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타고 있는 배의 침몰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배를 버리면 또 다시 어느 배에 오르랴’는 걱정과 ‘낡은 것’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얍삽하게 시류에 편승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 노도처럼 밀려올 때 두려움에 휩싸여 눈을 감아버리기보다, 그 흐름에 올라타 변화를 즐기는 편이 현명하다.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번 기회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다. ---p. 47
경영자라면 어떤 산업에서 일하건, 인건비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일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편해지려고 직원을 고용하거나 폼을 잡기 위해 고용한다면 무조건 망한다. 직원이 많아 너나없이 시간이 남아돌고, 일이 편하다 못해 잡생각마저 드는 상황이 되면 절대로 안 된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된다. ---p. 63
비단 사업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통장 지출 내역을 열어보라. 그중에서 꼭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12개월 할부로 산 명품 가방, 쓸모도 별로 없는데 스펙만 과다한 각종 첨단기기들, 남들이 다 사니까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해 리스나 대출을 끼고 산 자동차나 아파트……. 폼을 잡기 위해 쓰는 비용과 정말 필요하기에 쓰는 비용을 나눠서,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는 것이 좋다. 펑펑 벌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벌 수 없을 때가 온다. ---p. 82
‘돈’을 지켜주는 것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사업도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사랑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성공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돈은 마운드의 선발투수다. 선발투수는 경기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 한다. 그러나 선발투수 혼자만으로는 절대 승리를 거둘 수가 없다. 게임에서 승리를 하려면 선발투수 외에도 타자와 수비진, 불펜투수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것은 바로 감독이다.” ---p. 96
비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최소한 그 분야의 매뉴얼을 쓸 수 있을 만큼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듯 대처하는 것으론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더더군다나 윗사람이 시키는 것만 모범적으로 해내는 성실함만으론 대세를 만들어내는 리더가 되기란 불가능하다.
하나를 보아도 열을 생각해내는 사람이 있고, 눈앞에 힌트가 버젓이 있는데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평소 고민의 깊이만큼 기회가 걸려들기 때문이다. 투망을 넓고 깊게 쳐야 고기가 많이 잡히게 마련이다. 일에서의 학습내용과 그것을 뛰어넘은 자기만의 고민을 지식 아카이브로 저장해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몇 년만 지나면 확연히 차별화되어버린다. ---p. 112
한두 푼도 아니고 1억이 넘는 피 같은 돈이 걸린 일인데, 어려운 법률 조항도 아니고 등기부등본 하나 뗄 줄 모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문제다. 나는 강사니까, 평범한 회사원이니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니까, 내 생존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를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 안일하다. 하다못해 관련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해결되는 일이다. 몇만 원어치 술 마시는 건 안 아까워하면서 1만 원 남짓 하는 책 한 권 사는 데는 주머니를 닫는다. 독서를 ‘취미’ 운운하면서 안 해도 되는 걸로 취급하고 공부는 안하면서, 남보다 손해보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심보는 놀부 심보다. ---p. 134
무엇보다 해당 실무 직원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해이하게 업무 처리를 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잘못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면, 담당 직원도 사장을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직원은 알고 나는 모르면,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게 되고 직원이 보고하는 대로 믿어야 된다. 최악의 경우 직원이 돈을 횡령해도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사업 초기에는 모든 비용을 아껴야 하므로, 내가 지식을 갖고 직원에게 가르쳐줌으로써 값비싼 지식을 가진 노련한 직원을 비싼 돈에 채용하는 대신, 조금 더 적은 임금의 직원에게 ‘배우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게 하며 일을 시킬 수 있다. ---p. 142
그런데 회사를 경영하고 실패를 겪어보면서, 나는 지나친 긍정이든 지나친 부정이든, 즉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별로 신뢰할 게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위 입의 혀처럼 굴며, ‘당신 없이는 못 산다’, ‘당신처럼 ?단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정말 감동 받았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반대로 돌아섰을 때 더 혹독하게 나를 배신하고 비난한다는 것을 말이다. ---p. 161
대개 제대로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잘 저지르지도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이 주겠다는 선심을 선뜻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존감이 강하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 이상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하는 현실주의자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거나 분에 넘친 대우를 받는 일,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로 떡고물을 얻어먹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골라 뽑았어야 했다. 애초에 자기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덥석 받아 입는 자들을 신뢰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눈이 어두워 그렇게 했더라면, 그들의 배은조차 그냥 달게 받아넘겼어야 했다. ---p. 176
노골적인 아첨도 있지만 ‘위장된’ 아첨도 있다. 노골적인 아첨이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것이다. ‘잘되고 있다’, ‘잘하고 계시다’, ‘사장님의 리더십 아래 모두 노력한 결과 여기까지 왔다’는 식의 상황과 여건을 호도하는 발언과 행위다. ‘칭찬’과는 다르다. 그리고 ‘위장된’ 아첨도 있다. 듣기 싫은 직언을 하는 듯한 말을 섞음으로써 교묘하게 아첨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를 분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듣기 싫은 말의 실체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실체가 없는 것’, ‘비판이 아닌 것’, ‘대안이 없는 것’을 모호하게 적시한다는 점이다. ---p. 181
사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직장 다닐 때와 가장 먼저 달라지는 점은 ‘돈에 대한 감각’이다. 그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썼던 것도 새삼 달리 보인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 쪼들릴 때는 임대료, 월급, 복리후생비 등이 사채업자의 빚 독촉처럼 느껴질 뿐 아니라, 하물며 볼펜 한 자루, 복사지 한 묶음 사는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p. 208
내가 직접 운영을 하면서 느낀 첫 번째 교훈은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실도 화려할 필요가 없고 시설에도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화려함으로 부족한 실력을 커버하려는 사기꾼들이나 그렇게 한다. 강남에 가보라. 번듯하게 차려놓고 자금 모집해서 먹고 튀는 벤처들이 얼마나 많은지.
인원도 많을 필요가 없다. 초기에는 자는 중에도 ‘원가’, ‘원가’ 입에서 잠꼬대로 튀어나올 만큼 원가를 줄이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어디서 사면 더 싼지, 어떻게 하면 더 절감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고 또 내야 한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금액, 즉 인건비, 임대료, 은행 이자 같은 것은 무조건 최소화해야 한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도 발로 뛰고 직접 전단을 나눠주며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용역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 아르바이트생도 쓰지 말고, 하나에서 열까지 사장이 직접 해야 한다. ---p. 224
나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일이라도 지금 바로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하고 싶다. 사회에 발을 딛고 뛰어들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저울질하며 보내는 시간은 대체로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의 막내로 쓴맛을 봐가면서 밤마다 절치부심 자기 전문성을 쌓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훨씬 더 압축적이고 쓸모 있는 평생 밑천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시험지에선 자신의 진면목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 사람과 부딪히며, 특히 경제적 이익과 자신의 파이를 위해 분투하는 수많은 아전투구의 군상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배우고 자신을 알아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
---p.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