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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리뷰 총점9.0 리뷰 23건 | 판매지수 2,280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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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654g | 140*210*35mm
ISBN13 9788937436734
ISBN10 89374367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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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더 그럴 건가?”
“‘얼마나 더’라니, 뭘?”
“얼마나 더 종이 나부랭이나 씹으면서 먹물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살 거냐고?”--- p.14~15

인간의 영혼이라는 진흙은 아직 예술 작품으로 빚어지지 않은 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고, 그 내면의 감정도 조잡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p.19

삶을 그토록 사랑하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종이와 먹물에 파묻혀 살아 왔던 것일까?--- p.29

아, 영혼이여, 지금까지 넌 그림자만 바라보고도 만족해 왔지? 하지만 이제 너를 날고기 같은 삶의 실체 앞으로 데려갈 테다.--- p.21

“결혼은 했나요?”
“난 사람 아닌가? 사람이라는 건 눈이 멀었다는 뜻이라오. 나도 이전 사람들이 빠진 진창에 얼굴부터 처박았소. 결혼해 봤단 말이지. 꼴좋게 망가졌고, 그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달렸소. 중산층 가장 노릇도 하고, 집도 짓고, 애새끼들도 낳았지. 하나같이 골칫덩이뿐이었어!”--- p.30

살아서 팔딱거리는 심장,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끊어지지 않은 거칠고 야성적인 영혼, 가장 단순한 인간의 언어로 이 노동자는 내게 예술, 사랑, 아름다움, 순수, 정열의 의미를 뚜렷하게 일깨워 주었다.--- p.30

이 세상에 기쁨은 많다. 여자, 과일, 이런저런 생각. 하지만 온화한 가을날 섬들의 이름을 읊으며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기쁨도 없을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고요하고 안락하게 현실에서 꿈으로 옮겨 주는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경계란 경계는 모두 사라지고, 낡을 대로 낡은 배의 돛대에서도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린다. 정녕 이곳 그리스에서는 질퍽한 일상이 한 떨기 기적의 꽃으로 피어난다.--- p.35

진흙 덩이를 들고 원하는 건 뭐든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시오? (중략) ‘주전자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지.’, ‘석유램프를 만들어야지.’, ‘뭐든지 다 만들겠어!’ 이렇게 중얼거리지. 내 분명히 말하지만, 이렇게 외친다는 건 진정한 인간이 된다는 거요. 자유 말이오!--- p.38

‘아, 그게 바로 자유라는 거구나.’ 나는 그곳에서 생각에 잠겼다. ‘열정을 품는 것, 그래서 금화를 긁어모으는 것, 그리고 갑자기 그 열정을 짓눌러 버리고 갖고 있는 걸 모조리 던져 버리는것 ?허공에 내던져 버리는 것 말이다.--- p.50

“이런 게 멋진 인생이오, 보스 양반. 살맛 나는 인생에다 닭 한 마리까지! 자, 봐요. 난 지금 바로 이 순간 마치 죽을 것처럼 행동합니다. 황천길로 떠나기 전에 후다닥 닭 한 마리를 먹어 치우는 거요.”--- p.73

“나는 결점이 많은 사람이오.” 그가 말했다. “이 결점 때문에 신세를 조질 듯싶소이다.”--- p.95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누구라도 도망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악의에 찬 듯 투덜거렸다.
“어디로 도망친단 말입니까? 어디든 하느님의 손바닥 안 아니겠어요? 구원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러운 건가요?”
“아니에요. 아마도 사랑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한 기쁨이겠죠. 어쩌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 청동 손을 보고 있자니 도망치고 싶네요.”
“자유를 원하신다 이거군요?”
“네, 그래요.”--- p.96

일하려면 기분이 좋아야 해.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카페에나 가서 앉아 있어!”--- p.97

나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세상과 인간 영혼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이 나그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단 한 번도 싫증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얘기해 보세요, 조르바, 얘기해 줘요!”--- p.100

이 남자는 학교의 문턱도 밟아 보지 못했으면서 정신은 누구보다 멀쩡하구나.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지성이 열리고 가슴이 원시적인 담력으로 부풀어 올랐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조르바는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풀듯 풀어 버리는구나. 조르바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대지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실수를 범하지 않는 거야.--- p.122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 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순간이 다 지나가 버린 뒤에야 비로소 뒤돌아보며 때로는 갑자기, 때로는 흠칫 놀라며 그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곤 한다. 그러나 이곳 크레타섬 해변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p.127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찾아다니는 거요.”--- p.191

우리 세대는 너무 잘난 탓에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관한 좋은 책을 읽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책을 선택할 정도였다.--- p.191

나는 달빛 아래서 조르바를 바라보며 그가 얼마나 단순하게 세상과 맞물려 있는지, 몸과 영혼이 그의 안에서 어쩌면 그렇게 하나가 되는지, 모든 것이 ?여자, 빵, 지성, 잠이 ?그의 육신과 즉시 절묘하게 결합되어 조르바로 변하게 하는지 탄복을 금치 못했다. 나는 여태껏 인간과 우주가 그토록 다정하게 어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p.245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부당하고, 부당하고, 또 부당한 거요! 난 이놈의 세상이 하는 짓거리를 인정할 수가 없어.--- p.440

우리네 인생이란 어느 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인가. 비바람에 나부끼는 가을 나뭇잎처럼 우리는 얼마나 쉽게 만났다가 또 얼마나 쉽게 헤어지는가. 우리의 눈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 몸매, 몸짓을 기억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몇 해만 흘러도 그들의 눈이 파랬는지 검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 p.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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