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들어서려다가 멈칫했다. 초대받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든 어느 귀부인의 집 앞에 선 기분이 들어서였다. (…) 어두운 세상에 갑자기 빛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회화첩에서나 볼 듯한 풍경이 눈앞에 드러나 있었다. (…) 이 넓은 홀이 정말 카페가 맞을까? 천사가 그려진 천장화를 보면 물음표가 자꾸 떠오른다. 카페라 하기엔 뭔가 우아한 비밀을 간직한 곳 같아. (…) 크림이 몽실몽실 올라 있는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창가로 흘러드는 햇살을 기분 좋게 받고 있자니,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점핑한 기분이다. 여기서 책 한 권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고 시 한 수쯤은 금세 써내려갈 수 있겠노라며, 카페의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자극에 한껏 몸을 맡기고 있었다. --- 「독일 '알스터 호수 옆 낭만 북카페'」중에서
숨어 있는 네 개의 공간은 각각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 공간의 분위기와 매우 닮아 있었다. 1층 서점에서 연결되는 계단을 올라가면 한쪽이 전면 유리창으로 된 첫 번째 카페 공간을 만난다. 스타벅스의 한 귀퉁이 테이블 6개 정도를 옮겨놓은 듯 낯익은 카페의 모습. (…) 오른쪽 벽엔 작은 바bar 스타일의 두 번째 공간이 숨어 있었는데, 한 손님이 바에 앉아 바리스타와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멀리서부터 나를 설레게 했던 낮은 불빛의 세 번째 공간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본다. 가장 먼저 아줌마로 보이는 네댓 명의 여인들이 눈에 띈다. 그녀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뿔테 안경을 가끔씩 들어올리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커피 한 모금에 살며시 미소를 짓기도 한다. (…) 네 번째 공간은 드라마 '프렌즈'의 레이첼과 그 친구들이 모여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도 좋을 캐주얼하고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 「스페인 '네 겹의 양파를 벗기듯 흥미롭다'」중에서
카페로 들어오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이곳을 갤러리라고 착각할 정도로 한눈에 보아도 한 작가가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는 일관된 분위기의 그림들이었다. 빨간색 벽과 잘 어울리는 화사한 색감, 그리고 동글동글한 실루엣의 사람과 정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들이다. (…)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여행책은 독일 대형서점의 영어서적 코너보다 방대해 보였다. 신간코너도 얼씬대면서 한참 책들을 구경하는 사이, 카페와 서점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거의 나 혼자 누리던 여백의 공기 속을 채워나갔다. --- 「체코 '자유로운 영혼으로 머물다'」중에서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구경하려고 집어든 책들은 당연히 프랑스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독일어, 스페인어,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세 개의 시계 중 어느 하나도 현재 프랑스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그것들은 러시아, 멕시코, 모잠비크의 시간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들어오다 보았던 서점의 주전자 로고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 이곳은 외국어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 영어만 빼고 거의 모든 언어들이 숨어 있다고 보면 된다. (…) 국제적인 북카페답게 우리 옆의 남학생은 일본어 히라가나를 힘겹게 그려가며 공부 중이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프랑스 청년의 모습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늘 알파벳을 그리는 검은 머리 동양인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 「프랑스 '두 개의 주전자에서 책의 온기를 느끼다'」중에서
광장, 벤치, 나무, 노천카페, 그리고 책방들. 작고 조용한 광장에서 그저 평범한 쉼을 바랐던 것뿐인데, 그 순간 나는 완벽한 조합의 공간에 앉아 있었다. (…) 이곳 카페들은 책방 거리에 함께 있는 의미가 있었는데, 대부분 문학카페 역할을 하고 있다. 스푸이 거리 334번지에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카페인 '드 츠와트De Zwart'가 있고, 18-20번지는 '작가들의 거리'라 불리며 그들이 자주 찾는 카페도 만날 수 있다. (…) 다정하게 붙어 있는 이 카페들의 노천 테이블은 인기가 높다. 우리처럼 책방 순회 후 고심 끝에 고른 책 한 권을 들고 카페를 찾는 사람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 모습은, 세상의 어떤 걸작을 구경하는 순간보다 가슴이 뜨거워지게 한다. --- 「네덜란드 '아름다운 공존, 서점과 카페'」중에서
추운 아침에 두꺼운 코트를 입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살펴보니, 모두 중년 혹은 노인들이었다. (…) 프랑스어로 주문받는 웨이트리스에게 독일어로 대답한다. 웨이트리스도 늘 있는 일인 양 새삼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주문을 받는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그들은 하나같이 신문꽂이로 가궼 여러 개의 신문을 들고 자리로 돌아와, 신문을 펼치고 커피를 마신다. 정말 희한하게, 이 아침의 카페 손님들은 모두 이 모습이다. (…) 스위스는 공식적으로 공용어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로망슈어다. (…) 이 다양한 신문들을 다 집에서 구독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카페에서 읽고 싶은 모든 신문을 만나는 것이 경제적일 터. 그들의 생활의 지혜는 이렇게 커피향 나는 우아한 곳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 「스위스 '프랑스어로 인사하고 독일어 신문을 펼쳐 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