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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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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76g | 128*188*20mm
ISBN13 9788972754961
ISBN10 89727549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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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면을 거는 듯한 적막 속에서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트렁크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이러고 있기도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트렁크 열쇠를 찾았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귀한 부적 다루듯 이따금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열쇠였다. 기차역 플랫폼이나 항구의 부두에서, 앞다투는 인파 속에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기차나 배를 기다릴 때마다 그는 항상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마법은 매번 어김없이 통했다. 열쇠를 만질 때면 그는 옛날로 돌아갔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에 힘입어 그는 마차를 타고 링을 한 바퀴 돌아보고, 부르크 극장 일등석에 앉아보고, 마이슬 운트 샤든 레스토랑에서 슈니츨러를 만나고, 놀렌도르프 광장의 맥주홀에서 릴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에르제베트 다리를 한가롭게 노닐거나 프라터 공원의 가로수길을 걷거나 금빛 찬란한 쇤브룬 궁을 보지는 못하리라. 다뉴브 강에 길게 드리운 붉은 노을과도 이제는 안녕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밤이 왔다. --- pp.10-11

베란다에서 로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이 덮치려는 순간 얼른 그를 끌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1934년, 런던에서 망명 생활을 어설프게 시작해나갈 무렵, 처음 만났을 때부터 로테는 그를 좌절에서 건져냈다. 엘리자베트 샤를로테 알트만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그는 삶이 더 이상 허락지 않는 자비의 약속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과 마주친 순간, 무엇인가가 빛을 발했다. 평소에는 벼락만 떨어지던 하늘에서 은총이, 그것도 바로 그의 곁으로 내렸다. 히틀러가 유럽을 장악하고 세상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상관없었다. 지금도 가끔은, 참담한 심정을 그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을 때 아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세상이 이성을 되찾을 거라는 희망을 얻곤 했다. 살아서 마침내 그날을 보게 될 것이라는 희망까지도. --- pp.21-22

태어났다. 글을 썼다. 결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도망쳤다. 절대로 도피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기획 의도는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까이서 보았던 비범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한 시대, 나치가 악에 받쳐 망가뜨리려 하는 한 세계의 초상을 공들여 그려내고 싶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그의 지인들이 더 이상 무덤조차 갖지 못하는 그곳에 작은 유골함이나마 마련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증언하고 싶었다. 폐허의 천지에 비석을 세우고 싶었다. --- pp.93-94

이제 그가 그녀를 기만했다고 따질 마음도, 프리데리케에 대한 질투심도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널브러져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사랑이다. 첫사랑이다. 클라이스트가 그이의 본보기라면 내가 클라이스트의 아내가 되리라. 내가 마지막 여자가 되리라. 그이가 감지하는 빛을 향해, 내가 함께 가리라. 어둠 속에서 내가 그이의 손을 잡아주리라. 운명이 우리를 이끄는 그곳으로, 내가 앞장서리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숙명인 미지의 그곳으로. 그 길이 어떤 생명체도 배겨날 수 없고 공기가 희박한 강변으로 이어질 뿐이라면 할 수 없다. 숨을 못 쉴 때의 고통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않는가. (…) 이승에서 그 사람 일생의 여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 유감스럽지만 어쩌겠는가. 나 로테 알트만은 그이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리라. --- pp.200-201

그녀는 그의 입술에도 입을 맞추지만 이미 그 입술은 차다. 그녀의 입술도 차갑다.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만 팔이 얼음 속에 처박힌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녀는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더듬는다. 하지만 팔이 너무 무겁다. 기운이 빠진다. 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녀의 눈은 자기 옆에 있는 그림자의 윤곽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스르르 흩어져 칠흑 속에 잠긴다. 낮은 밤이 되었다. 땅은 형태를 잃고 텅 비어버렸다. 그녀는 심연 속에서 그의 곁으로 간다. 창을 넘어 들어와 커튼을 흔드는 바람의 숨결만이 그 심연 위를 떠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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