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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73g | 152*210*20mm
ISBN13 9788991508743
ISBN10 89915087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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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통과 좌절에 등떠밀렸던 내 유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 또 다른 목적은 중재자들에게 수단 전쟁을 종식시키고 나아가 그 뒤에 감춰진 쟁점들을 해결해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이다. 신께서 이를 가능하게 하시어 흩어졌던 사람들이 되돌아와 다시 한 번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 p.18, 프롤로그 중에서

트랙터도 수용소에 평화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밤낮없이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곯아떨어지거나 죽어버릴 때까지. 한밤중에는 다음날 숲속의 얕은 무덤에 가져다 묻을 수 있도록 시신을 모아두었다. 시신 썩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 p.25

어른과 나이든 소년들이 점점 더 많이 군사훈련센터로 보내졌다. 이제 소년들이 어른의 일을 더 많이 떠맡아야 했다. 아침마다 팀이 꾸려져 요리에 필요한 물을 길어오고, 보호자 없이 캠프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봤다. 가장 강하고 활동적인 소년들이 리더가 되었다. 그들은 다른 아이들이 허드렛일을 잘해내도록 살피고, 매일 아침과 오후에 강가로 내려가는 조를 짜기도 했다. --- p.34

전쟁이 할퀴어놓은 나라에서 고아로 어린시절을 보낸 우리 소년들은 질 좋은 양육 조건을 박탈당했고 우리의 재능이 짓이겨지는 경험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친절한 사람들도 만났다. 인간의 존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살인자는 항상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겁을 집어먹고 살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는 행동은 보상받게 될 거라고 믿는 성숙한 어른들. --- p.85

촐과 나는 짐바브웨 정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 정부는 우리에게 난민 지위와 약간의 재정적 원조를 해주었다. 그러나 SPLA 대표부는 어떤가! 우리의 비참한 생활을 뿌리까지 알고 있어야 할 사람이 동족을 배신하고 있었다. 그의 운동은 더 이상 우리의 운동이 아니었다. 교회나 NGO에 도움을 청하러 가면 그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어제 너희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너의 대표부에 기부를 했는데?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단 말이야?” --- p.125

다른 아이들에게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이었다! 그들은 자기 시간을 들여 내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내가 너무 수줍어서 아이들이 하는 게임에 흔쾌히 참여할 수 없을 때 그들은 내게 좀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줬다.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나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여러 아이들에게서 쪽지를 받곤 했다. 거기에는 나에 대한 칭찬이나 오늘날까지도 도움을 주는 충고 등이 적혀 있었다. --- p.153

2002년이 됐다. 나는 스페이스 대학의 홍보 과정을 끝마치자마자 하라레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는 수업료를 완납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4월 최종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원금에 이자까지 합쳐서 등록금을 다 내기 전까지는 어떤 증명서도 받지 못할 거라고 했다.
신이 도왔다. 4월 25일, 신은 내가 머물고 있는 집에 수단인 방문객 한 명을 보냈다. --- p.167

프리토리아 시절 초기에 그토록 절절하게 무의미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면 미저리코디아에서 영어 수업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니 목사님이 미국으로 떠난 뒤 나는 공원과 거리를 목적 없이 떠돌곤 했다. 살아갈 시간은 넘치게 가졌지만 살아갈 목적이 전혀 없었다. 나는 한때 알았던 소년들을 생각했다. 지금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남수단의 ‘결실 없는 세대’로 여긴다. 나는 정치가와 그들의 선전, 아랍인과 싸우는 SPLA, 교전지대의 난민수용소에서 고통받는 내 또래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하는 게 없었다. 직업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도, 인생의 의미도 없었다. --- p.184

나는 몇 시간이나 걸려 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 산티노, 글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니?”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남수단에서 정치가들이 민중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유린했는지 얘기하고픈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내게 글을 쓰라고 권유한 사람은 마 새니 선생님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에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선생님이 자신의 컴퓨터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내 이야기를 쓰고 있다. --- p.188

그들이 내 부모를 모른다면? 갑자기 그런 생각이 스쳤다. 또는 그들이 돌아가셨거나 더 이상 그곳에 살지 않는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혹은 어머니 아버지를 만난다 해도 그들의 잃어버린 아들인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내가 느끼는 참된 감정을 어떻게 보여주고, 그들을 향한 내 그리움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벌써 15년이 흘렀다, 내 전 생애가! --- p.194

정말 외할머니의 마을 쪽에서 어머니가 오고 계셨다.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려고 자기 오두막에서 쏟아져나왔다. 나는 기쁨의 탄성을 들었다.
이윽고 나는 뛰기 시작했다. 내 잃어버린 세계를 되찾으려 뛰었다. 나는 마른 수수 더미를 뛰어넘어 어머니의 사랑을 향해 달려갔다. 내 어머니라는 것을 그냥 알았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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