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미친 사람만 받는다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제대로 된 심리상담가를 찾는 방법에 대한 꼼꼼한 안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서점가에도 입문서부터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 도서들까지 심리학 서적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심리학의 전성시대다. 물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마음의 짐이 덜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살다보면 그것으론 부족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간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몇몇 대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심리상담사를 고용하여 직원과 주민의 마음 복지에 힘쓰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2011년에 60개에 불과했던 상담심리 관련 민간자격증의 수가 2016년에는 3,545개에 달했다. 국가에서 민간자격 제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발급되는 자격증을 불법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년 여름에는 성범죄 전과자가 버젓이 심리상담센터를 차리고 상담을 빙자하여 내담자를 성추행한 끔찍한 사건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스타 심리학자들의 활발한 활동 덕분에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상담을 받는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는 꺼려진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또 상담 기록이 남아서 취업, 이직, 비자 발급 등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고민이 있으면 친구나 부모와 수다를 떨며 털어내면 되지, 굳이 비싼 돈을 내면서 심리상담을 받을 필요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 불신은 모두 심리상담을 받고 싶지만 섣불리 용기 낼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동시에, ‘어떤 상담자를 만나야 하는가?’ ‘정말 도움이 될까?’를 비롯하여 심리검사의 종류와 방법, 상담비에 대한 오해,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의 차이 등 그간 궁금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불안과 두려움의 영역으로 남겨뒀던 ‘심리상담의 모든 것’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심리상담센터 문 앞에 들어가기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용기가 되고, 이상한 상담자를 만나서 상처받지 않게 하는 예방주사가 되며,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심리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하는 공동작업
“무엇이든 말하세요. 그 어떤 것이라도!”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친구들이 심리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하와 은영,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은주, 직장 성폭력의 피해자이자 사이비 상담가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얻은 석영, 기울어진 가세 때문에 마음 속 깊이 우울감을 감추고 지내던 지선. 이 세 명의 등장인물이 심리상담을 받고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보며 직접 상담을 받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은주, 석영, 지선이의 심리상담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상담이 갖춰야 할 특징이 보인다. 바로 ‘틀’이다. 이를 ‘구조화’라고도 하는데,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심리상담가라면, 내담자에게 심리상담을 받으려는 이유, 이전의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 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심리상담 계획을 세우면서 장소, 시간, 상담비를 정하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권리와 의무, 한계, 상담의 시작과 종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 심리상담의 전제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심리상담 전반에 관하여 같은 원칙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 된 심리상담 장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과 기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심리상담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자는 상담 도중에 ‘기분이 어때요?’ ‘지금 어떤 느낌이에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던진다.
저자는 특히 심리상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이든 말하라”고 강조한다. 주변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마음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담자에 대한 감정과 느낌이다. 상담자가 기분 나쁘거나 부담스러워 할까 봐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리상담에서는 ‘선생님의 진심이 전혀 와 닿지 않아요’, ‘선생님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선생님이 이성적으로 좋아지는 것 같아요’와 같은 말이라도 솔직히 표현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내면 깊숙한 이야기까지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보면 부모나 연인보다도 친밀한 인간관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부정적인 이야기도 솔직히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관계가 되어야 심리상담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한편, 본문 곳곳에 오아시스처럼 등장하는 서밤의 그림은 심리상담을 받을 때 솔직히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나 사이비 상담자의 유형 분석 등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심리상담 현장의 이면을 위트 넘치게 소개한다. 동시에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고, ‘그 마음을 함께 견뎌보자’고 독자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 추천사
내가 ‘이야기’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 그리고 심리학이라는 소재로 웹툰을 그리고 있는 모든 이유들이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진 결과물로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이 먼저 나왔다면 나는 <닥터 프로스트>를 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_이종범 웹툰작가, 〈닥터 프로스트> 저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심리상담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자연히 심리상담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편견,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 책은 심리상담을 받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분들께 쉽고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저자들은 심리학자로서의 지식뿐 아니라 본인들의 경험을 잘 녹여내어, 심리상담이 낯설고 내 삶과 관련 없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임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심리상담을 접하고, 결국 스스로를 만날 기회를 얻길 바란다. _권정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책 속에서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내 마음, 둘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 어려운 외부 환경과 내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혀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면, 내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는 단순히 자신이 약해빠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습니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 <심리상담은 미친 사람만 받는 게 아니야> 중에서
그러나 상담실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상담자가 개인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담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책상에는 상담을 받기 위해 내방한 ‘내담자’를 위해 마련된 화장지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 이런 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교사와 학생, 혹은 의사와 환자와 달리 친구나 동반자처럼 평등한 관계를 추구합니다. 평등하다는 것은 권리의 측면이 아니라 마음의 측면을 말하는 겁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정말 상담이 저에게 도움이 될까요?> 중에서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입니다. - <위로받고 싶은가요, 변화하고 싶은가요?> 중에서
심리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담자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상담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믿어질 때까지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질문이 상담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심리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요> 중에서
제대로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자라면 이런 경험을 한 내담자에게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비난을 멈추라고 말합니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석영이가 만난 사기꾼 상담가는 석영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석영이는 혹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상담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상담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힘내라는 위로보다 진심을 담은 솔직함> 중에서
“정말 제 잘못이 아니라면 내면에서 ‘네 잘못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상담을 잘 받게 되면 그때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 <심리상담의 목표 설정하기> 중에서
“지선 씨,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음, 이런 말씀 드리면 실례가 될 것 같은데…….”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삼키는 말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오늘은 저와 한 팀이 되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셔야 하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 검사자가 남자 선생님이라 불편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심리상담이든 심리검사든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고 편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동성을 선호하는 반면, 동성보다는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심리상담이나 심리검사를 신청할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만남> 중에서
심리검사를 받으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심리검사는 수검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합심리검사는 자신이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해석상담, “이런 마음이었군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