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현대 신학 공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보수적 신학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대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 신학은 어차피 비성경적이고 자유주의 신학이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우리에게 종교개혁 신학이 있으니 굳이 현대 신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목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대 신학 공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진보적 신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현대 신학 공부야말로 현대 교회를 갱신할 대안”이라고 하며 현대 신학 공부에 매진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주장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는 현대 신학을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그 정체를 직접 보여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대 신학자들을 연구하여 그들의 주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현대 신학은 현대 철학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태어나서 그렇습니다. 근현대 철학을 모르면서 현대 신학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국내에서 현대 신학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은 대개 철학을 전공한 이들입니다. 그러면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현대 신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요?
--- ‘그리스도인을 위한 현대 신학 강의를 펴내며’ 중에서
교회 안에는 부지불식간에 현대 신학자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성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입만 열면 자유주의 신학을 비판하는 사람이 사실은 자유주의 신학자들과 똑같이 말하는 것을 보고는 소름이 돋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는 칸트주의자들도 있고, 슐라이어마허를 따르는 이들도 있고, 리츨이나 하르낙 같은 자유주의자들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고, 바르트나 판넨베르크가 말하는 것과 똑같이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대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면, 새롭게 출현하는 신학들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고, 그런 신학들에 의해 호도될 수 있는 교인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현대 교회가 개혁되고 갱신되려면 모든 성도들이 현대 신학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성도들에게 심도 있는 신학 책들을 제공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목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신학 책을 성도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 성도는 목사에게 배우면 되지”라고 말한다면, 그는 가톨릭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목사도 배워야 하지만 일반 성도들도 배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진리를 다루는 현대 신학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그리스도인을 위한 현대 신학 강의를 펴내며’ 중에서
보수주의 성향의 교회에서 자라난 신앙인들 가운데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비판을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보수주의 성향의 목사들은, 참된 성도로 살아가려면 자유주의 신학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단에서 누차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 따르면,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고,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으며, 세상과 조화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기존 교회가 강조하는 성경 중심, 교회 중심, 주일 성수, 십일조, 새벽 기도 같은 주요 신앙 가치에 어긋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자유주의 신학에 관한 저명한 책들을 읽고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목사들도 아주 드물지만 있습니다.
정통 보수 교회의 목사들이 대표적 자유주의자로 뽑는 사람은 스위스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입니다. 바르트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는 신정통주의자인데, 국내의 일부 목사들은 바르트를 자유주의자의 태두로 봅니다. 하지만 그들은 진짜 자유주의자인 리츨, 하르낙, 트뢸치 같은 독일 신학자들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비판하지 못합니다. 본격적으로 현대 신학 공부를 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아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일부 신학자들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나 바르트를 그들의 저서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피상적 비판만 일삼았기 때문에 저는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습니다. 목회자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신학을 탐구하는 성도들에게 자유주의 신학을 제대로 알려 주고, 그들이 자유주의 신학을 좀 더 객관적으로 비판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