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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시락

행복한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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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36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314654
ISBN10 899531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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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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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배고파.”

종호의 호주머니에는 이제 단 돈 천원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종호는 구멍가게에 들러 호빵을 사왔다.

“형은 안 먹어?”

“난 됐어.”

동생은 호빵을 반으로 잘랐다.

“난 배고프지 않아. 너나 먹어.”

“형도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나는 괜찮데도.”

동생은 호빵을 우걱우걱 입에 집어 넣었다. 동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졸려, 형.”

“종수야, 잠들면 안 돼.”

“엄마는 왜 우리를 버리고 간 거지?”

“우릴 버린 게 아니야. 엄마는 우릴 버린 게 아니라구....”

“형....”

“종수야. 눈을 떠....”

종호는 구멍가게 앞에서 빈 박스를 가져와 동생의 몸을 가렸다. 종호도 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섯 시간이나 넘게 포구의 식당을 돌아다니느라 매우 지쳐 있었다. 종호도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더 이상 밀어낼 수가 없었다. 포구의 찬바람은 더욱 매섭게 그들의 피부로 파고들었다.

종호는 꽃밭 위를 거닐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늘어선 길 위에 나비 무늬 옷을 입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는 빨간 장미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

종호는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엄마는 종호가 아무리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엄마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고, 엄마가 있던 자리에는 붉은 장미꽃만이 외롭게 남아 있었다.
---p. 248
김 간호사는 302호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입원실 한쪽 구석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네 명의 환자가 입원한 302호실에는 단 두 명만이 깨어 있었다. 바로 오늘 입원한 폐렴 증상의 갓난아기와 말 못하는 아주머니였다.

김 간호사는 아주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주머니는 갓난아기 앞에 앉아 밤에 빌려간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열 손가락으로, 다양한 눈짓과 표정을 지으며 아기에게 동화를 들려 주고 있었다. 아기는 엄마가 들려 주는 동화를 잘 알겠다는 듯이 방긋방긋한 미소로 대답하고 있었다. 입원실에 들어올 때 아기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p. 192
“그런데, 당신 오늘 도시락 누가 먹었어요?”

“으응? 그건 왜?”

“도시락에 웬 편지가 들어 있네요.”

아내는 빈 도시락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아저씨, 도시락 너무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아이가 도시락 안에 넣은 편지였다. 송 대리는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작은 호의를 잊지 않고 이렇게 고마움을 전하는 아이를 의심했다니.... 송 대리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날 밤 송 대리는 지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밤새 뒤척거렸다.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오늘 낮에 본 아이의 순박해 보이는 큰 눈도 밤새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
---p.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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