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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모는 여자

염소를 모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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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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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6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5쪽 | 48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712996
ISBN10 89857129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제까지 벼랑 끝에 배를 붙이고 심연을 내려다 보고 있을수 는 없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긴 길 앞에서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닫고 자신의 본질를 향해 어느 순간 훌쩍 뛰어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뛰어내려 본 사람은 알게 될 것이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심연속에 현실보다, 현실의 현실보다다도 더 강한 구름의 다리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숲을 향해 가는 구름처럼 가벼운 구름의 다리...
--- p.75
나는 갓 서른을 넘겼고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고 자율적이다. 나는 세 속의 금들을 넘어서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죄가 되는가 안 되는가는 오직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고 때로 죄책감 따윈 완전히 사양할 수도 있다.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강하게 밟는다. 차 바퀴가 차선 안의 노면에서 떨어지는 일 따윈 결코 없을 것 같은 자신만만한 흡착감을 느낀다. 모든 것은 맡겨 두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D가 원하는 대로 되어갈 것이고 내가 가만히 있어도 모든 행위는 그가 할 것이다. 남자에게 나를 허락한다는 것은 대체로 그런 형태를 갖게 되는 게 아닌가. 포장된 선물처럼 두 팔을 벌리고 가만히 나를 놓는 것. 여자는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하고 남자는 여자의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한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아름다움이란 자연의 원초적인 폭력이라고. 그러므로 아름다운 여자란, 남들에게 무슨 짓인가를 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폭력이다.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한다. 그리고 그 말이 여자의 욕구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한가에 대해서도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
--- p.175
나 윤미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 일므을 되묻곤 했었다. 미소? 입가에 제각각 나름대로 미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라니....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버지는 어쩌자고 이 심한한 생을 향해 이토록 우화적인 이름을 붙여 나는 내놓았을까? 아마도 아버지는 생이 이 이름에게 조금은 더 관대하기를 바랐던 것인지 모른다. 아니면 이 이름이 생에 대해 관대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겠다.

그것도 아니면 생이란 것의 우스꽝 스러움을 일찌감치 꿰뚫어보셨던 것일까.....아버지의 염원 것분인지 몰라도 어쨌든 나는 내식대로는 관대한 편이다. 이 생에 대해 그리고 나에개해. 그러니 제발 이 참을수도 없는 생고 내게 조금은 관대해 주었을면 좋겠다.나는 웨이트레스가 되고싶다.물빠진 긴 치마를 입고 어느 작은 해수욕장의 한갓진 모퉁이나 시골 국도변의 휴게소에서 스낵과 쿠키를 팔고 초콜릿과 88라이트를 팔고 커피와 홍차와 도넛과 라면도 판다. 바다의 해안에는 희디흰 조개껍질들이 밀려와 싸르락싸르락 닳아갈 것이고 국도변엔 흐르는 시간처럼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닐 것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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