 보호, 사용 증진을 위한 법률을 정비하고 2005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보고서는 크게 4가지 목표를 내걸었는데 각각 풍부한 음식 문화 육성, 다양하고 신뢰할 만한 지역브랜드 개발, 일본 패션을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 일본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
아울러 일본 정부는 서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부키, 기모노, 스모 등 일본 전통문화와 화산, 온천, 섬 등 자연환경을 내세운 관광 산업을 전파하고 확대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과 더욱 깊게 교감하고, 일본의 국가브랜드를 매력적으로 홍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본 정부뿐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들까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기업경영인협회도 국가브랜드를 다루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재계 입장에서의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이처럼 일본은 전 세계에 자국을 알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학계, 문화계 등이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한 ‘팀 재팬(Team Japan)’을 만들고, 국가브랜드 향상을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이 문화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