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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못하리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못하리

나남창작선-6이동
이문열 | 나남 | 1986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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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8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0005067
ISBN10 89300050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 롤랑의 노래
2. 정산선생
3. 방황하는 넋
4. 다시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5. 기상곡
6. 장자의 꿈
7. 발원 외 경외서-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8. 맹춘중하
9. 과객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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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연작을 처음 시작한 것은 이제 경우 등단 일년 남지의 겁없는 신인일 때였다. 나는 이 작품으로 나의 꼬리표가 되다시피한 '사람의 아들'을 압도해 버리겠다는 야심을 품고 '그 귀향을 위한 영가(靈歌)'란 중편을 시작으로 그해 말에 대략 12편의 단편으로 된 연작 장편을 얽어냈다.
--- p.머리말
10ㆍ1 폭동이 터졌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무중간에는 상잔의 피를 흘리지 않았지만 곧 대내적인 좌익 탄압이 시작되었다. 멋모르고 동조했던 문중의 형제자매들이 한 차례 호된 곤욕을 치르고 나왔다. 그 곤육의 장소가 바로 지서였다.

그래도 고향에 상주하는 경찰의 취조 때는 손길에 한줄기 인정이 남아 있었다. 산으로 달아났거나 아주 극렬했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엄중한 경고와 서약서 몇 장으로 풀려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에 있었다. 낯선 동네, 낯선 사람들이고 보면 빨갱이에 대한 격렬한 증오밖에 없는 그들의 손길은 거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다른 지방의 경우, 때에 따라서는 억울하다고 할만한 피해자가 생기는 수도 있었다.
---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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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연작을 처음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등단(登壇) 일년 남짓의 겁없는 신예(新銳)일 때였다. 나는 이 작품으로 나의 꼬리표가 되다시피 한《사람의 아들》을 압도해 버리겠다는 야심을 품고《그 귀향을 위한 영가(靈歌)》란 중편을 시작으로 그 해 말에 대략 12편의 단편으로 된 연작 장편을 얽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무렵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은 <암포 신문인협회(岩圃 新聞人協會)>, <분호난장기(糞胡亂場記)>를 통째로 실을 수 없게 했고, <지서(支署) - 세 개의 에피소드>, <기상곡(奇想曲)>, <장자(長者)의 꿈>은 고쳐 쓰거나
부분적으로 삭제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우선은 분량도 분량이려니와 내용에 있어서까지 원래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부담으로 여겼던 시대착오적 의고주의(擬古主義)와 음울한 감상이 그대로 이 작품의 중요한 두 기둥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거기다가 연작을 써나가는 동안 나를 몰아댄 까닭 모를 조급은 문장과 어휘까지도 거칠게 만들었고, 책이 나왔을 때의 내 심정은 참담했다. 야심이 컸기에 실망도 더 컸으리라 짐작되지만…….어쨌든 그때부터《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는 내게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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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걸 대하면, "아,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구나" 싶은 사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십 리 밖에서도 보이는 고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일 수도 있고, 협곡의 거친 암벽 또는 동구 밖 노송(老松)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리워하던 이의 무심한 얼굴이나 지서 뒤 미루나무 위의 까치집, 솔잎 때는 연기의 매캐한 내음일 수도……

이 소설은 어림잡아 국도(國道)가 오십 미터쯤 비켜간 동구 산비탈에 버티고 선 바위덩어리 '어림대(御臨臺)'에서부터 '마지막 여왕'이 만신창이 기사를 처연하게 전송하며 들고 선 '램프 불빛'까지의 공간, 그리고 입향조(入鄕祖)의 후인 한 분이 어가(御駕)를 뒤따라 출사(出仕)한 이조(李朝) 초기에서부터 '내'가 그곳을 마지막으로 떠나고마는 날까지의 오랜 시간을 적재한,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선박 고향(故鄕)이 장려한 낙일(落日)도 없이 기억의 깊은 어둠 속으로 침몰하는 이야기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문열의 소설《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는 프랑스 문학사처럼 '롤랑의 노래'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문학사가 아름답고 장중한 무훈시(武勳詩) '롤랑의 노래'의 전설적 안개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 나라 문학사 이전의 시간과 어렴풋이 분리되어 하나의 독립된 문화공간을 형성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소설의 이 같은 프롤로그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곧 알 수 있다.
샤를마뉴 대제(大帝)의 조카로서 롱스보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친 중세의 가장 영웅적 기사의 전설을 노래한
'롤랑의 노래'를 책의 서문에서 만나면 '아, 드디어 프랑활스 현대문학사가 시작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나레이터는 '고향 동구 조금 못 미친 산비탈의 조그만 바위' 어림대(御臨臺)에 이르면
'아,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회한과 그리움, 고통과 향수가 동시에 얽혀 만들어진 한 인류학적 공간, 즉 고향과 우리는 대면하게 된다.
프랑스 문학사가 롤랑의 영웅적 투쟁과 충성을 노래하듯이 이 소설 또한 그 출발점에서 어떤 가치에 대한 충실성, '옛 정신의 권화, 은성(殷盛)했던 시절'의 빛을 노래한다. 고향은 바로 이 원초적이고 드높은 빛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이 작품은 물론 예술작품으로서의 소설이지만 동시에 이제 영원히 사라져버리게 될 어떤 가치 혹은 삶의 형식에 대한 충실하고 감동적인 '증언'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고향'이라는 특유의 대상, 아니 '이미지'를 살아 있는 것으로 증언하는 방식으로서 소설은 역사적 문헌이나 사회학적, 인류학적 보고서보다 훨씬 웅변적임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작가가 이 같은 '증언'을 제공하기까지에는 '진정한 고향을 가졌던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는 강한 동기성이 뒷받침되어 있다. 고향이라는 특유한 주제를 다룸으로 작가는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고 독자에게 그것을 드러내 보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것, 소중한 것, 이제는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낭만주의적' 방식 또한 보여준다. '사라져 그리운 것들', 혹은 '스러져 가야 할 것이기에 더 아름다운', '사라진 모든 것의 추억처럼 희미한 빛', '몰락하는 영광이 가지는 비장미' 등 작가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확인시켜 주는 말들, 그리고 '에필로그'뿐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구체적인 분위기 모두가 참다운 발견과 상실의 동시성이라는 낭만적 비전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문열의 소설《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는 바로 상실(喪失)의 아름다운 노래를 통하여 비로소 지금까지 잃어버렸던 고향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고향은 우리의 빛 바랜 사진첩이나 쇠잔한 기억 속에 정적으로 갇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 아니 기울어진 고가(古家)를 불태우는 그 너울거리는 불길 속에 춤추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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