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강의
죽음을 맞이하려면 정말로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 준비를 시작하려면 늦습니다. 젊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딴전 피면 가장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p. 34
이것은 일종의 확률 게임이기도 합니다. 확률로 보면 사후 세계는 있거나 없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고 준비하면 어떤 ‘경우의 수’로든 문제가 없습니다.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없는 것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고 반대로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면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후 세계를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p. 58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어느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죽음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죽음학은 죽음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에 들어 있는 삶과 삶 속에 들어 있는 죽음을 동시에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 p. 65
우리 인간이 삶을 사는 이유는 자신을 초월해 우리의 본향인 우주의식(혹은 신)과 하나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 이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p. 178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이나 말, 행동은 우리의 영혼 속에 저장됩니다.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생각도 우리의 영혼 안에 씨앗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그러다 그 씨앗과 공명하는 사건이 생기면 그 씨앗이 발현되어 현실에 사건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 p. 186
임종학 강의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가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하면 삶을 품위 있게 마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임종을 어떻게 준비해야 이번 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느냐입니다.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죽는’ 사건 하나만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죽음은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이어지는 대단히 긴 과정입니다. 그 과정 동안 우리는 많은 고비를 맞이합니다.
이 책은 그 고비마다 우리가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임종의 단계를 나눠,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환자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진이나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 p.10~11
이때 중단해야 할 연명의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입니다. 이런 치료는 환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뿐더러 경제적인 부담도 엄청납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한 사람이 평생 쓰는 의료비 중 절반을 죽기 전 한 달 동안 받는 치료에 쓴다고 합니다. 특히 죽기 전 3일 동안 그 의료비 중 25퍼센트를 쓴답니다. 마지막 단계에 마구 쏟아붓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치료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 효과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돈을 버리는 것도 아깝지만, 그런 치료가 당사자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니,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 p.75~76
잠을 많이 자니까 환자 스스로 현실과 꿈의 세계를 혼동해 불안해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헛갈릴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집이라고 한다거나, 영 다른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들 역시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으니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환자가 그렇게 주위 환경에 대해 혼동할 때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질책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그래요?” 하고 가볍게 받아넘기면 됩니다.
말기 질환 환자들의 경우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어떤 질책도 해서는 안 됩니다. 반응도 예민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 p.144
이번 기회에 수의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수의를 꼭 새 옷으로 장만하지 말고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옷을 가져다 쓰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이니 새 옷을 지어드리자는 생각도 좋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고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 옷을 입히는 것보다 생전에 즐겨 입던 옷을 입혀드리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는 게 쓸데없는 낭비도 줄이고 고인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p.174~175
슬픔을 그냥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사별은 우리에게 삶을 깊게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테면 사별의 슬픔을 겪으면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질문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즉 삶과 죽음의 의미, 사후세계에 대한 진지한 관심, 인간관계의 본질 등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진정한 인간이 되려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사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이런 심오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p.223~224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임종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 일은 병환이 깊어진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 언제 시작하든 빠른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당장 만일 내가 지금부터 임종 단계에 들어간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