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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잘 지내나요,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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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80g | 150*190*30mm
ISBN13 9788994030449
ISBN10 899403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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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 〈겨울 바다 혹은, 삶의 리얼리티〉 중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아, 저 매화도 곧 지겠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고, 우리는 차 밭을 거닐었다. 당신은 꽃이 만발한 매화나무 앞에 멈췄고, 때마침 바람이 불었던가. 난분분 떨어지는 매화꽃 아래에서 그만 주저앉은 채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당신은 봄 앞에서, 봄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꽃 앞에서, 꽃이 피는 것을 두근거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애타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픈 사람. --- 〈꽃나무 그늘 아래, 사랑을 놓고 잠시 울다〉 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강진에서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는 고등어를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떠올랐고 장흥에서 매생이국을 먹을 때는 서울살이에 힘들어 하던 한 시기를 살뜰히 챙겨준 한 선배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홀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얼굴은 내가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혼자 밥 먹을 때 떠오르는 얼굴은 아마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 〈혼자 먹는 밥〉 중에서

누군가 내게 그런 여행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왜 우도까지 가서 텐트를 치고 그 텐트가 바람에 날아갈 것을 걱정해야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그런 경험은 텐트를 가진 자만이, 우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하고 대답할 수밖에. 하지만 그럴 때가 있다.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그건 여드름이 가득한 십대나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이나 마흔을 넘긴 아저씨나 똑같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위로는 ‘당신의 따뜻한 손길’에서가 아니라 때로는 난폭한 바람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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