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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단테

달팽이 안단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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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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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84g | 140*218*20mm
ISBN13 9788971994429
ISBN10 897199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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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우리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불어넣지만 질병은 놀랍게도 그러한 확실성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린다.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순간순간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 다였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시간은 하루하루 조용히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알차게 보내지도 못하고 그저 견뎌낼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말없이 흘러갈 뿐. 시간은 스스로 날마다 굶주림에 지친 듯, 추억과 흔적의 부스러기 한 조각 남기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p.20

어느 날 저녁, 나는 제비꽃 화분 받침에다 시든 꽃 몇 송이를 얹어놓았다. 달팽이가 잠에서 깼다. 달팽이는 화분 벽면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서는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시든 꽃들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꽃 한 송이를 먹기 시작했다.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모르는 속도로 꽃잎 하나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귀를 바싹 기울였다. 달팽이가 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셀러리를 매우 잘게 끊임없이 씹어 먹을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나는 달팽이가 보라색 꽃잎 하나를 저녁밥으로 꼼꼼히 다 먹어치우는 한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달팽이가 먹으면서 내는 아주 작고 정겨운 소리는 내게 특별한 동무와 공간을 함께 쓰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또한 내 침대 옆에서 시든 꽃들이 작은 생명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나는 신선한 샐러드를 더 좋아하지만 달팽이는 반쯤 시든 샐러드를 더 좋아했다. 달팽이는 자신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살아 있는 제비꽃을 단 한 번도 갉아먹은 적이 없었다. 누구든 자기와 다른 생명체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크든 작든 말이다. ---pp.26~27

방문객들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한동안 안절부절못하다가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마침내 평온한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재미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내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몸이 굳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때쯤이면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곤 했다. 그들은 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 운, 불확실성, 상실, 죽음의 백척간두 같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건강한 사람들은 우리 같은 병자들을 보면 내색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자기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pp.55~56

나는 그냥 ‘달팽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 단어는 그 생명체 자체만큼이나 작고 소박했다. 달팽이를 뜻하는 ‘스네일’snail은 누룩으로 빚은 나선형 모양의 빵을 일컫는 독일어 ‘슈네케’schnecke에서 파생된 고대 영어에서 온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작은 친구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그냥 계속해서 ‘달팽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p.58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사』History of Animals에서 달팽이 이빨이 “날카롭고, 작고, 섬세하다”고 썼다. 나와 함께 있는 달팽이는 이빨이 약 2,640개였다. 그래서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에다 ‘매우 많은’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이빨들은 달팽이가 먹이를 꽉 잡을 수 있도록 입 안쪽으로 향해 있다. 한 열에 이빨이 서른세 개씩 있으니 아마도 80열쯤 있는 셈이다. 이빨 여러 개가 가는 띠처럼 이어져서 마치 표면을 다듬을 때 쓰는 줄처럼 작용하는데 그것을 치설齒舌이라고 부른다. 달팽이가 버섯을 먹을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버섯을 치설에 비벼서 갉아먹기 위해서였다. 전에 편지봉투나 종잇조각에서 발견한 이상한 네모 구멍들도 바로 이런 작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앞 열에 난 이빨이 닳아 없어지면 뒤에서 새로운 열이 생긴다. 치설은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는데 4주에서 6주면 완전히 새로운 이빨들로 대체된다. 치설은 특정한 달팽이의 먹이에 알맞게 바뀐다. 따라서 치설을 보고 그 달팽이가 무슨 종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죽을 때까지 오직 서른두 개의 이만으로 버텨야 하는 내 처지와 비교할 때 달팽이 이빨이 부러웠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만들어낸 종보다 자연스럽게 이빨을 바꿀 수 있도록 진화한 종에 속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치과 진료예약은 내가 밖으로 나가는 모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료용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는데 거기에 사람 크기만한 거대한 치설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을 본 치과의사는 얼마나 깜짝 놀라겠는가. ---pp.65~66

밥 먹을 때 30분 동안만 간병인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이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내 침대는 황량한 바다와도 같은 방 안에 외롭게 떠 있는 섬이었다. 그러나 나 말고도 전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시골 마을과 도시에는 다치고 병들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볼 수는 없지만 하나의 공동체였다. 나는 비록 여기 침대에 누워 있지만 그들 모두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우리도 또한 은자들의 공동체였다. ---p.102

그들은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서로 뿔을 접촉했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서로 상대방의 눈을 오랫동안 열띤 모습으로 응시했다……. [그러고 나서]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달팽이가 거의 동시에 옆구리로 미세하고 무른 흰 침처럼 보이는 것을 서로에게 찌른다……. 첫 번째 달팽이가 찌른 침은 두 번째 달팽이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사라졌다. 두 번째 달팽이가 찌른 침도 마찬가지로 첫 번째 달팽이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갔다……. 이제 두 달팽이의 몸은 서로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었다. 그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약 15분 동안 서로 붙어 있는 상태로 열락의 기쁨을 누리며 그대로 있었다. 그런 다음 서로 아무런 작별인사도 없이 각자 반대 방향으로 기어갔다. ---p.143

마침내 우리 달팽이의 속과 종이 무엇인지 밝혀졌다. ‘네오헬릭스 알보라브리스’Neohelix albolabris. ‘네오’는 새롭다는 뜻이고 ‘헬릭스’는 나선형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알보라브리스’는 흰 입술을 뜻한다. 보통은 ‘흰입술숲달팽이’라고 부르는데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이 달팽이들은 남쪽으로는 조지아 주, 북쪽으로는 온타리오와 퀘벡 주, 그리고 서쪽으로는 미시시피 주까지 습기가 많은 숲 속에서 서식한다. ---pp.185~186

병원균은 태초에 이 지구상에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모든 생물 종들의 등장에 기여한 원시 수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성분이었다. 내가 달팽이와 대면하게 된 것도 사실은 바로 병원균 덕분이었다.
병 때문에 언제나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동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의 생존이나 내가 속한 종의 생존문제가 아니라 생명 자체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임을 깨달았다. ---p.……) 지금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연체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행운이다. 연체동물이 살아온 시간은 우리 인간이 세상에 나온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긴 역사다. 육상달팽이, 그들은 앞으로도 낮이 되면 지구의 광대한 풍경을 가로질러 자신들이 파놓은 굴속으로 몸을 숨길 테지만 어두워지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밤새도록 느긋하면서도 우아하게 미래를 향해 수백만 년을 미끄러지듯 조용히 기어가면서 그들의 신비스러운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pp.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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