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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아이들

사립학교 아이들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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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770g | 150*218*35mm
ISBN13 9788934974246
ISBN10 89349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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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소심함과 다른 아이들 눈에 띄지 않으려는 노력에 지쳐가고 있었다. 축구 시간에는 공을 놓칠까 봐 두려웠고, 원정경기 때문에 버스를 탈 때는 나를 싫어하는 애 옆에 앉게 될까 봐 걱정했다. 수업 시간에는 틀린 답이나 바보 같은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 식사 시간에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을까 봐 두려웠고, 감자 요리나 키라임 파이처럼 다른 애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나는 싫어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밤이 되면 디드와 신준이 내 코 고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했다.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발견할까 봐 두려웠고, 막상 아무도 나를 발견해주지 않으면 서글펐다.
---「도둑잡기; 1학년 가을」중에서

처음에는 크로스가 내 뒤의 등받이에 팔을 얹으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크로스는 팔을 내 어깨 위에 걸쳤고 손으로 내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조금, 아주 조금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그가 하는 대로 움직였다. 내 몸이 그의 몸에 닿았다. 내 다리가 그의 다리에 닿았고, 내 팔은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을 채웠으며, 내 머리는 그의 머리 바로 밑에 있었다. 크로스의 행동이 놀라웠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크로스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를 만지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었다.
---「학칙은 살아 있다; 1학년 겨울」중에서

아빠 엄마가 이곳에 오기로 결정한 뒤, 나는 두 분이 오시면 어디를 구경시켜드릴까 자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두 분이 이곳으로 오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두 분의 출현이 일종의 방해처럼, 심지어 거추장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 비록 원하는 걸 항상 얻을 순 없지만 나는 얼트라는 특권층의 일부였다. 나는 얼트의 언어를 사용했고, 얼트의 은밀한 계획들을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처럼 얼트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부모님이 오시는 중이었고, 나는 두 분이 이곳에 속해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치 몸이 아플 때 건강하고 기운이 넘칠 때 왜 건강에 대해 감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깨닫게 될 때가 있는 법이다.
---「학부모 초청 주간; 3학년 가을」중에서

“데이빗이 왜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을까?” “리,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만, 아마 네가 예쁘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에 대한 남자들의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고 데이빗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착하고, 성실해 보이고, 조금 재미있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예쁘게 보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만약 어떤 남자가 나의 외모에서 내 가치를 발견했다면 그건 착각이거나, 결국 실망하게 되거나, 아니면 눈이 아주 낮거나 셋 중 하나였다.
---「학교 안과 학교 밖; 3학년 겨울」중에서

그날 밤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2월 초였고, 크로스와 나는 잠들어 있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놀랐고, 그다음에는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놀랐다. 크로스는 벌써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있었다. (…) 혼자 서 있던 나는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도망을 치다니. 크로스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는 잘 자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고, 가벼운 키스도 해주지 않았고, 어깨나 뺨을 만져주지도 않고 가버렸다.
---「키스 그리고 키스; 4학년」중에서

“장학생과 장학생이 아닌 애들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누가 장학생인지 모른다는 뜻이니?” “알지만 아무도 드러내놓고 얘기하진 않아요.” “그럼 어떻게 알지?” “기숙사 방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스테레오가 있는지, 꽃무늬 이불이 있는지, 은색 사진틀이 있는지, 그런 거요. (…) 또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아니면 기숙사 세탁기로 직접 빨래를 하는지를 봐도 알 수 있어요. 운동을 할 때는 얼마나 비싼 장비를 쓰는지를 봐도 알 수 있죠. 아이스하키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지만 농구 같은 건 별로 돈이 안 들잖아요.”
---「키스 그리고 키스; 4학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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