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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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0쪽 | 580g | 148*225*20mm |
ISBN13 | 9788971998557 |
ISBN10 | 8971998555 |
발행일 | 2018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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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0쪽 | 580g | 148*225*20mm |
ISBN13 | 9788971998557 |
ISBN10 | 8971998555 |
서문 ― 역사란 무엇인가? 프롤로그 ― 기록, 과학, 문학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거리의 이야기꾼, 헤로도토스 | 페르시아 전쟁과 『역사』 |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그리스 세계의 몰락 | 세계사와 민족사의 동시 탄생 | 사실과 상상력 | 서사의 힘과 역사의 매력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역사가의 우아한 복수 | 기전체로 그린 시대의 풍경 | 사료의 공백과 문학적 상상력 | 역사의 코스모스 제3장 이븐 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 과학과 역사의 첫 만남 | 『성찰의 책』과 『역사서설』 | 왕조의 흥망과 ‘아싸비야’ 이론 | 역사가와 종교의 속박 | 왕이 된 예수 | 이슬람 세계의 통합과 분열 | 군주에게 준 경고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타고난 역사가 전문 역사학자의 시대 | ‘문서고 깨기’의 달인 | 역사와 신학 | ‘있었던 그대로’의 생명력 없는 역사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해석에서 변혁으로 | 유물론, 변증법, 유물사관 | 공산주의 혁명과 역사의 종말 | 후쿠야마의 변종 역사종말론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주의 역사학 | 박은식의 『한국통사』 | 개명 유학자에서 민주주의자로 |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 『조선상고사』 | 걸출한 사료 연구자, 신채호 | 김부식의 역사 왜곡 | 백남운의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 | 식민사관과 유물사관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역사란 무엇인가』가 난해한 이유 | 역사가와 사실 | 모든 역사는 현대사 | 개인과 사회, 역사의 진보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 『역사의 연구』, 문명의 백과사전 | 도전과 응전의 기록 | 창조적 소수자와 내적·외적 프롤레타리아트 | 문명의 충돌 | 단층선 분쟁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부족 인간에서 사피엔스로 | 과학자가 쓴 역사 | 인지혁명과 역사의 탄생 | ‘역사의 최대 사기’ 농업혁명 | 신이 되려는 인간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참고문헌 찾아보기 |
나는 대학에서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내가 왜 자연과학을 택했는지는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단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문과 과목에 더 흥미가 있었고 좋아했는데 왜 다른 선택을 했는지 가끔 생각이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볼 뿐이다. 대학 때는 당시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학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게 형성된 나의 독서습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업무와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지만 딱히 독서습관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중국관련 업무를 하면서 중국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나의 독서습관은 바뀌었다. 소위 인문학에 대한 책들, 그 중에서도 역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여전히 한국사와 동양사 그리고 문명사에 머물러있다. 서구의 역사도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읽어보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흥미에 따라 읽을 뿐이다. 요즘은 그들의 역사도 체계적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들 사고의 근원이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책들을 먼저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책 [역사의 역사]를 읽게 되었다. 저자인 유시민의 책은 대부분 읽었기에 그의 생각이나 글쓰기 방법 등은 이미 익숙했고, 그의 생각을 빌어 역사서에 대한 입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읽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서양의 역사가 16명이 쓴 역사서 18권을 다루고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동양의 역사서이다. 박은식의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는 우리의 역사를 다루었고,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역사, 그리고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은 이슬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역사서는 모두 식민지시대에 쓰여졌다. 박은식은 조선의 망국과 민족해방투쟁의 아프고 고단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기술했다. 그는 망국의 역사가 아니라 광복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당대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 반해 신채호는 조선의 정신을 살려내기 위해 집요하게 고대사를 파고 들었다.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다’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조선상고사]는 단군왕검 건국에서 시작하여 백제의 패망에서 끝이 나는 미완의 역사서이다. 정통유물사관을 견지한 식민지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백남운은 [조선사회경제사]에서 원시시대부터 삼국통일 이전까지의 경제사를 다룬다. 그 시기를 노예제로 규정한 그는 아마 민족해방투쟁의 수단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받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서구의 역사서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폰 랑케의 [근세사의 여러시기들에 관하여]와 [강대 세력들 정치,대담,자서전],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그리고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중에는 저자와 제목을 알고 있는 책도 있고, 여기서 처음 알게 된 책도 있으며, 이해 여부를 불문하고 읽어 본 책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저자의 시각을 빌려서 이지만, 이들 역사서가 어떤 책인지를 알게 되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지만 그냥 건너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만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이론서이다.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서들의 마지막 분류로는 문명사이다. 슈팽글러의 [서구의 몰락],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이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나에게는 서구의 역사서들보다는 이 책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따라서 대부분 읽어본 책들이다. 20세기 들어서 개별민족이나 왕조, 국가가 아닌 문명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등장했고, 토인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문명사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역사와 과학이 융합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문명사가 아닌 인류, 그 자체의 역사를 다룬 문명사가 쓰여진다. [총,균,쇠]와 [사피엔스]에서 다이아몬드와 하라리는 문명 발전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낸 근본원인은 환경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기존의 서구학자들이 주장하는 문명의 해석을 반박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가 왜 역사서를 읽어야 하고, 또 역사서를 읽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자는 역사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231쪽)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235쪽)
또한 저자는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데 있음’ (17쪽)을 절감했다며, 역사의 역사란 ‘인간과 사회의 과거에 대해 문자 텍스트로 서술하는 내용과 방법이 변화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 (15쪽)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 [역사의 역사]에서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역사가를, 역사이론서가 아니라 역사서를 다루었다고 한다. 나 역시 역사이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1쪽)
그러나 우리가 남의 역사서를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역사는 사실을 쓴 이야기이고 언어로 재현한 과거인데, 남의 언어로 재현한 남의 과거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흥미를 느끼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기초정보를 알아야 한다.’ (51쪽)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역사나 동양고전은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지만 서구의 역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틈나는 대로 읽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중의 기초가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서구의 역사서들을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역사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준 것은 분명하다.
인류의 행적이 문자로 기록된 이래로 현재까지 수많은 역사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역사로 다뤄지는 부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들이 실험과 분석을 통하여 발견되는 새로운 영역의 것이 아니라 이미 과거의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토록 다양한 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왜 동일한 사건과 시대, 인물이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기술되고 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역사서의 내용을 일차원적으로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담긴 다양한 함의(含意)를 짚어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는 바로 그러한 부분들을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부터 최근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를 통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하나의 방법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의 역사]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다소 광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이 [역사 서술의 역사]임을 알게 된다면 저자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 된다. 이미 인문학의 고전에 반열에 올라 있는 역사서는 물론이고 현재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역사 서술의 시간적 흐름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시민 작가는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역사서와 그를 기록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몇 가지의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헤로도토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투키디데스에 대한 내용은 역사 서사에 대한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마치 당시의 상황을 실제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생생히 묘사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즉,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 그의 묘사는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에 반하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한 투키디데스의 기술 방법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원인 분석에 치중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연대에 따른 꼼꼼한 기록과 더불어 그리스 내전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언뜻 이 둘의 기술에 대한 차이는 사실과 상상이 역사에서 어느 정도 허용이 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결국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각각 페르시아와 그리스라는 세계 전쟁과 그리스 내전이라는 민족 전쟁에 대한 둘의 기록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 쓰여져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역사 기술을 통하여 역사 서술의 고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직접 경험한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헤로도토스는 다양한 사료를 통하여 기술을 하였으며, 투키디데스 역시 자신의 경험에 더하여 다양한 사료와 글들의 비교를 통하여 기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대중에게 역사의 극적인 부분들을 선사하고,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신화와 전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간결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러한 차이는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큰 것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들은 제한된 자료로 인하여 당시 역사가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고충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사실의 잣대를 그 당시의 역사에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사마천의 [사기]는 축복을 받았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이내 공감하게 된다. 비운의 역사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역사를 기록하는 관직에 있었다는 점과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풍부한 사료와 기록이 있었기에 그를 바탕으로 [사기]를 기술할 수 있었다는 점은 왜 [사기]가 역사서로서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기]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사마천이라는 인물의 관점과 생각이 반영된 서사라는 부분이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기반한 기록에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에 대한 해석을 추가한 부분이라든지 [화식열전]과 같이 자신의 관점과 기준에 따른 인물들의 이야기의 분류는 역사 서적이 그저 사실에 대한 기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서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관점과 방향성에 따라 달리 기술되는 역사 서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인물과 책은 바로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이다. 이슬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이븐 할둔과 그의 저서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지식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가 1300년대에 활동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술 방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류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이전의 기술 방법과는 달리 빅 히스토리의 개념으로서 인류사를 다루면서 그 안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였던 것이다. 물론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찾기 위한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그러한 보편적인 원칙을 찾아내기 위하여 다방면에 대한 그의 기술은 거꾸로 당시 이슬람 세계에 대한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역사의 역사]는 첫 장에서도 잠깐 언급한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에 대한 부분을 랑케와 에드워드 H. 카의 저서와 행적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랑케의 필법은 말 그대로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기술 방법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역사가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통하는 부분이지만, 그의 역사 기술이 철저히 문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역사 서적이 단순히 사실의 나열 및 정리에 그친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다. 또한 그가 각국을 방문하여 얻은 문헌 역시 승자의 기록과 같이 편향된 조건에 의하여 보존된 자료이기에 문헌이 반드시 객관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는 점은 랑케 필법의 한계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바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하여 비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에드워드 H. 카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기획한 의도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중략) 역사가와 사실은 평등한 관계, 주고받는 관계다. 역사가는 끊임없이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어 내며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들어 낸다. 어느 쪽도 우위를 가질 수 없다. 이 상호작용은 현재와 과거의 상호 관계도 포함된다.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중략)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 p. 235 中에서 : [역사란 무엇인가]의 내용 -
저자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이 부분의 인용을 통하여 다음의 사실을 도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역사 서술에 대한 설명을 압축하여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과거의 것이고 역사가는 현재에 산다. 과거의 사실 가운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기준과 그 사실들을 일정한 관계로 맺어 주는 해석의 관점은 역사가를 둘러싼 현재의 환경, 역사가의 경험, 역사가의 이념과 개인적 기질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중략)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 p. 235 中에서 -
저자는 역사가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역사를 객관적인 사실, 분석된 사실로 알고 있던 우리에게 '이야기'라는 표현은 역사를 서술하는 이의 개입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사마천 또는 투키디데스가 독립운동 시기의 우리의 역사에 대하여 기술한다면이라는 가정이 실제 박은식과 신채호의 역사 서술로 이어진다라는 부분은 역사 서술 당시의 상황이 서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동시대에 그들과 달리 식민사관이 등장하였다는 점은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달리 역사가 서술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헌팅턴이나 토인비와 같이 특정 국가나 시대가 아닌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하는 부분이라든지 과거의 역사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하여 논하는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도 기술의 관점에 따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서술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역사의 역사]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다르다. 보통 역사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과 개선되는 상황을 발견하게 되지만, 여기에서는 역사 서술이 시간에 따른 발전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른 다양한 형태로 기술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풍부한 자료가 존재하는 현대에 쓰여진 역사 서적이 [사기], [역사]와 같은 고대의 역사 서적보다 우수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그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의 역사]는 역사를 서술한 인물이나 관점, 방법에 대한 우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징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적 흐름이나 상황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 책의 내용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표현되는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함의를 파악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사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기록하는 순간 쓰는 사람의 입장이 배제되고 정확히 사실만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을 기록하되 지어내서 쓰지 않는다라는 '술이부작 [述而不作]'이 그 의미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겸양의 표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인간이 기계적으로 모든 것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역사]를 읽음으로써 역사 관련 서적을 달리 바라보게 된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을 찾는 과정으로 말이다.
나는 유시민 책을 거의 모든 구입해서 읽은 사람이다. 이번 신간도 역사교양서라서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개인적으로 그가 출여한 썰전을 한주도 빠지지 않고 시청했고 알쓸신잡 시즌 1.2도 다 챙겨 봤던 팬이다. 그가 민주 진보 진영에서 최고의 논객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한국 젊은이들과 민주진영에 적잖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책에는 좀 쓴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이게 다 유시민이 좀더 좋은 책을 쓰기를 바라는 애독자에 입장에서 글을 남긴다.
유시민답게 이번 책도 간단 명료하게 역사서에 대한 나름의 배경지식과 본인 주장을 곁들여서 책을 완성한 느낌이고 일반인들이면 그저 이름만 듣고 지나쳤을 것 같은 유명 동서양 고전 역사서에 대한 소개가 되어 있어서 역사에 별 관심이 없거나 관심 있지만 뭔가 가이드와 배경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충분이 역사서를 읽고 싶을수 있게 만든 동기를 부여할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본인도 의도한 느낌이고 하지만 나름 애독자라서 이번 유시민 책에 아쉬운 점은 카 이후에 역사서와 역사이론서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현대 역사서에 지대한 영향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아날학파 역사서와 이론서에 대한 소개가 통째로 빠진점이 아쉽고 대표적으로 브로델 정도는 충분히 소개할만한데 읽지 않은건지 아니면 취향이 아니라서 뺸건지 몰라도 카 보다 더 서구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아날학파 거두인 브로델 언급을 한번도 안한게 의아하게 느껴졌다. 주경철 서울대 교수가 지금 브로델 대표작인 지중해 책도 3권이나 번역이 되있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제목에 책은 좌파 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인데 언급조차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역사에 조금만 관심 있으면 지나치기 어려운 역사서인데 이부분을 통쨰로 스킵한 이유를 좀 듣고 싶다.
현대 역사철학에 또한 엄청난 영향을 미친 푸코의 역사철학적 방법이나 이론 광기의 역사같은 책은 서양 뿐만 아니라 한국 지식담론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이 담론이라는 단어 조차도 푸코의 계보학적인 역사철학과 사회철학에서 탄생한 단어인데 카 이후에 구조조의와 후기 구조주의 역사서와 이론서가 통쨰로 누락된게 너무나 아쉬웠다. 또한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도 언급 안된게 이상했고 이책은 현대 역사학계에 큰 영향력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인데 단 한줄도 언급이 없어서 이부분에 대한 유시민의 학습과 공부가 안된게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역사서술에 대한 발생사를 르포 형식으로 탐색하겠다는 유시민의 의도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은 느낌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서에 대한 서술을 논하고 싶었으면 카 이후에 프랑스 아날학파와 구조주의적 역사서와 이론서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했고 미시사나 생활사 페미니즘과 생태학 그리고 민중사 같은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대한 논쟁과 개념도 양이 적다더라도 소개하고 넘어 갔어야 했다. 현대와 관련된 중요한 역사서가 빠진 느낌 또 생활사의 거두인 필립 아리에스 책도 소개 조차 없는것도 너무나 이상했다.
카와 사마천 사기를 너무나 좋아하는것 알겠는데 이왕 이렇게 단행본까지 써서 동서양 역사서에 대한 역사서술을 시대적으로 고찰해 보고 싶었으면 양이 좀 늘어나더라도 꼼꼼하게 중요한 역사서와 이론서는 소개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론 책이 빠진거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이 현대 역사철학과 역사서에 끼친 영향은 카만큼이나 큰데 유시민 본인이 너무나 카에만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카 이후에 역사 담론에 대한 설명이 통쨰로 빠진 느낌이다. 빅히스토리 소개도 너무나 적은 느낌이고. 다음에 개정 증보판이나 후속작으로 낼 기회가 있으면 카 이후에 20세기 역사서와 이론서에 대한 소개도 좀 넣어줬으면 한다. 토인비 랑케같은 자료도 많은 책들은 소개하면서 브로델과 월러스틴 아리에스를 그냥 지나친거는 너무나 이해가 안간다. 에릭 홉스봄 책도 소개할만 했고. 개정증보판 내서 좀더 내실을 다졌으면 좋겠다. 조금만 역사에 관심 있고 공부한 전공자들이 보면은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여기에 소개된 책들이 정말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서에 대한 변화의 전부라고 볼수도 있어서 자칫 편향되고 균형감을 상실한 선입견을 가질 우려도 있다.
카 이후에 민중사, 여성주의, 생태학,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 담론 등등 이거 전부 지나치고 갑자기 총균쇠와 사피엔스로 마무리 짓는거 너무 문제가 많다고 느껴진다. 유시민을 아껴서 이런 글까지 쓰는데 다음에 개정증보판 내서 이런 부실함을 좀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개된 토인비 책이 10권이 넘는데 사기도 방대한 책이고 근데 그것보다 단행본이 적은 브로델과 월러스틴 푸코책은 그냥 넘어가는게 이해가 안간다. 본인 취향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역사서 위주로 소개하지 말고 정말 역사학계에 중요하고 영향을 많이준 책들 위주로 균형감 있게 소개 했어야 했다. 개정증보판 꼭 내주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나의 한국 현대사나 국가란 무엇인가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역사의 역사는 뭔가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역사서술에 대한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 떄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 유시민은 현재 제일 잘나가는 잘 팔리는 사회인문교양서 저자가 되었다. 이왕 이런 교양서를 쓸꺼면 한번 제대로 공부해서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좀 분량이 늘더라도 잘 써줬으면 좋겠다. 그냥 잠깐 책 많이 팔고 끝낼 생각 아니면 다음에 꼭 증보판을 내주길 바란다. 젊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 역사교양서를 읽고 좀더 다양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동기를 부여 받을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책을 써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