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부터 보활을 시작해서 어느 보육원이 들어가기 쉽고 어려운지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모아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은 구청 직원에게 “보육원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보활 자체도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내가 일한다는 것을 구청에 인정받지 못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는 시스템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엄마에게 보육원이 필요한 이유」중에서
출산?육아의 현장에서는 갑자기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면 가슴 정도는 처지는 게 당연하다’며 분위기가 돌변한다. 보건소나 병원, 육아 잡지에서 내뿜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요!’라는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저기… 가슴 모양이 변한다고 들었는데요’ 하는 질문은 머리에 떠오를 새도 없다. 나의 체형이 변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아기의 건강이 제일인 게 당연하죠’라는 분위기 속에서는 무조건 모유가 나오도록 노력하는(나오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분유가 없어서 모유를 먹이지 않으면 아기가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닌데 모유를 먹일 때의 단점으로 ‘가슴이 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너무 언급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가슴에 관한 불편한 진실」중에서
나는 남의 육아법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여자에게는 이런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남자에게는 이런 행동이 허용된다. ‘도저히 못 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어 표현하는 것.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낼 것인가의 여부는 개인차에 따르겠지만, 여자보다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하다. 길가에서 무섭게 아이를 노려보며 야단을 치는 엄마가 있다. 마트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엄마가 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아빠보다는 엄마다. 단순히 아빠보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도저히 못 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을까?
---「아빠는 되고 엄마는 안 되는 것」중에서
나도 결혼할 때 남편의 어머니가 “식사라든가, 건강 해치지 않게 잘 챙겨주렴” 하고 침통한 얼굴로 부탁하시기에 ‘네? 뭐라고요?’ 하고 생각했었다. 그때 남편은 이미 혼자 산 지 거의 10년이 지난 참이었다.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계속 남편은 혼자 살아갔을 테고, 남편은 나보다 집안일도 잘하고 몸도 건강한데 어째서 결혼했다고 해서 그때부터 남편의 건강 관리가 내 일이 되는 것일까?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해!’ 하고 생각했다. 어째서 여자는 남의 건강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일이 바쁘면 집안일까지 신경 쓰기 힘든 법이고, 집에 가기 싫은 날도 있다. 어째서 남자를 위해서 이쪽이 바쁘게 동동거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엄마가 항상 집안일을 해주는 환경에서 성장한 남자들」중에서
놀이터에서 느긋하게 어정거리는 아빠들에 비해 엄마들을 옥죄는 갑갑함을 느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초등학생 때 반 친구 엄마 중에서 아이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엄마가 있었다. 양장점 직원같이 늘씬하고 세련된 엄마로, 담배를 문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초등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집도 과한 느낌 없이 세련되게 꾸며놓았고, 그엄마는 기본적으로 간섭을 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서 항상 남녀 상관없이 많은 아이들이 그 집에 놀러 가곤 했다. (중략)
‘엄마라면 모름지기’ 운운하는 이미지는 사실 어른들만 갖고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체 무엇을 신경 쓰며 이렇게 갑갑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놀이터에서 캔 맥주를 마시는 아빠들」중에서
만약 현실에서 N이 나의 조언대로 각본가가 되어서 N이 만든 드라마를 봤다고 해도, N의 작품이 아침 드라마가 되고 그 주제가가 홍백가합전에 흘러나와도, 나는 절대 진정한 의미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내 작품이 영상화된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N이 만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니까. 각본가가 되어도, 되지 않아도, 아무리 엄마를 위해 노력해도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N의 심정을 망상 속에서 상상하자 가엾기 그지없었다. 엄마도 딸도, 자기 인생은 자기를 위해 살지 않으면 괴롭기만 할 뿐이다.
---「아이의 장래에 관한 위험한 망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