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고 의심하고 생각하라!”
5년 전 가격이 1억 원이었던 아파트가 지금 1억 2천만 원이라면, 명목가격(명목가치)은 2천만 원 올랐지만, 만약 이 기간에 물가도 20퍼센트 올랐다면 실질가격(실질가치)은 오른 게 없는 겁니다. 실질가격이 오른 게 없다는 말은 내가 이 아파트를 팔아서 식당을 하나 인수하려 했는데, 식당도 그만큼 가격이 올랐단 뜻입니다. 내 구매력은 변동이 없는 겁니다.
제 월급이 100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물가도 10퍼센트 올랐습니다. 물가도 제 월급도 10퍼센트씩 올랐습니다. 사고 싶은 LCD TV 가격도 10퍼센트 올랐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손해는 아닐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매장에 가보니까 못 보던 드론이 출시됐습니다. 이건 어떻게 구입하실래요? 지갑의 월급은 10퍼센트 올랐는데 시장에는 드론처럼 늘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물가만큼만 올라도 안 되고, GDP 성장률만큼 올라야 본전입니다. ---「2장 ‘내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도 나의 구매력은 제자리일까?’」 중에서
영화 [마스터]에서 원네트워크 진 회장이 말합니다. “평생 고생해도 흙수저 인생인 인간들, 달콤한 꿈이라도 꾸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 달콤한 꿈을 이용하는 사업이 폰지 사기입니다. 대표적인 금융 다단계 사기입니다. 안전하게 연 50퍼센트가 넘는 높은 수익을 보장합
니다. 하지만 지구상 어떤 투자자도, 연금술사가 아니라면, 안정적으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턱없이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사람은 100퍼센트 금융 피라미드입니다. 나에게 주는 수익금은 누군가에게 방금 받은 돈일 뿐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누군가 또 가입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주 정교하게 운영을 합니다. 콜센터에서 전화 와서 “고객님~ 이번 달 저희가 입금할 이자 금액이 32만 8,400원인데 29만7,200원만 입금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믿음을 줍니다. 그리고 차액을 바로 입금하면서 고객의 믿음을 쌓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버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죠. 핀테크 같은 첨단 금융사업도 하고, 북해 유전 투자도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사기입니다.
--- 「8장 ‘이병헌의 원네트워크는 뭘 잘못했나?’」 중에서
믿기 힘들지만, 2015년에 연봉이 1억 원 넘으면서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 사람이 1,400여 명이나 됩니다. 일부러 안 내는 체납자가 아니고 합법적인 면세자입니다. 이런저런 공제를 받아서 한 푼도 안 낸 겁니다. 아마 연말정산에서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로 인한 공제를 많이 받았겠죠.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15년 연봉이 4천만 원 넘는 근로자도 백 명 중 일곱 명 정도는 이런저런 공제를 받아서 소득세(2014년 분)를 한 푼도 안 냈습니다.
물론 이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은 더 안 냅니다. 근로자 800만 명이 지난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습니다. 과세미달자라고 합니다. 우리 급여생활자 두 명 중 한 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2013년 3.7퍼센트로, OECD 평균인 8.6퍼센트의 절반도 안 됩니다. 우리는 소득세를 조금 내는 나라입니다.
특히 소득세를 따질 때는 세율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런저런 공제를 받고 나서 진짜 몇 퍼센트를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실효세율이라고 합니다.
--- 「7장 ‘연봉 1억 원이 넘는 상무님이 어떻게 근로소득세를 안 낼까?’」 중에서
연말이면 한정판 다이어리, 한정판 부츠, 한정판 패딩, 심지어 한정판 담배까지 잇달아 출시됩니다. 포장도 예쁜데 값은 그대로입니다. 소비자들의 손이 갑니다. ‘무슨 에디션’이라고 하면 왠지 사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을 가진 나는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나는 있는데, 너는 있니?”
이런 한정판 마케팅은 당연히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합니다.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있죠. “이거 곧 품절되면 다신 안 나와요” 하면 사서 열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연말에 나오는 커피전문점들의 다이어리도 커피를 15잔에서 많게는 17잔까지 사서 마시고 쿠폰을 모아야 무료로 줍니다.
그럼 커피값만 5만 원 정도, 많게는 7~8만 원어치를 마셔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다이어리는 누가 봐도 원가는 5만 원도 안 됩니다(KBS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고급 다이어리의 원가는 2,700원이다). 그러니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입니다.
--- 「10장 ‘한정판 다이어리가 왜 그토록 갖고 싶을까?’」 중에서
어떤 기업의 수주 사실을 공시도 하기 전에 그 기업의 A임원이 B공무원에게 말했는데, B공무원이 C펀드매니저에게 그 사실을 알려줘서 주식을 사서 이익을 남겼다면 A, B는 물론 C도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거 진짜 나만 아는 정보야. 아직 공시도 안 된 자료야!” 하고 말해 주면, 내가 우연히 들었어도 나는 2차 정보 이용자가 됩니다. 불법입니다.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면 처벌받습니다. 1차 정보 이용자는 보통 형사 처벌을 받고, 2차 정보 이용자부터는 과징금 처벌을 받습니다. 과징금은 부당 이득 금액의 1.5배까지 상한 없이 부과가 가능합니다.
만약 이들 1·2·3차 정보 이용자가 올린 정보를 우연히 봤다면요? SNS 등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본 정보로 거래를 해도 처벌받습니다. 대학 동창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어느 회사 신제품 공개하는데, 내가 지금 그 행사를 치를 호텔을 섭외 중이야!’라는 정보를 보고 주식거래를 했다면요? 처벌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공개 정보인가 아닌가?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해서 차익을 남겼는가?’입니다. 그러니까 우연히 본 정보로 거래하거나, 고의성이 없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해도 처벌받습니다.
--- 「3장 ‘동창생 카톡방에서 본 정보로 주식을 샀다면 처벌받을까?’」 중에서
재규어자동차는 영국 기업이 아닙니다. ‘타타자동차’라는 인도 기업이 주인입니다. 타타자동차는 우리의 쌍용자동차를 소유한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재규어자동차는 인도 기업일까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IBM도 사실상 중국 기업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기업이고요. 2016년 8월,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1퍼센트입니다. 삼성전자는 어느 나라 기업일까요?
보통은 대주주가 어느 나라 국적이냐, 또 그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성장했느냐로 기업의 국적을 따집니다. 그래서 삼성은 우리 기업이고 애플은 누가 봐도 미국 기업입니다. 쉽습니다. 알리바바는 미 증시에 상장됐지만 누가 봐도 중국 기업입니다. 창업주 마윈이 중국 사람이니까요.
그럼 롯데는 일본 기업일까? 한국 기업일까? 총수 일가가 모두 일본말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국적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투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일자리입니다. 외국 기업이고 대주주도 다 외국인이어도 부산이나 광주에 공장 짓고 사람 뽑으면 우리 입장에서 최고입니다. 설령 우리 기업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 「4장 ‘ OB맥주가 벨기에 회사라면, 롯데는 일본 기업일까?’」 중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달러는 외환보유고가 아닙니다. 외환보유고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외국 돈이나 채권입니다. 주로 달러나 미국 국채 같은 형태로 보유합니다. 최근에는 유로화나 유럽 국가들의 채권도 사고, 금도 있습니다. 이걸 정부나 중앙은행 곳간에 넣어둡니다.
만약 내가 미국 여행에서 남겨 온 100달러를 은행에서 환전한다면, 정부는 재정으로 이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고 곳간에 넣을 수는 있습니다.
그럼 이 달러나 채권, 금을 살 돈, 탄환을 어디서 구해올까? 정부재정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이라는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합니다. 이 돈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입니다. 이 달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미 국채나 위안화, 금 등 다양한 자산을 사서 곳간에 넣어둡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외평채를 발행해 달러 등 외화를 구해 옵니다. 이 달러로 미국채 등을 바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 「5장 ‘내가 미국 여행에서 남겨 온 100달러는 외환보유고일까?’」 중에서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합니다. 시장 투자자들은 해당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참고해 회사채 인수를 결정합니다. 신용등급은 곧 채권값과 채권수익률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누가 할까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그리고 나이스신용평가 이렇게 세 개 회사가 있습니다.
해외 신용평가사도 크게 세 곳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무디스와 피치, 그리고 S&P가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대주주이고, 한국기업평가 역시 피치가 대주주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주주가 토종 자본입니다. 그런데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려면 신용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사를 선정하는데요, 아무래도 등급을 잘 주는 후한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를 흔히 ‘등급 쇼핑’이라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 좋은 등급 주는 신평사를 선택할게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도 기업은 수수료를 주는 고객입니다. 자칫 신용평가를 짜게 주면 다음에는 버림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을이 갑의 신용평가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좋은 신용등급이 남발됩니다.
--- 「9장 ‘신용평가기관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