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사실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어. 그건 ‘무언가의 부재’를 뜻하지. 방금 전에 헤어졌어도 지금은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리워지니까. 그런데 무언가가 없으니 그리워지는 이 당연한 사실은 굳이 무의식의 창고로 갈 필요는 없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의식하고 있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헤어진 연인을 가끔 그리워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 낙서에서 그리움을 표현한다고 하면 뭔가 의식적인 그리움이 아니라 숨겨진 그리움, 부끄러운 그리움에 해당할 거고, 그렇다면 그 그리움의 존재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그리움이 되어야 하겠지.
---「Part 01. 자신에게 충족되지 않은 마음, 동그라미가 되다」중에서
우리들은 ‘나는 누구인가’를 규정할 때 대부분 내가 아는 영역에서 나를 규정할 수밖에 없어. 자신에 대해 모르는 요소나 부분을 생각해서 ‘나는 이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조해리의 창은 내가 모르는 많은 나의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지.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일상의 변신은 내가 지금은 모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몰라. 지금은 자신감이 없는 나에서, 자신감 넘치는 나를 꿈꾸는 것처럼.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키워나가거나, 내가 알고 있는 좋지 못한 나를 버리고 남이 발견해주는 좋은 점을 나의 진정한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는 거. 뭐, 이런 게 우리가 꿈꾸는 소소한 매일의 꿈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이러한 소소한 꿈이 쌓이면 진정한 변신이 가능할 것이고.
---「Part 02. 이런 나도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네모가 되다」중에서
세모는 동그라미나 네모가 가지지 못하는 ‘높이’와 ‘상승’이라는 상징을 지니게 되지. 이때 높이는 위치를, 상승은 방향을 말해. 이 두 상징은 인간 사회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니 권력을 뜻하며, 사회적 지위가 높음을 의미하지. 그리고 위로 올라간다는 방향성을 지닌 상승의 의미는 발전, 진취, 고양, 증가, 활력 등으로 연결되어 윗자리로 올라간다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지.
---「Part 03.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 세모가 되다」중에서
지그재그 패턴 낙서가 부정적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아. 지그재그는 만남에 대한 그리움, 다시 완전하게 되길 바라는 희망을 말해주는 것이지. 깨어져 슬프고, 헤어져 아쉽다는 감정을 넘어 분리와 이별 다음에 있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 마음. 바로 그게 만날 것을 믿는 인간의 마음 아닐까.
그러니 열심히 더 열심히 그리워하자고, 내가 떠나보낸 것들을 다시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러면 언젠가 아내가 남편을 만나고,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듯, 그렇게 온전한 만남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Part 04. 이별이 아닌 만남에 대한 바램, 지그재그가 되다 」중에서
하트 도형을 보는 관점은 그리는 사람의 내면을 향하고 있어야 해. 낙서를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거거든. ‘변하자, 새로워지자, 그렇지 않으면 나는 파괴되고 마니까’라면서.
앞서 세모가 다리를 뜻하거나 네모에서 변화된 정체성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하트 도형의 ‘새로워진 나에 대한 희구’는 조금 더 강력한 면을 가지고 있어. 마치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짝의 결합으로 태어나는 생명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새로운 존재일 테니까.
---「Part 05. 사랑이 아닌 재창조, 하트가 되다」중에서
눈 자체는 크게 심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눈은 ‘보다’라는 행위와 ‘시선’이라는 관계성에서 그 상징을 분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시선을 의식하는 강한 자의식을 가지는 것과, 시선의 관계성을 말하는 권력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왜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자꾸 둘러보고 고민하고 후회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괴롭히는 걸까? 단순히 철학적 존재로서 인간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심층심리는 이렇게까지 드높은 마음이 아니야. 심층심리나 무의식에 꼭꼭 숨겨져 있는 것은 끈적끈적한 욕망과 사회적으로 억압되어진 욕구들일 가능성이 높지. 그렇다면 ‘그 강한 자의식이란 무엇을 목적으로 형성된 것일까’를 시선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