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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1~2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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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998쪽 | 1534g | 152*225*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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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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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쯤부터 청와대와 안기부의 고위 인사들로부터 시사저널 신중식 발행인에게 전화가 빗발쳤다. 맨 먼저 전화를 걸어온 김광일 대통령비서실장은 신중식 발행인과는 서울대 재학 시절에 4.19 시위를 함께 한 ‘4월회’ 멤버여서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잠시 뒤에는 최근 외교안보수석으로 영전한 반기문(潘基文)이 서울대 외교학과 선배인 신중식을 찾았다. APEC을 앞두고 이런 기사가 나가면 큰일이라고 통사정을 했다. 이어 신중식과 경기고를 함께 다녔던 윤여준(尹汝雋) 청와대 대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 p.37

오세응 부의장은 7분 동안 의사봉을 48번 두드렸고, 신한국당 의원들은 여섯 차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서울에 해가 뜨려면 한 시간 반이나 남은 이른 시각에 벌어진 ‘날치기’였다. 야당은 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점과 국회 본회의는 오후 2시에 개의하고 시간을 변경할 때는 원내 교섭단체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법(국회법)을 위반한 점을 문제 삼아 무효화 투쟁을 전개했다. --- p.67

박채서 소령이 보기에 정보사, 특히 공작단은 아직 1960~70년대에 갇혀 사는 군상들의 집합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간부의 상당수는 과거 북파공작 부대인 ‘설악단 B팀’(HID 무력보복팀) 출신으로, 군 복무기간의 대부분을 사회에 동떨어져 육체적 훈련으로 단련되었지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 p.97

심지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기밀문서에는 2008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한나라당)이 자신의 동생인 이 대통령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이고 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대목까지 들어있다. 외교 전문 내용을 100%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위키리크스 문건은 적어도 한국에는 외교관부터 대통령까지 ‘뼛속까지 친미’인 관료들이 많고, 미국의 정보원들이 곳곳에서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101

박 팀장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방공호 설계도면을 복사해 가서 김태우 협조관을 통해 미국 측에 여건을 통보했다. 윌슨 지부장은 뜻밖의 성과에 놀라는 눈치였다. 한 달 뒤에 미국 본토에서 리비아 담당 책임자가 날아와 카다피 타격을 위한 단기 공작이 시작되었다. --- p.104

이미 지휘관의 길을 포기한 박채서는 ‘정보사 공작관’에서 ‘안기부 공작원’으로 변신하는 데 동의했다. 그로서는 안정 궤도에 오른 공작여건을 가진 안기부 비밀 공작요원이 되어 큰 배로 갈아탄 격이었다. 안기부로서는 정보사가 진수시켜 안전하게 항해 중인 공작선 한 척을 선장과 함께 ‘턴키 베이스’로 사들인 격이었다. 결국 공작선의 ‘마스트헤드’가 정보사에서 안기부로 바뀐 셈이었다. --- p.115

북한 측 ‘포대갈이’ 사업 관련자들은 장 씨가 연금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호떡 집에 불난 듯 야단법석이었다. 박채서는 어둠 속에서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불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최후통첩 10일을 하루 앞둔 마지막 날에 서재호를 앞세워 남은 물품 대금을 정리해 주었다. 박채서는 이로써 장씨 일가에 큰 빚을 안기며 북한 수뇌부에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하나 걸쳐 놓았다. --- p.130

50대 남자는 자신을 ‘리인’이라고 소개하고, ‘조선노동당 조사부 베이징 책임자’라고 거침없이 신분을 밝혔다. 그는 대화를 통해 박채서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박채서가 현재까지 접촉해온 북측 인사는 물론, 추진하는 사업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리인이라는 자는 단도직입으로 박채서에게 제안했다.
“우리랑 같이합시다. 우리랑 손잡으면 박 선생한테 선불로 100만 달러를 조건 없이 지원하겠습니다.”
파격적인 미끼였다. 1994년에 100만 달러는 큰돈이었다. 리인은 박채서에게 “선생 같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김영수나 리철 같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 p.134

골프 핸디가 프로급인 박채서는 골프장에서 우연한 기회에 그를 알게 되어 그의 골프 선생이 되었다. 물론 그가 산허우이 회주라는 사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 한번 보복 대상으로 찍으면 끝까지 추적하는 삼합회 조직의 생리가 놀라웠다. --- p.154

금창리 핵시설 의혹은 북한의 역공작에 말려든 것이었다. 나중에 흑금성 공작원 박채서가 북한에 침투해 파악한 바로는, 북한은 국정원-정보사의 조선족 활용 공작을 꿰뚫고 있었다. 북한은 한-미 대북공작에 혼선을 주기 위해 조선족을 포섭해 관련 자료와 핵물질이 든 토양까지 제공해 역용한 것이었다. 국정원-정보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대어를 낚은 것처럼 반기고 관계자들을 포상했던 것이다. --- p.157

북측에서 박채서에게 신뢰할 만한 골동품 감정사를 대동하고 방북해 달라는 요청을 전해 왔다. 박채서가 상부에 보고하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 방북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박채서는 처음부터 북한 측 의뢰품을 감정해온 한광무 선생과 함께 방북길에 올랐다. 그들이 맨 먼저 안내한 곳은 묘향산 국제친선관람관 근처의 산속 동굴이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국보급 골동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북측은 남한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이 골동품 전체의 실제 거래 가격을 알고 싶어했던 것이다. --- p.163

김영룡 부부장은 식사 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불쑥 땅 이야기를 던졌다.
“박 선생, 부여에 사논 땅은 잘 되고 있소?”
그 순간 박채서는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들이 자신을 포섭하려고 찍을 때부터 철저히 뒷조사를 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들의 테스트 관문을 통과하는 의례가 있을 것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예상도 했다. 하지만, 부여 땅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p.201

잠시 후에 김영룡 부부장과 함께 김정일이 들어왔다. 그는 으레 악수 정도는 할 줄 알고 일어서서 대기했으나, 김정일은 그에게 그냥 앉으라고 권하고는 상석에 가서 앉았다. 김정일은 약간의 쇳소리가 섞인 허스키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알기로, 박 선생은 의지가 굳고 대가 센 것으로 알고 있소. 부모에 대한 효심도 강하다고 하던데, 공화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신뢰하오.” --- p. 208

저들은 박채서가 북에 접근한 진의를 파악하려고 마찬가지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학력과 교우 관계, 친인척 관계, 그리고 직업과 근무 행태까지 살아온 흔적을 방북 전에 샅샅이 조사하고 추적했다. 그러고도 그가 방북했을 때는 전혀 예기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그를 시험했다. 적진에서의 활동은 늘 그의 빈틈과 허점을 찾으려는 보위부의 ‘창’과 공작원 신분을 들키지 않으려는 그의 ‘방패’가 부딪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 p. 232

젊은 수사관은 김당이 자리에 앉자, 마치 자신이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듯,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당신 때문에 간첩선 놓친 것을 알기는 합니까?”
김당은 짐짓 모른 체했다. --- p. 276

‘베이징에 상주한 100여 명의 북한 공작원’은 다소 과장되었지만, 장석중이 파악한 북한의 정세 판단과 대선 개입 의도는 대체로 정확했다. 한성기는 다시 한번 ‘총격 요청 카드’를 역설했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있으니,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4.11총선 때처럼 판문점에서 무력시위가 있어야 합니다. 홍보가 중요하므로 사전에 북측과 약속된 지점에 미리 카메라를 설치해, 북측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내려오는 장면을 실감 나게 찍어 뉴스 속보로 방영하면 국민에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 p. 334

“이 과장한테서 들었겠지만, 회장님의 뜻을 직접 전하기 위해 보자고 했소. 윤형이 나라를 위해 기자회견을 해준다면, 무역업체 인수 및 경영을 보장해주겠다고 하십니다.”
‘회장님’은 권영해 부장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윤홍준이 거듭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의욕을 보이자, 김은상은 이대성 실장한테서 받은 1만 달러를 경비조로 건넸다. 윤홍준은 다음날인 12월 10일 오전 주 상무에게 전화해 베이징으로 출국한다고 알렸다. --- p. 368

밤샘 조사는 이튿날 오전 4시에 일단 끝났다. 권영해는 조서에 대한 확인과 몇 군데 수정작업을 거쳐, 마지막으로 서명 날인만 남겨둔 상태에서 4시 40분쯤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5분 뒤에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피 냄새가 화장실 밖으로 퍼져 나왔다. 권 부장이 커터 칼날로 배를 긋는 자해를 했던 것이다. 요란한 파열음은 그가 자해를 한 뒤에 변기를 깨서 난 소리였다. 자해에 사용한 커터 칼은 그의 성경책 속에 있던 거였다. 자해 소동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권영해에 대한 구속은 4월 2일로 지연되었다. --- p. 429

검찰은 북풍 사건 수사 발표에서 사실상 흑금성 공작원 박채서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그가 처음에 국민회의 쪽에 ‘북풍’을 막기 위한 양심적 제보자로서 접근했는데, 나중에 정동영-천용택 의원과의 접촉 사실이 안기부에 포착되자 국민회의와 접촉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국민회의와 북측 간에 연계가 있는 양 안기부에 허위로 보고했다는 것이었다. --- p. 464

김당 기자가 정 의원에게 그의 서운한 감정을 전달하자, 정 의원은 그 심경을 이해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또 문건이 공개된 뒤에 김 대통령에게 ‘흑금성이라는 공작원이 바로 대선 전에 북풍대책팀에 도움을 준 제보자라고 보고되었던 그 사람’이라고 보고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김 대통령도 흑금성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당은 그가 안기부에서 봉급을 받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특수공작원임을 주지시켰다. --- p. 469

“3억 원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대치니, 나머지는 당신이 도와준 정권에서 받으시라.”
아무리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한들, 기존의 안기부 요원들의 처지에서는 본래의 공작 진행 틀에서 벗어나 정치권에 휘말려 들어간 박채서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박채서 본인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 악연이 끝없는 줄로 이어져 2010년 6월 1일 새벽 6시까지 이르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 p. 477
공작원을 그만둬도 골프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춘 가운데, 그에게 골프는 본업인 공작의 성공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는 골프 라운딩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업가들을 사귀었으며 그만이 가진 대북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나 대북사업에 흥미를 가진 사업가들을 자신들도 모르게 ‘협조자’로 포섭했다. --- p.22

만일 그가 국정원·검찰의 주장대로 ‘대남공작원’이라면, 국정원은 그런 사실을 통일부에 통보하고, 통일부는 ‘공작원 리호남’과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려는 남한 사업가들에게 경고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통일부가 리호남의 정체성과 관련해 대북사업자들에게 ‘공작원이니 접촉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안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제2, 제3의 간첩 박채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 p.35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안희정은 대통령의 ‘동업자’라고 해도 민간인 신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안희정은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 밀사의 자격으로 리호남을 만난 것은 전혀 아니라고 부인했다. 당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 간 대화채널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북측이 핵실험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보기 위해서 대북접촉을 한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 p.45

김당 기자는 회담의 영상기록 화면과 회담 참석자들을 통해 리철이 간담회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해보았다. 리철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내각 참사 리철’이 아닌 ‘민경련(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리철’로 소개했다. 리철은 전에도 종종 남측 기업인들에게 자신을 ‘민경련 참사’로 소개해 왔다. 그러나 리호남이라는 이름이 가명이듯, 민경련 참사도 때와 장소에 따라 골라 사용하는 위장 직함으로 보는 게 맞다. --- p.57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비밀 전문은 동맹이나 우방이라는 것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고 실제로는 국익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대사관과 국무부 사이에 오간 비밀 전문은 강대국 미국의 민낯뿐만 아니라 사실상 스파이 노릇을 하며 미국에 줄 선 관료들의 치부를 드러내 주었다. 박채서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추적했던 ‘검은 머리 미국인’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 의해 집단으로 노출된 것이다. --- p.75

국정원에서 해고된 공작원이 사회에 나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는 중국에 가서 사업을 모색하는 한편으로 한때 자신의 보위부 연락책이었던 리철을 통해 ‘아자 전무’ 직함으로 추진했던 북한 전역에서 5년 동안 독점 TV 광고를 촬영하는 사업을 재추진해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를 찍는 수완을 발휘했다. 또 리철의 주선으로 이산가족 개별 상봉을 주선하기도 했다.--- p.85

박채서는 베이징으로 오기 전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책상 서랍에 처와 두 딸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써놓고 온 터였다.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쓴 편지였다. 이처럼 죽을 각오를 하고 왔기 때문인지, 그들의 눈에도 박채서의 결연한 의지가 보였던 것일까? 그들은 듣기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만난 리철은 전날 박채서가 이야기한 바를 상부에 보고한 결과를 전해주었다. 평양의 회신은 뜻밖에도 간명했다.
“그 사람도 자기 조직과 국가에 충성한 것밖에 더 있느냐? 통 크게 봐줘라.”
리철은 김정일 위원장의 뜻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생리와 그가 김정일 위원장을 기망(欺罔)해 면담했던 것에 비추어, 그의 신분이 드러난 이상 보고했을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보위부 김영수 과장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은 그에 대한 문책을 의미했다. 결국 ‘통 크게 봐줘라’는 회신은 김정일의 뜻이었다. --- p.94

김당은 이후 베이징에서 리철을 만나 관련 자료를 주고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제언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의했다. 물론 기자로서 북측이 정상회담에 어떤 의도를 갖고 임하는지도 취재했다. 북측도 최고 수뇌부가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6월 박채서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었을 때, 김당은 리철을 접촉해 정상회담 자료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 p.121

1주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김당은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남한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과 ‘속도조절론’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강종훈은 북-미관계 개선은 남북관계의 기초 위에서 추진할 것임을 역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측에서 통미봉남이라고 하는데 6.15 공동선언이 뭡니까? 자주적으로 통일하자는 것 아닙니까. 다만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은 일단 시동단계인 북·미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 다음에 이미 궤도에 오른 남북관계 개선에도 가속도를 낼 것입니다.” --- p.127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그때 클린턴의 방북이 예정대로 진행되었거나, 적어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아닌 민주당의 앨 고어(Al Gore)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도 한반도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방북할 때도 찬반양론이 있었으나 앨 고어 부통령은 적극적으로 카터의 방북을 지지했다. --- p.143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자, 노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은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미군 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경우에나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사전에 모든 것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사안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 p.164

김당 기자가 1994년 2월 말에 처음 공개한 ‘미국의 한반도 지배 전략’은 한국 측 민·군 참석자들에 대한 취재에 의존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측 정보에 의존한 뉴욕타임스 보도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었다. 김당은 ‘한반도 위기설’의 배후를 추적함으로써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이라는 그림과 함께 미국 군수산업체의 이해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돼 있는지를 폭로했던 것이다. --- p. 215

박채서는 일단 귀국해서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군에서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국방부 권오성 장군, 국방정보본부 고영일 장군, 육군 참모차장 한민구 장군, 그리고 나중에는 김충배 국방연구원장한테까지 물어보았다. 특히 작전통인 권오성 육군 정작참모부 작전과장과는 중국의 군사작전에 대해 세 시간 넘게 심도 있게 얘기를 했지만 그조차도 ‘병아리 작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 p. 301

박채서는 베이징에서 조한 처장을 만나 평양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 세 가지를 듣게 되었다. 그는 그 정보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큰딸 서희와 조한 처장을 함께 앉혀 놓고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 사진을 A4용지에 출력시킨 다음에 뒷면에 조한 처장이 들려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해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 p. 307

어느 시나리오든 미군이 있는 한 중국군은 철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군이 철군하는 대신 미군도 서울 남쪽까지 혹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베넷 연구원은 4개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결국 중국군을 철수하게 하려면 한국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하고 안정화할 만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가 중국의 한반도 개입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미·중 간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 p. 313

박채서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개성공단 조성은 현실적으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금강산관광개발 지역은 군사적으로 후방 지역이고 남측에 개방하기 전에도 제한적이나마 내외국인에게 관광지로 개방되어 소규모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김정일이나 북한 고위층의 의지로 남측의 개발업자와 관광객에게 개방하면 되는 단순한 사업이었다.--- p. 319

특히 박채서는 2002년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에서 북한과 한국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인 조한(朝韓) 처장으로부터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중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명분을 내세워 북한을 무력 점령한다’는 중국군의 ‘병아리 작전’ 계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고, 중국군 상장 계급인 베이징시 무장대장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북한 유사시에 중국군이 북한을 무력 점령하는 사태가 통일에 최대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주변 지인들과 이 문제를 상의를 해왔다. --- p. 346

박채서도 리철에게서 “남측 국정원이 우리 측에 ‘작계 5029의 개념계획’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채서는 2006년 당시 김당 기자에게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주도하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서훈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등 5명이 한팀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8월 초에 북한의 조기 핵실험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막기 위해 북미를 상대로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 p. 351

롯데 측은 박채서에게 150만 평을 요구하면서 성사되었을 경우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지불할 대가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박채서가 사양하자 원 전무와 김 사장은 그에게 넌지시 타이르는 투로 말했다.
“사업은 반드시 계산이 분명해야 성사도 분명해지는 법입니다.” --- p. 354

손유범은 이날 무인 경계 시스템 사업의 기술적 내용을 잘 모르는 박채서를 대신해 리호남에게 비무장지대 과학화 경계시스템 운용방식을 설명했다. 손유범이 “개성공단에 시범 설치도 가능하다”고 하자 리호남과 민화협 관계자들은 관심을 보였다. 손유범은 설명과 함께 무인경계시스템 설명 자료집 소책자와 회사가 공개입찰로 쿠웨이트 지역 비행장에 설치한 무인경계시스템의 설치 및 운용과정이 정리된 사업설명서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합참〉(2003년 1월호) 지에 실린 ‘경계강화를 위한 정보체계 활용’이란 논문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때 팸플릿과 사업설명서를 북측에 제공한 것이 나중에 간첩죄가 되었다. --- p. 362

김정일은 개성지역 골프리조트 단지를 남북합작 사업의 상징성을 최대한 살리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랑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추진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이를 위해 롯데 측에서 전담팀이 구성되어 세계 유명 리조트 단지를 참고해 구체적 조감도와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 자료들은 김정일 책상 위까지 보내졌고 김정일은 이를 보며 매우 흡족해 했다고 한다. --- p. 366

노무현 정부는 개성공단 조성의 필요성과 그 성공 효과를 정책 홍보하여 국민적 호응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개성과 휴전선 사이의 북한군 소개(疏開)나 전략적 주(主)진격로 상의 공백, 남북의 평화회랑 조성은 애초에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미국은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오히려 그들의 세계 전략인 중국 봉쇄정책과 대한반도 전략에 부정적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 p. 369

박채서가 그들의 행태를 관찰해 보건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당황스러워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들도 과거 10년과는 다르게 남북관계가 재설정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온건파 세력은 베이징 등지에 나와서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와 새로운 대화 채널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 p. 394

박채서는 대전교도소 수감 중인 2015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읽고서 깜짝 놀랐다. 자신이 리호남에게서 들었던 싱가폴 회담 내용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 p. 419

박채서는 국정원이 자신의 북측 파트너를 제거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북측에 제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무렵에 북측에서는 대외개방과 대남 교섭을 주장하는 온건파에 대한 대대적 숙청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장성택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 측 대표단장을 맡았던 권호웅(권민) 내각 책임참사가 숙청된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전해 주었다. --- p. 433

“박 선생,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 잠수함이 천안함이 어디 있는지 어케 알고 어뢰 한 방으로 폭침시킨단 말이요? 중국 심양(瀋陽) 군구의 정보 지원 없이 우리 해군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김정일 다음으로 권력 2인자라는 평을 듣고 있던 장성택의 입에서 군부 강경세력에 대해 어찌하지 못하는 고민의 일단이 토로 된 것이다. --- p. 456

와이찬이 2010년 6월 간첩 혐의로 처형되었다고 보도한 ‘장류청 대외연락부 2국 한·조처장’은 박채서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역 점령계획인 ‘병아리(小鷄) 계획’과 왕자루이-김정일 회담에서 논의한 핵심 정보를 입수했던 바로 그 조한(朝韓) 처장이었다. 박채서가 큰딸 서희와 조·한 처장을 함께 앉혀 놓고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어 출력한 사진 뒷면에 그가 들려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했던 그 장유청이었다.
--- p.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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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 기자와 함께 일한 세월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의 기사는 거듭되는 박해와 간섭을 불러왔고, 때로는 짓밟히고 몰수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의 힘에 의해 그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 97년 대선 북풍공작과 안기부 조직표를 처음 공개한 김당 기자가『시크릿파일 국정원』에 이어 논픽션『공작』을 써냈다. 김당은 사실의 아들(the son of facts)이다. 그는 여전하다.

- 김훈 (작가)
김당 기자가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흑금성 공작원 박채서’의 첩보 스토리를 처음 접하고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후 김당 기자를 만나 조언을 듣고 박채서 씨를 소개받아 영화 [공작]을 완성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박채서의 육필수기를 토대로 김당 기자가 취재해 재구성한 책『공작』이 한발 앞서 세상에 나왔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스파이 박채서와 그의 ‘비밀공작 파일’을 담은 이 책이 독자를 긴박한 첩보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 윤종빈 (영화감독, [공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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