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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식탁

아일랜드 식탁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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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498g | 145*213*30mm
ISBN13 9788937483530
ISBN10 89374835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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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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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는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돌렸다. 민우는 손톱으로 아녜스의 등을 꾹꾹 눌렀다. 아녜스는 말이 없었다. 민우는 자꾸만 아녜스를 쓰다듬었다. 몸이 고민을 잊게 만들었다. 임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병원에 가면 해결될 일이었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아녜스는 경험했을지도 몰랐다. “선생님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잤던 날 아녜스가 그렇게 말했다. 마치 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두 안다는 듯, 섹스에 자신 있다는 태도였다. 그 노련함이 기분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 애에게 첫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쉽게 떠나려면 특별하지 않아야 했다. --- p.47

“장애인이라고 꼭 한번 준 정을 죽을 때까지 유지해야 되는 건 아니잖나. 장애인이기 때문에 의무가 더 크다고 강요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차별 아닌가? 사랑의 본령이 뭔지 고민되는 거 있지. (……) 레지나가 장애인이니까 내가 마음을 잘 쓰기로 했는데, 그 애 장애를 내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이 달라지던걸? 내가 이 애랑 살 수 있을까 하는…….” --- p.142

민우는 고개를 돌렸다. 레지나가 샤워를 할 때 세키가 어떻게 할 것인지……. 몇 차례 그런 상상을 했다. 레지나와 한 집에서 살려면 세키와는 별거해야 할 것 같았다. 세키와 레지나의 대화는 몸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레지나의 말을 세키가 일방적으로 들을 수만은 없을 것이었다. 말을 건네고 싶어지면 세키는 점자를 배웠으니 그걸 이용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점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글자였다. 즉흥적인 말을 전하려면 세키는 레지나 몸에 손을 대야 하는 사람이었다. 레지나는 안내를 받아야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pp.163-164

선생님은 아녜스 쪽에서 부르기 전엔 연락이 없었다.
선생님은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첫 경험이 언제였는지를 계속해서 물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이…….
아녜스는 손톱으로 선생니미 가슴을 쓰다듬었다. 밉고 원망스럽고 그러나 사랑스러웠다. 개학이 내일모레였다.
--- p.26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레지나와 아녜스. 부모가 일찍 죽고 수녀인 이모에게 보호받는 이 자매의 이름은 아름다운 성녀의 이름에서 따 왔다. 자매는 서로를 미워하고 또 사랑했다. 세키와 민우. 고향을 버리고 일찍부터 나와서 함께 지내던 이 사촌 형제는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들 역시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어느 순간 사랑했다.

어느 날 언어 장애를 가진 세키가 맹학교에 다니던 아름다운 레지나에게 반하면서 이 네 남녀의 일그러진 관계가 시작되었다. 야간 여상의 교사였던 민우는 자기 학급 학생인 아녜스와 밀회를 갖는 사이였고 예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레지나를 만나 알고 지내던 터였다. 그런 민우는 세키가 갑자기 레지나에게 관심을 갖자 자신이 예전 레지나에게 품었던 욕망을 떠올리고 복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한편 레지나는 민우의 학교 동료이자 아녜스의 담임 선생인 김일면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던 중으로, 이미 김일면의 아이를 가진 상태이다. 세키와의 포커 판에서 세키를 위협하는 김일면, 아녜스의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하는 민우, 대학을 포기하고 김일면의 아이를 낳고자 하는 레지나, 그리고 김일면에게 많은 돈을 잃고 레지나와 민우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세키.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만 가는 관계 가운데, 어느 날 민우가 실종된다.
외제차를 렌트하여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민우의 흔적을 찾아 그의 집을 찾은 아녜스는 민우의 집에서 세키와 처음으로 알게 되고, 친구처럼 자신의 곁을 지켜 주는 세키에게서 민우와는 다른 따스함을 느낀다. 그런 아녜스가 천진하게 털어놓는 비밀 이야기를 통해 민우가 감추었던 사실, 모든 관계의 진실을 세키는 알게 되는데…….

오랜 실종 기간 이후 경찰의 연락이 오게 되고 다시 모두의 앞에 나타난 민우는 예전과는 달리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다. 말하지 않았던, 말할 수 없었던 그 모든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어긋난 운명의 자침은 과연 어느 방향을 가리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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