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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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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460g | 143*225*20mm
ISBN13 9788970636726
ISBN10 897063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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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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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이다. 그것은 비유로서의 책이 아니다. 실제로 활자가 찍히고 손에 들어 펴볼 수도 있고 읽고 나면 책꽂이에 꽂아 둘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나는 글자를 알기 전에 먼저 책을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시기도 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신열이 높아지는 그런 시간에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주신다. 암굴왕, 무쇠탈, 장발장, 그리고 이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는 아련한 한약 냄새 속에서 들었다. 겨울에는 지붕 위를 지나가는 밤바람소리를 들으며 여름에는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머니의 하얀 손과 하얀 책의 세계를 방문한다.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중에서

아, 이마를 짚는 손. 장갑을 벗은 맨손. 그것은 타인의 손이면서도 이미 타인의 것이 아니다. 대체 머리맡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이마에 와 닿는 그 손은, 어머니가 아내의 그 손은, 아니 그 건강한 손들은 나의 감기를 대신 앓아줄 수는 없는 멀고 먼 이방인과 다름없는 손들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몸에서는 차가운 바깥 공기가 풍겨 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내 곁에 있지 않고 건강한 생활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손이 이마에 닿을 때 거리에서 나는 내 스스로의 열을 느낀다. 어렴풋한 황혼의 빛 속에서 어둠과 밝음을 나눌 줄 알고 5월의 바람 속에서 사라져가는 봄과 다가오는 여름의 의미를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마 짚는 그 손과 나 자신의 한계를 뚜렷하게 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손들이 줄곧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다. --- 「이마를 짚는 손」 중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보다 장엄하고 드라마틱한 게 있나요? 타오르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면 천지창조 첫째 날처럼 구름장 뚫고 빛이 가득한데 그 이상의 드라마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건 어제 뜬 해고 내일도 또 뜰 거야, 그러면 신기할 게 없겠죠. 하지만 내일 죽을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를 본다고 해보세요.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죽음을 느끼지 않는 삶은 허깨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 순간이 오지 않는다, 시간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한 번뿐인 시간이 지금이다, 라고 생각하면 누가 적당히 살겠습니까. 온몸으로 투신할 것입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면 성스럽고 순결하게 살리라고 봅니다. 태양이 새롭게 떠오르는 이 길을 두 번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번 걸어보세요. 풀 한 포기, 흙 한 줌, 벌레 한 마리도 얼마나 아름답고 눈물겹겠어요?
--- 「나는 피조물이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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