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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아빠는 유학 중

진영, 아빠는 유학 중

: 1975.8~1978.8 경남 김해군 진영읍 10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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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22g | 128*188*20mm
ISBN13 9788957315569
ISBN10 89573155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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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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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배웅하고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나와 훈이에게 이미 아빠라는 존재는 멀리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훈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줄곧 번져 나오는 회심의 미소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없는데도 마냥 좋다고 웃고만 있는 이 철없는 두 아들과 세상 모르고 잠이 든 막내아들을 앞으로 몇 년간 혼자 키워야 할 엄마는 우리 옆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진영으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 「01. 진영에 간다!」 중에서

"옥성호, 내가 도전한다이, 나가서 붙자."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아이의 호전적인 태도와 주변의 분위기로 봐서 싸움을 하자는 말인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당해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세련된 본토 표준어로 물었다.
"얘, 내가 왜 너와 싸워야 하니? 싫어. 게다가 싸움은 나쁜 거야." --- 「03. 내랑 한 판 붙자 안 카나!」 중에서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자 여전히 나를 반기는 래시의 왼쪽 눈은 아주 크고 시퍼런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제야 래시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래시를 안고 그 누런 털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래시야, 미안하대이. 내 진짜 맞힐 줄은 몰랐다 아이가. 진짜 몰랐다 아이가. 미안하대이, 많이 아팠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리 없는 래시는 그냥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 「12. 래시야!」 중에서

마당 저 끝에서 훈이를 기다리던 내 눈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또 한 편으로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며 주섬주섬 신을 찾아 신는 동생이 그날따라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나는 훈이가 나를 못 보기를 바랐다. 그러나 훈이는 울면서도 나부터 찾았다. 곧 마당 저편에 숨은 듯 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훈이는 여전히 울면서 내게 다 가왔다. 나는 차마 훈이에게 어떤 말도 걸 수 없었고 훈이 의 눈물 맺힌 눈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내 앞에 온 훈이 는 조그만 손을 내밀었다.
"언니야, 100원 줘."
그 순간 나는 목에 뭐가 콱 막히며 갑자기 눈앞이 확 흐려지는 것 같았다. 말없이 주머니에서 꺼낸 100원을 훈이 손에 올려놓고 나는 대문을 향해서 달려갔다. --- 「16. 훈이와 전기밥통」 중에서

정말로 "황금 날개"를 못 본다면, 그것도 우리 집 바로 뒤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하는 "황금 날개"를 못 본다면 나는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아니 "황금 날개"를 못 보고 남은 인생을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아 보였다.
--- 「17. 황금 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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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아빠의 부재(不在)’는
시공간 개념으로 본다면 사람의 긴 인생 속에서 아주 짧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한 소년에게 그 시간은 평생토록 가장 소중한 추억이며,
때로는 아픔이자 달려가고픈 그리움이 되어 늘 아빠의 내음과 겹친다.
아빠를 통해 세상을 읽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지금 너무 가까이 있기에 고마움조차 잊어버린
한 '거룩한 존재', ‘아버지’의 무릎 곁으로 저도 모르게 다가가게 되리라.
노경실 (『열네 살이 어때서?』,『사춘기 맞짱뜨기』작가)
〈진영, 아빠는 유학중〉은 故 옥한흠 목사의 미국 유학 시절 만 3년 동안, 아버지와 떨어져 시골에서 지낸 초등학생 옥성호의 이야기다. 기억이라는 사진첩 속에서 조심스레 꺼낸 이 추억들은, 근대화가 되기 전인 1970년대 후반의 한국 시골 풍경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목회자 가족이라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다.
백금산 (예수가족교회 담임목사, 도서출판 부흥과개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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