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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감옥

유쾌한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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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12g | 130*183*20mm
ISBN13 9788964351123
ISBN10 89643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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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그 조그마한 방은 무장한 경찰들로 가득 차버렸다. 형사 반장 크리건, 24지구 경찰대의 클라크, 늘 귀엽고 신나는 표정의 낯익은 베노드 굽타, 몇 명의 형사들, 붉은 터번을 쓴 군인들, 밀정들, 그리고 수색의 증인으로 동행한 몇몇 주민들. 저마다 피스톨을 쥐고 마치 무슨 중무장한 요새를 대포와 소총으로 포위 공격하러 달려온 영웅들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사뭇 살기등등하고 의기충천한 모습이었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가운데 백인 영웅 하나가 어린 내 여동생의 가슴에 피스톨을 겨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오로빈도 고슈냐? 너냐?”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침대에 앉아 있는 내게 크리건이 물었다.
“그렇소. 내가 오로빈도 고슈요.”
크리건은 즉각 경찰에게 날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 p.12

수감 생활의 후반부에는 이런 점에 관해서는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영국식 개혁이라는 것이 시행상의 작은 변화는 있더라도 오랜 원칙에는 결코 손을 대지 않는 법이다. 그 좁은 방에 그런 방식으로 배치한 덕에 특히 밥을 먹을 때나 밤에 잠을 잘 때 심각한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은 굳이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화장실이 거실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서양 문화의 일부라는 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다. 그러나 그 좁은 감방에 침실과 식당과 변소가 한 덩어리가 되어 말려 있다는 것, 것이야말로 좋은 것도 너무 많으면 지나친 것이라는 이야기를 증명해주는 사실 아니겠는가. 그처럼 극히 고도로 문명화된 시설에서 지낸다고 하는 것은, 특히 우리처럼 개탄스러운 비문명화된 관습에 절어 있는 인도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 p.39

당시 벵골에는 두 종류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고, 무해하며, 선량하고, 소심하면서 자기존중이나 높은 목표가 없는 부류이거나 아니면, 악하고, 난폭하고, 요란스러우면서 자제력과 정직함이 없는 부류였다. 이 양극단 사이에 다양한 부류가 있겠지만 단지 열 명 내외의 이례적으로 뛰어난 이들을 제외하면 주목할 만한 집단은 보이지 않았다. 벵골인들은 지성과 재능은 있지만 남자다운 힘과 기백은 부족하다. 그러나 앨리포어의 이 젊은이들을 보면서 난 마치 새롭게 단련된 자유로우면서도 과감하고 힘에 넘치는 젊은 세대가 인도에 되돌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 눈빛에 비치는 두려움 없음과 순진무구함, 힘 있는 어투와 숨결, 자유분방하고 거리낄 것 없는 웃음, 그토록 위태로운 순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용기, 슬픔도 절망도 모르는 마음의 그 활달함, 이 모든 것은 이 시대의 생기 없는 인도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약동의 징후였다
......
그리고 참으로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자신에게 교수형이 선고될 수도 있고, 종신형이 떨어질 수도 있는, 그야말로 자신의 운명과 사활을 건 심각한 공판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 막상 그 형을 언도받을 당사자들인 이 젊은이들은 공판 과정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태연하게 앉아서 반킴찬드라의 소설이나 비베캐난다의 『라자 요가』 또는 『종교의 과학』, 혹은 『바가바드기타』, 『푸라나』, 아니면 유럽 철학서를 읽으며 삼매에 빠져 있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영국 하사관들도, 인도인 경찰들도 이 독서삼매를 제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도 우리 안에 갇힌 이 호랑이들을 아무튼 조용하게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그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가만두어도 누구한테 해될 일은 전혀 없었으니까.
--- pp.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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