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물처럼 정약용을 발견했다. 17년 동안 꽉 막혀 있던 교육의 본질과 방법에 대한 고민이 처음 스르르 풀리는 묘한 경험이었다. 정약용이라는 열쇠를 찾았을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교단에 처음 서며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가짐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황홀한 기쁨을 누렸다.
정약용은 그 전에 읽었고 그 이후에 읽었던 고전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그가 일러주는 길을 따라가며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방법을 찾았다.
‘이제 폐족이니 이제부터 진정한 공부를 하여라.’
정약용의 이 말이 교육자인 내 마음을 강하게 두드린다.
---「서문」중에서
대신 정약용은 진짜 책 읽기를 위해서는 5가지 공부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다섯 가지는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는 다음의 5가지 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① 박학(두루 넓게 읽기)
② 심문(자세히 질문하기)
③ 신사(차분히 생각하기)
④ 명변(밝게 판단하기)
⑤ 독행(삶에 적용하기)
짐작하다시피 이 방법은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독서법으로, 그는 읽기만 하고 그치는 독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묻고 차분히 생각하고 밝게 판단하고 성실히 실천하는 ‘일권오행(一卷五行)’의 방법을 통해 인문고전 독서를 완성시켰다.
---「들어가며」중에서
머리가 둔하여 공부가 어렵다는 제자의 질문에 ‘너는 공부에 재능이 없으니 농사나 지어라’고 말했다면 황상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 글 따위 쳐다보지도 않고 두뇌 개발에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황상에게는, 머리가 둔한 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격려해주는 정약용이 있었다.
우리 역시 정약용처럼 아이를 격려하고 믿어주되 경계해야 할 것과 평생 노력할 것을 구분해서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의 사고를 막는 스마트폰과 TV이며 노력할 것은 인문고전 독서다.
---「1장 초등, 고전 독서가 답이다」중에서
정약용은 어떻게 500여권의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단지 천재이기 때문에 다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약용에 대해 연구하고, 정약용이 직접 쓴 글을 읽어보니 그는 천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천재로 성장한 것이었다. 생각의 그물을 지속적으로 던졌기 때문에 특정 전공 없이 다방면의 책을 쓸 수 있었다.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어 연구하고, 주제를 정하고, 모으고 분류하는 활동을 통해 글쓰기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이 탄생한 이래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다.
---「1장 초등, 고전 독서가 답이다」중에서
우리에게는 스승이 필요하다. 우리 삶을 인도해줄 스승이 있어야 한다. 때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책으로만 남은 분일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는 책을 읽는 모습을 통해, 그분들의 말씀을 지키는 삶을 통해 그분들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먼저 제자가 될 때 우리 아이들도 스승을 섬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스승이 될 수 없어도 아이들에게 제자로서의 모범을 보이며, 아이들을 스승에게 인도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스승을 따르는 법을 가르치자. 그게 좋은 책, 인문고전을 읽는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길이다.
---「1장 초등, 고전 독서가 답이다」중에서
[바보 이반]에서 발췌한 글을 읽고 다음처럼 생각의 꼬리를 잡아가며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 예시]
- 약속한 것은 나쁜 결과가 예상이 되더라도 지켜야 하는가?
- 형은 군대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고 한다. 군사력을 통해 정권을 잡는 것은 정당한가?
- 전쟁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가?
- 정당하지 않다면 군대 없이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는가?
- 전쟁을 통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슬픔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 현재 남북한의 관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강한 군사력인가?
- 미군의 선제타격, 예방전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용한 글을 통해 우리는 생각의 꼬리를 잡고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교실과 같이 여럿이 모인 곳이라면 한 친구 발표 후 다른 친구가 생각을 이어가며 발표하는 방법이 좋다. 가정이라면 부모와 자녀가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이어간다.
---「2장 질문이 생각을 넓힌다」중에서
이미지적 사고의 중요성은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힌트를 준다. 보통 글은 의미를 처리하는 ‘생각’의 뇌에서 읽혀지고 해석되며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나 이미지적 사고까지 나아가려면 입력된 정보를 ‘생각’의 범주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상상’의 영역으로 보내야 한다. 예컨대 ‘편지를 썼다’는 문장을 만나면 연필을 쥐었을 때의 느낌처럼 촉각적 이미지를 떠올려야 한다. 막 깎아서 나무냄새가 풍기는 그 후각적 이미지도 떠올려보고, 연필심이 편지지에 갈리는 그 청각적 이미지도 떠올려보는 것이다. 논리와 이해가 좌뇌의 영역이라면 감각과 예술은 우뇌의 영역이다. 정보가 좌뇌에 머무르지 않고 우뇌까지 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이미지 사고 연습이 필요하다.
---「3장 의식적인 독서가 창의력의 바탕이다」중에서
다음으로 모순을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창문이 커지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지만, 겨울에는 난방 문제가 발생한다. 좋은 재료로 집을 지으면 튼튼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극단적인 예시를 위해 다이아몬드로 집을 지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봤다. 아이들은 다이아몬드 집의 단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끄집어냈다. “눈이 부시다.”, “도둑이 집을 훔쳐간다.”, “비추기 때문에 화장실 사용이 어렵다.” 등 재미있는 의견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공간을 분리, 통합하면서 이상적인 집에 대해 생각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지만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린다. 나아가 아이들은 그림으로도 표현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해 모형 집도 만들었다.
---「3장 의식적인 독서가 창의력의 바탕이다」중에서
비판적 사고란 타인의 생각을 공격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나 자신조차 비판적 사고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약용이 그랬듯이 우리는 나이나 성별, 배움에 관계없이 더 나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문고전을 읽을 때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4장 생각에 깊이와 감동 더하기」중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면 까먹는 이유가 뭘까? 어제 배운 내용이 내일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왜 학습 수준이 깊어지지 않는 것일까? 정약용의 말로 옮긴다면 다섯 가지 활동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독행이다. 배운 게 배운 것으로 그치는 이유는 성실한 실천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평면적 공간에서 배운 것을 일상이라는 사차원 공간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공부는 깊어질 수가 없다. 음식을 입에 넣었으면 씹고 삼켜서 소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자기 것이 되는데 맛만 보고 뱉어내기만 하다 보니 공부의 개울이 강물처럼 깊어지지 않는다.
---「5장 바뀌지 않으면 왜 읽는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