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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할라

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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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3쪽 | 372g | 148*210*20mm
ISBN13 9788992711456
ISBN10 89927114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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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람들이 베할라(히브리어로 두려움, 재앙을 뜻함-옮긴이)라고 부르는 쓰레기 마을이다. 3년 전에는 스모키 마운틴이라고 불렸지만 마을이 쇠락하자 시에서는 그곳을 폐쇄하고 우리를 이주시켰다. 쓰레기 더미는 마치 히말라야산맥 같다.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쓰레기 산맥을 타고 오르내린다. 산은 부두에서 습지로 곧장 이어지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쓰레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다. --- p.10

그때 그것이 내 손에 굴러 들어왔다. 지퍼로 꽉 채워져 커피 찌꺼기 속에 감춰져 있던 작은 가죽 가방. 지퍼를 열어 보니 지갑이 들어 있었다. 그 옆에는 접어 놓은 지도가 있었고 지도 사이에 열쇠가 있었다. 가르도는 곧장 내게로 달려왔고 우리는 언덕 위에 쭈그려 앉았다.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갑이 두툼했던 것이다. --- p.16

경찰이 하는 말을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코흘리개라도 안다. 그들이 돈은 주지 않고 가방만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일이 일어나도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할 것이다. 좀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말없이 그냥 서 있었다. 아마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계산을 했을 것이다. 경찰이 사례금을 더 올리겠지? 그것이 그렇게 귀중한 것이어서 우리를 만나러 우르르 몰려왔다면 만 페소가 2만 페소로 오르지 않을까? --- p.21

가르도가 경찰이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걱정했다. 우리가 그들을 보지 못하는데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재빨리 움직이면 경찰도 모를 거라고 대답했다.
가르도가 경찰이 우리를 찾으러 여기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재차 묻길래, 나는 만약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다. 가르도는 경찰이 역을 지키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며 여전히 걱정이었다. 나는 그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죄다 없던 일로 할 거냐며, 그렇게 하고 싶은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르도가 내게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 --- p.49

지난 육 년 동안 성공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었어. 정부에서 아이들을 인도하지 않으려 할 게 뻔하다네. 이해는 가지만 주변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무수히 많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와 그 위의 쓰레기와 다름없는 아이들. 학교를 다니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판자촌을 걸어갈 때면 아기들을 본다네. 엄마들은 아기들을 좀 봐달라고 하지. 겉으로는 미소 짓고 웃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네. 이 어린 아기들도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면 쓰레기를 줍겠지. --- p.68

나는 간신히 누군가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러고는 절을 하듯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죽은 우리 엄마에 대고 맹세할 수도 있어요. 전 가방은 몰라요. 정말이에요. 제발 죽이지 마세요. 전 경찰관님을 도와 드릴 수가 없어요. 정말 사실이에요.”
내 어디에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일까? 내게 힘이 있었다면 그건 호세 안젤리코의 힘이다.
“죄송해요.”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돈을 찾았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친구에게도 돈을 나눠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거짓말을 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 p.82

올리비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더라면 끼어들어 말렸을 텐데. 여기 베할라에서 육 년을 보내는 동안 내가 터득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쟁이라는 것일세.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지. 그러면 믿음, 신뢰는 어떻게 되는가. 신뢰가 배반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네. --- p.106

그는 단순히 몸이 약한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확신할 수 있었죠. 피부는 다 쪼그라들었고 숨 쉬는 것조차 아주 힘겨워했어요. 턱 밑의 커다란 혹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커다란 노력이 필요했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노력이고, 고개를 드는 것도 노력이었어요. 자세를 바꿀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더군요. 피부 아래로 앙상한 뼈가 드러나 보였어요. 이 사람이 가르도의…… 할아버지? --- p.124

올리비아 양, 7,000만 달러면 이 도시를 바꿀 수도 있는 돈입니다. 그러나 학교도 병원도, 세워진 것은 하나도 없고 도시는 여전히 빈곤하오. 상원의원 자판타가 그 돈을 가로챈 게지. 나는 그걸 입증하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그 사건은 자판타의 맞고소로 법정에 가지도 못했고 결국 나만 유죄판결을 받았죠. 나의 호소는 비웃음만 산 게요. 결국 난…… 종신형 선고를 받았지. --- p.130

고향 상팔로로 돌아간 그를 상상해 보았다. 노를 젓고 그물을 던지는 래트를. 그곳은 들어는 봤지만 래트의 고향인지는 몰랐다. 사람들 이야기로만 듣는 아주 멀고 먼 곳이라고 생각했다.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 낙원처럼 아름다운 곳 같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곳을 보면 눈물이 나고, 그곳을 떠날 때도 눈물이 나는 곳이라고들 했다. --- p.145

서둘러 이 편지를 쓰고 있어요. 확실한 건 하나도 없고 조심할 이유는 너무 많죠. 그들은 저를 찾아낼 거예요. 이 편지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은밀한 장소에 있을 거예요. 이 편지가 할아버지 손에 들어갈 때면 제가 잡혔다는 것을 아시게 되겠죠? 제 딸을 돌봐 주세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사용해서라도요. 지금은 피아 단테 때문에 두려워요. 하지만 씨앗은 안전해요. 사원의 베일 한가운데가 찢어졌어요. 지금 자판타의 집에 가 볼 수만 있다면 당신의 영혼은 노래할 거예요.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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