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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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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50g | 128*188*20mm
ISBN13 9788931007107
ISBN10 89310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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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p.9

거울처럼 잔잔하게 잠든 호면에서 보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보라. 끌어올린 노에서 이따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구원의 물방울. 알아보기도 힘든 자디잔 물체와 들릴 듯 말 듯한 소음. 그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스러져가는 것이다. ---p.16

무엇보다도 이삭처럼 원통형의 꽃차례를 가진. 더부룩하니 솜털이 나 있는 가냘픈 줄맨드라미, 어린 고사리손은 이 꽃이 만발할 때면 위에서 아래로 꽃차례를 따라 더듬어보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었다. 만개했을 때 그 꽃은 흡사 빨간 여우 꼬리처럼 보였고, 초록빛 솜털 외투를 입고 딱딱해져 있는 조그마한 꽃의 표면은 어린이의 손가락에 구릿빛 꽃가루를 묻혀 주는 것이었다. ---p.54

이 나무는 우리의 인생보다 더 위대한 거다. 이 나무의 고향은 거대하고 말없는 자연이란다. 자연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야. 자연은 이런 나무들이 심어진 모든 대지와 더불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모든 도시를, 프랑크푸르트와 아샤펜부르크를, 비르프부르크와 뮌헨을 가로질러 흐르는 따스하게 끓어오르는 강물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 돌아오면 불현듯. 그야말로 야생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대문 앞에 서서 창문 안으로 돌팔매질을 하게 되는 것이란다. ---p.69

건초의 향내 속에서, 이미 죽음에 의해 베어지고 망각의 세계에 묻혀 버린 그 옛날의 풀을 베던 무리들이 아물아물 부동해 온다. 온통 햇볕에 그을러 거무튀튀한 얼굴의 기다란 사슬. 교회의 축성일이면 클라리넷을 불었던 그들. 나무껍질의 담배통에서 흙 묻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냄새 맡는 담배를 집어 올리던 그들.
---p.127

이렇듯 그 꽃은 막 피어나는 처녀처럼 순결하고 수줍은, 겸손하면서도 오만한 모습이었다. 이 꽃의 영롱하고 신선한 광채는 정열적인 빨간 불꽃과 신비스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선정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암적색의 작약을 제일 좋아했다. ---p.57

모든 일의 전말을 나는 지금껏 기억하고 있습니다. 언덕으로는 푸르스름한 어두운 밤이 가라앉아 있었고, 나무 위로는 달빛 하얀 밤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온통 그늘이 드리워 있었지요.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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