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5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36g | 104*182*20mm |
ISBN13 | 9788972758921 |
ISBN10 | 8972758922 |
발행일 | 2018년 0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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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36g | 104*182*20mm |
ISBN13 | 9788972758921 |
ISBN10 | 8972758922 |
당신의 노후 009 작품해설 139 작가의 말 156 |
꽤 오래전 읽었던 일본 소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한 사람 죽일 때마다 돈이 나왔던가? 노인을 죽여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그 설정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현실이 될까 무섭다. 아이를 낳는 사람을 줄고 장수하는 사람은 많고. 장수가 결코 축복이 아님을 알기에 나의 노후가 솔직히 걱정된다. 나는 어떻게 늙을 것이고 어떻게 나이 먹을 것인지, 그리고 이 사회는 노인들을 위해 어떤 복지 정책을 펼칠지. 혹 그 모든 과정에서 젊은 친구들의 희생만 강요하게 될 것은 아닌지. 내가 좋아하는 핀 시리즈. 이번에 만난 책은 내 노후를 걱정하게 하는, 그렇지만 걱정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주인공 장길도. 그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노령연금 TF팀 팀장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했던 그는 퇴직 후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맞서는 신세가 된다. 오랜 시간 지병으로 병원에 있던 아내 한수련. 그녀는 오래전부터 노령 연금을 부어왔고, 수급자가 되었다. 하지만 노령인구의 증가로 연금은 고갈될 처지에 놓였고, 연금공단에서는 조직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연금 수급자들을 제거했다. 자신보다 아홉 살 연상인 자신의 아내 한수련도 제거 대상이 된다. 나라와 조직에 누구보다 충심이었던 장길도. 그는 아내가 연금공단의 제거 대상이 되자 혼란을 느끼고 아내의 죽음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동료 후배들의 살해 시도는 계속되는데...
30년 후 혹은 50년 후의 모습이 이런 거라면 장수는 결코 축복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요즈음은 환갑 잔치나 칠순 잔치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잔치를 했다가는 눈총을 받는다고 하니 그만큼 젊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우리나라 나이 기준을 봤다. 청년 19~34세
장년 35~49세, 중년 50~64세, 예비 노년 65~70세, 노년 80~99세, 장수 노인 100 이상 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년이라고 해서 예전의 중년을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 관리를 잘해 40대나 50대도 30대 후반으로 볼 정도니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시절인 것이다. 건강하게 돈이 어느 정도 있는 노인이라면 덜하겠지만 건강하지 않으면서 돈이 없다면 힘든 노년이 될 것이다.
나도 연금을 조금씩 내고 있다. 그 연금을 과연 나는 받을 수 있을까? 나의 노후, 당신의 노후는 안녕 하신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했다. 나이 먹음에 대해, 나의 노후에 대해, 그리고 내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에 대해. 장수가, 노인의 그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서는 안 될텐데 하는 마음으로.
곱등이를 처리하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장길도는 혼잣말을 한다. 실은 속으로 생각하려던 것이었는데 말이 되어 터져 나왔다.
"수련 씨, 대체 왜 그랬어요."
혼잣말을 하려던 것이었는데, 입을 여는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국민연금 들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내 말을 안 들었어요. 왜요……."
(박형서, 『당신의 노후』中에서)
박형서의 소설 『당신의 노후』의 한 장면이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고 있는 줄 알았다. 읽어보면 더 어둡고 암담하고 끔찍하다. 출산율은 낮고 노인 인구 비율은 높아지는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소설이란 그런 것이다.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는 것보다 처절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성하게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내일 보다 오늘이 중요하다.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젊음에 미련을 두기 보다 늙음에 불안해하기 보다 지금 당신의 삶에 연민을 느껴야 한다. 『당신의 노후』는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갈 한국의 시민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외곽 공무원으로 40년 근무를 마치고 퇴직한 공무원 장길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의 아내는 폐 질환으로 요양원에 누워 있다. 장길도 보다 아홉 살 많은 아내 앞으로 장미꽃 한 다발이 배달되었다. 장미꽃 안에는 '한수련, 노령연금 100% 수급을 축하한다'라는 말이 적힌 카드가 있었다. 언제 아내가 국민연금에 가입했을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국민연금이 수령액이 모인 통장을 보여주며 집을 팔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내가 연금 수령자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장길도는 바빠진다. 청년 세 명이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하는 사회에서 해결책이란 국민연금공단의 특별 임무 밖에 없다. 연금 100% 수령자를 찾아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 하는 임무. 장길도는 오랜 시간 동안 국민연금공단의 다른 업무를 맡아왔다. 과다 수급자를 찾아가 사고사,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수급자를 사찰, 감시, 미행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소설은 노인들의 인생사를 한 챕터씩 들려준다. 그들이 태어나고 살고 죽기까지의 간단한 신상을 들려준다. 죽음은 소설 안에서 장길도와 그가 속한 국민연금공단, 즉 국가에 의한 일임이 드러난다. 아흔 살 노인이 택시 운전을 하고 백세를 사는 것이 흔하게 된 세상에서 국가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여 은밀한 죽음을 실행한다. 장길도 역시 국가의 명령으로 그 일을 해 냈다. 능숙하게 했다. 사고 없이 정년을 맞이해 이제 아내의 간병을 하며 지낼 요량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이 적색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걸 알면서 장길도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 아내를 외곽 공무원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임무가 그 자신으로부터 떨어졌다. 젊음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늙음이란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무시무시한 착상에서 출발한 『당신의 노후』는 실패의 소설이다. 젊음과 늙음 그리고 사랑의 실패.
65세 이후를 대비하느라 먹고 싶은 것 참는 당신의 오늘도 실패.
<당신의 노후>는 초고령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비극을 다룬 소설입니다.
매우 친절하게도 이 소설 말미에는 '작품 해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이 소설에 작품 해설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노후를 생각하는 연령대의 사람이라면 그 어떤 해설도 필요없을테니까. 분명 읽는 내내 충격 그 자체일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혐오'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건 말의 힘을 너무 간과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혐오'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저주 받은 느낌이 듭니다.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에 대해서 범죄자가 평소에 '여성 혐오'가 있었다는 식으로...
이 소설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노인 혐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장길도는 보름 전에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한 따근따근한 백수입니다. 그는 아내 수련 씨에게 국민연금은 들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는데, 방금 전 아내가 34년 전 연금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 79세 비생산층, 연금 100% 수급 개시, 생산인구에 속한 자식이 없고 가족은 공무원연금 수급자인 남편 하나, 요양원 장기 거주' 하고 장길도는 하나하나 따져봅니다. '대체 얼마나 위험한 거지?' (18p)
국민연금 100% 수급자 노인이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작가는 14년 뒤, 초고령 사회가 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소설을 빙자한 예측이라고 하면 너무 소름끼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납득이 되는 음모론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계속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노인 세대보다 빈곤하게 살아야 한다면?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책임지기 위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비용은 젊은 사람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노인들에 대한 불만이 쌓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국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당신의 노후>에서 국가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노인들의 자연스러운 죽음을 유도하는 것.
워낙 이 소설이 짧기 때문에 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읽어보는 것이 <당신의 노후>를 생각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난 아직 젊으니까 노후 걱정은 나중에 할래.'라고 생각한다면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어리다고, 아직 젊다고 느낀다면 이 소설은 아무런 감흥이 없을테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란 사람은 충격을 받았고, 이 소설이 마치 현실인 것마냥 아주 잠시 '국민연금을 포기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말이죠.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 그리고 초고령 사회가 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당신의 노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하는,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