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삶은 각자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좁은 길로의 암시다. 일찍이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었던 적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게 되기 위해 애쓴다. --- p.9
지금까지 이야기한 나의 모든 체험 중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도 오랫동안 남았다. 아버지의 거룩함에 나타난 최초의 균열이었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받치던, 그리고 누구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넘어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기둥에 베인 최초의 자국이었다. 운명의 내밀하고 본질적인 선線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균열과 베인 자국은 다시 덮이고 아물고 잊혀지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 계속 살아남아 피를 흘린다. --- p.33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분명 진실이고 옳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다르게 볼 수도 있어. 그러면 대개 훨씬 나은 의미를 갖게 되지. --- p.52
이제 나는 안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달갑지 않은 일은 없다는 것을! --- p.79~80
가정교육을 잘 받은 집안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자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서툴렀다.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의 요구가 주변 세계와 가장 격렬하게 부딪히는 지점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장 혹독하게 쟁취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이때 생애에 단 한 번 숙명적인 죽음과 재탄생을 경험한다. 유년 시절이 허물어지고 천천히 붕괴되고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곁을 떠나며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우주의 치명적인 냉기와 고독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낭떠러지에 영원히 매달려 있고, 평생 동안 고통스럽게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그리고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치명적인 꿈인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매달린다. --- p.85
혹시 내가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적지 않았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일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부지런히 노력하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법 문제도 풀 수 있었으며 화학 분석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못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내 안의 어둠 속에 숨겨진 목표를 끄집어내서 내 앞에 그릴 수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이루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이점들이 있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 내가 그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어쩌면 나는 찾고 또 찾고 수년 동안 찾아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어떤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악하고 위험하고 끔찍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로 살아가고자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 p.163~164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156
깨달은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오직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안에서 확고해지고, 어디로 향하든지 자기만의 길을 찾아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를 깊이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내 경험을 통해 얻은 열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