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언니, 소개팅 해라. 아주 준수하고 똑똑한 사람이래. 교회도 다닌대.”
짹째기다. 특별 새벽기도를 시작한 지 30일이 조금 지난 날이었다.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래, 날 잡히면 얘기해 줘.”
사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첫째, 짹째기라면 자기 형부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생각 없이 소개할 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내 일이라면 신중한 아이니까.
둘째, 나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 중이었다. 불필요한 자존심을 살짝 내려놓고 기회에 충실했다. 나라고 드라마틱한 첫 만남을 기대하지 않았겠는가? 서른이 되기 전엔 단 한 번도 소개팅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만남에는 운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운명이 꼭 우연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사람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은 소개팅을 통해서도 일하신다는 것을 주변을 통해 경험했기에.
날짜가 잡혔다. 2월 22일. 짧은 기도로 그 자리에 나갔다.
“주 뜻대로 하소서.”
그의 첫인상은 짹째기의 말처럼 그렇게 준수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정말 일하다가 막 뛰어나온 사람처럼 누런색 면 점퍼를 입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일하다가 시간 맞춰 온다는 것이 차가 밀려서요. 많이 기다리셨죠?”
7분 늦게 도착한 그의 첫인사였다.
“아니에요. 제가 좀 일찍 왔어요. 배고프실 텐데 주문 먼저 할까요?”
배도 고팠지만, 속마음은 ‘처음 만나는 나를 7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일곱 개 시킬 테다!’ 하곤 정말 일곱 개를 시켰다. 그곳 음식 양이 워낙 적어 이것저것 주문하게 되었는데, 그 상황이 재미있고 황당해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도 따라 웃는다. 왜 웃냐고 묻지도 않으면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우린 그날 장장 7시간을 함께 있었다. 처음 만난 그날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을 되짚는데 내 머릿속에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7시간이나 대화했지만 서로에 대해선 질문할 새 없이 우린 그 긴 시간을 각자가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을 간증하기에 바빴고, 그 나눔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그에 대한 정보만 파헤쳤다면 그렇게 준수해 보이지 않던 그와 2시간도 채 못 있었을 것이다. 바라보는 같은 방향에 열중했기에 우린 지겨울 뻔한 간 보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이상하다. 성의 없는 옷차림으로 내 마음을 살짝 상하게 한 그의 첫인상이 굉장히 멋지다고 기억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걸까?
그 후 정확히 일주일 후에 두 번째 만남을 가졌고, 우린 아주 어설프게 연애라는 걸 시작했다.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
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창 22:12).
아브라함의 믿음이 생각났다. 이삭을 통해 아브라함을 시험하신 하나님. 진짜 같은 가짜가 왔던 그때 순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아찔하다. --- pp.48-49
천사를구하는기도
찬양합니다.
저의 삶 구석구석 개입하시며
상황마다 환난과 인내와 연단을 거쳐 소망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을.
그 값진 열매를 통해 꾸준히 저를 성장시키시고
교만을 꺾어 내심으로 저를 온전케 하시는 하나님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보호 아래에 있었기에 제가 안전할 수 있었음을.
하나님께서는 때마다 제게 소망을 주셨습니다.
또 그 소망을 붙잡고 기도하게 하셨고, 기도 가운데 분별력을 주시어
가야 하는 길을 볼 수 있는 눈까지 허락하셨습니다.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의 도우심은 제게 생명의 동아줄이었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아름답다 여기시는 때에 배우자를 보내 주셨고,
그 감사를 망각하지 않게 하려고 꾸준히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따뜻한 하나님께서 이번엔 아기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하십니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저에게 소망을 허락하심은
기도할 시간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 주시기 위함임을 압니다.
그러하니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 하나님께 간절히 구합니다.
부족한 주의 아들과 딸에게 자녀의 복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믿고 보내 주실 때에 저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우상이 아닌,
이 땅에서 쓰임 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일꾼으로 키우겠습니다.
저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잠시 맡겨 주시는 생명임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합니다.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요 거두시는 분도 하나님입니다.
딸의 태를 여시어 그 안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씨앗을 심으실 것을 믿사오며
이 모든 말씀 언제나 우리 곁에서 귀를 열고 계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pp.76-77
모든 희망과 소망 나의 All망이
존재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어 준 우리 아기. 아직은 납작한 배를 연신 문지르며 “아가야, 엄마야.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너무너무 사랑하고 축복해”라고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하며 마음을 표현해 본다.
내 안에 이런 절대적 사랑의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나의 천사.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이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한 감정이 아닌 진실한 느낌으로.
아기에게 예쁜 태명을 지어 주고 싶었다. 부르기도 예쁘고 흔하지 않으면서 의미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고민을 해서인지 도통 ‘이거다!’ 하는 태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온통 태명 짓는 일에 관심을 쏟던 어느 날 신랑이 “올망이 어때?” 한다.
“올망이? 올망졸망할 때 올망이? 음, 별루다. 너무 흔하고 특별하지가 않아. 의미도 가볍고.”
이름 하나 짓는 것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나에게 창작의 샘물은 사치란 말인가! 슬프다.
“그 올망졸망의 올망이가 아니구 모든 희망과 소망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All望’을 말하는 거야. 우리 아기가 이 땅에 태어나 일꾼으로 쓰임 받는 동안,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세상에 소망을 전하며 꿈을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뜻이지”라고 신랑이 설명한다.
아! 너무 마음에 든다.
“좋다, 자기야! All망아- 우리 천사 All망아- 입에도 딱 붙네! 부르는 소리도 예쁘고!”
좀전만 해도 너무 가볍고 흔해 보이던 이름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해서 우리
아기는 All망이가 되었고, 나는 All망이 엄마가 되었다. --- p.93
All망맘의 태명 짓기 노하우
태명은 부르기 편하면서 의미가 있는 이름으로 짓는 게 포인트! 이름엔 ‘우리 아기가 이러이러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소망이 들어 있기 때문에 아기에 대한 바람을 넣어서 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얼마 전 미나와 진화를 만나 태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미나 아들태명은 ‘나무’였다고 한다. 그늘도 만들어 주고 열매도 주고 땔감도 내어 주는 나무처럼 누군가
에게 베풀 줄 아는 큰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태명이란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진화가 “그럼 난 소할래” 한다. “소?” 되물으니 “소는 버릴 게 없잖아. 소만큼 아낌없이 주는 게 또 있을까?” 해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우리 둘째 언니의 경우 첫아이 태명은 똘똘이, 둘째는 까꿍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입에 잘 붙기 때문이다. 또 대박이, 로또, 럭키 등 재미있는 이름으로 짓는 경우도 있다. 한편 믿음으로 살라고 ‘믿음이’, 사랑하며 살라고 ‘사랑이’, 복된 길이 되라고 ‘복길이’, 승리하라고 ‘승리’, 기쁨을 준다고 ‘기쁨이’ 등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태명이 입에 잘 붙든, 재미있든, 의미가 있든 아기를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소망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라면 다 좋은 태명이 아닐까? --- p.95
All망맘의태교일기
2010년 1월 25일
바람이 매섭게 불어 춥던 오늘, 엄마는 경기도 의왕에 있는 보육원에 갔다 왔어. 컴패션이라는 단체에서 매월 마지막 주에 봉사를 가거든. 유선 이모 따라 거의 2년 만에 갔는데, 그곳에서 맛본 섬김과 나눔은 여전히 맛있더라.
어린 친구들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그곳. 사이가 너무들 좋아서 대형 가정을 방문하고 온 기분이었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몇몇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있었어. 잘 웃지 않거나, 얘기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는 친구들…. 상처에서 시작되었을 그 아이들의 성향을 보며 안타까움과 속상한 마음이 겹치더라.
하나님께서 그 아이들을 위로하시고 지켜 주시길 기도하면서 엄마 마음에 소망이 생겼어. 엄마는 우리 All망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사랑의 크기도 함께 자랐으면 좋겠어. 하나님께서 All망이에게 주신 은사로 누군가를 살리고 회복하게 하고 행복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일꾼이 되기를 소원해. 지혜와 능력을 갖춘 돕는 일꾼 말이야.
엄마 아빠가 기도와 사랑으로 우리 아가 옆에서 도와줄게요. 우리 아가는 다른 이들에게 기도와 사랑 베풀며 쓰임 받으렴.
원래 2월 2일에 정밀초음파 검사가 잡혀 있었는데 엄마한테 작은 문제가 생겨서 오늘 병원에 갔더랬어. 걱정할 건 아니야. 임신부라면 누구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이었단다. 병원에 간 김에 All망이 얼마나 컸나 궁금해 초음파를 봤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우뇌도 만들어지고 있고, 모든 장기들이 건강하다 하니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더라. 우리 아가도 너무 기특하고. 초음파상으로 아빠를 꼭 닮은 우리 All망이…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 줘서 고마워. 사랑해! --- pp.168-169
사랑하는 아기를 위한 묵상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사랑하는 아가, 하나님께서는 그냥 이기는 분이 아니라 넉넉히 이기게 하시는 분이란다. 그분은 위대한 왕이시지. 하나님보다 강한 존재는 아무도 없단다. 어때? 너도 든든하지 않니?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엎드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이기게 해주신단다. 네가 세상에서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렴. 넉넉히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길 기도한다.
기도: 아버지,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주님의 은혜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의 고백이 바로 저의 고백입니다. 깊은 웅덩이와 수렁에서 건지시고 주의 자녀로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어려운 일이 눈앞에 있고 입술이 바짝 마를 만큼 두려울 때 사랑하시는 저를 위해 넉넉히 이기게 하시니 감사하고, 찬양합니다. 평생 주님을 의지하고 주만 바라보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