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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밤

파랑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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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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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92g | 145*210*35mm
ISBN13 9788955619416
ISBN10 8955619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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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장 사람들은 줄곧 타인의 불행에 굶주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가족은 얼마나 그들에게 공헌했는지 모른다. ……만약 이런 데서 이렇게 있는 내가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다. 제일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장남까지 결국 이상해졌다면서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할 것이다.
어차피 나는 결함 있는 인간이다. 머지않아, 아마도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나는 보기에도 무참한 모습으로 숨이 끊어질 것이다. 삶에 집착한 나머지 늙어서 추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다. 제2의 인생 따윈 필요 없다. 내가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죽는 방식이다. 죽음은 처음부터 각오한 상태다. --- p.156

그런 네 자신은 어떠냐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로가 구슬픈 직장인 주제에 뭐 그리 잘났다고 뇌까리느냐. 너는 청춘의 유품이라 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느냐. 엉겁결에 눈을 감고 싶어지는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갖고 있다면 어디 한 번 보여주지 않겠느냐. 한창 젊을 때 네가 한 일은 무엇이냐. --- p.206

애초에 고향에서 조용히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큰 잘못이었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오래 집을 비운 동안 가자무라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고 말았다. 무기력함이 정을 찾고 해이한 마음이 타향을 떠도는 것의 공허함을 깨우쳤다. 가자무라 역시 현실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 p.299

출세의 발판을 얻으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일했고 감정 표현을 한도까지 억눌러 말을 얼버무렸으며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되기 위해 수많은 나날을 보냈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잃고 맥없이 물러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잃기만 한 삼십 몇 년이었다. 좋으리라 생각하고 한 일이 모두 기대에 어긋난 전반생--- p.前半生)이었고, 그것은 아직도 여전히 꼬리를 끌고 있었다. --- p.301

눈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은 다사다난한 세상이 아니다. 앞길에 한없이 펼쳐져 있는 것은, 이것이 이 세상의 숙명이라고 비관하기 위해 남아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금의 나라면 모색창연한 나무숲 안에 있어도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허다한 시련을 견디기보다는 망설이지 않고 끝까지 방종으로 흐르는 길을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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