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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

리뷰 총점8.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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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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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9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4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1842492
ISBN10 897184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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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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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전 나는 배 난간에 기대어 텅 빈 수평선이 빚어내는 아득함과 슬픔에 흠뻑 빠져 있었다. 섬뜩하리만치 무한대로 펼쳐진 거무스레하고 둥근 바다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위에 적의를 품은 듯 외롭게 이글거리는 태양, 그 속을 망연자실 끌려가는 우리 배가 있을 뿐! 우리의 시선 너머 저 건너편엔 인도나 중국, 혹은 미국이나 호놀룰루가 있겠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방향을 잃은 작은 별처럼 끝없이 황량한 벌판을 쓸쓸하게 둥둥 떠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 p.43
나무를 베고 운반하는 광겅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을 한가롭게 쳐다보는 건 유쾌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일은 짐이고 저주자 압제인 것이다. 이 불쌍한 말레이인들은 유럽인이나 중국인, 혹은 일본인들처럼 이런 일의 주인이나 기업가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무 벌목꾼으로, 끄어당기고 톱질하느 막노동꾼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번 돈은 거의 전부 맥주와 담배 값으로, 시계줄이나 일요일용 모자를 삼으로써 다시 외국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 p.7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영혼의 본향(本鄕)인 인도를 여행하고 쓴 기록이다. 1911년 9월 4일, 헤세는 서른네 살의 나이로 삶의 터전인 가이엔호펜을 떠나 그의 인생 중 가장 긴 여행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인도. 인도는 그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선교사로 포교 활동을 했던 곳이며 어머니가 태어나 성장한 곳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양친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 집 안에 놓여 있던 이국적인 기념품들, 여행하는 선교사들에게서 느낀 인도의 분위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뿐만 아니라 스물일곱 살 때부터 관심 있게 읽던 동양에 관한 이론적 인식을 실제 체험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기후, 형편없는 식사, 열악한 위생 상태, 건강 그리고 예상 밖으로 비싼 물가 등으로, 인도 본토의 남부 지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3개월 뒤 돌아오게 된다. 헤세는 이 여행을 통해 동경의 대상이었던 동양에 적잖이 실망하는 한편, 동양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후 그의 인생과 작품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으며,《싯다르타》《유리알 유희》등의 문학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된다. 유럽 사회 속에서 이방인이었던 헤세는 방랑 끝에 도달한 동양에서 비로소 생의 본질을 찾게 된 것이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8.0

혜택 및 유의사항?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자**맛 | 2009.11.0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솔직히 말하는데, 난 이 책을 살 때부터 지금까지도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헤르만 헤세를 헷갈려한다. 인간을 분위기로 파악하는 인지능력을 지닌 탓에 외양으로는 사실 크게 사람을 구별 못한다. 뭐, 이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그냥 이러고 살기로 결심했으니 괜찮겠지.   살면서 처음으로 책에 이끌려 돈을 모았다. 1만 5천원. 학교 앞 서점에서 처음 책을 봤고, 난;
리뷰제목

솔직히 말하는데, 난 이 책을 살 때부터 지금까지도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헤르만 헤세를 헷갈려한다. 인간을 분위기로 파악하는 인지능력을 지닌 탓에 외양으로는 사실 크게 사람을 구별 못한다. 뭐, 이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그냥 이러고 살기로 결심했으니 괜찮겠지.

 

살면서 처음으로 책에 이끌려 돈을 모았다. 1만 5천원. 학교 앞 서점에서 처음 책을 봤고, 난 반드시 이 책을 사고 싶었다. 한달, 두달, 돈을 모아서 난 서점으로 달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B급 수준의 상태였지만 그 때 그 책은 정말로 멋졌다. 약간 먼지가 쌓이고 흐려진 표지, 살짝 낡은 귀퉁이. 그리고 묵직한 책의 무게는 지금까지도 손가락에 꼽히는 품위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 내 책. 처음으로 만원이 넘는 책을 사놓고 안절부절거리면서 숨겼다. 나에게 책은 사치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책은 옛날부터 숨어보는 것이었고 그래서 난 이 책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뭐, 어차피 부모님은 다 아셨겠지. 나만 해도 처음 보는 책이 생기면 알아차리는데 부모님이 과연 그걸 모르셨을까.

 

책을 보면 절대로 공부를 안하니까, 책만 보니까. 나에게 있어 책은 불법이다. 하긴 나라도 내 자식이 그러면 자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테니 부모님도 이해한다. 책 속에만 빠져있기보단 세상도 알아가야 하는 법, 무엇이든 조화가 중요하다.

책은 담담하게 흘러간다. 헤르만 헤세 특유의 분위기로 인도는 여행을 떠난다.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난 헤세의 세계로 빠져든다. 웃기게도 내가 헤세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인도여행기였다.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아니고, 데미안도 아니다. 난 인간 헤세를 가장 먼저 만났다. 그리고 이 느낌은 내게 있어 헤세를 규정지었다. 헤세는, 따뜻하고 품위있으며 조용한 사람. 그러므로 헤세의 글도 그런 글. 어린 나는 헤세라는 사람을 존경했다. 힘든 시기에 헤세를 만났고, 너무 힘들어서 헤세를 잊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 그는 언제나 느긋하게 갠지스 강을 내려가는 배 안에서 천천히 책이나 읽는 사람이다. 어떤 곳에 있더라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은 못 되었다.

 

헤세. 헤세. 따뜻한 오후의 저녁놀처럼 천천히 난 물들었고, 어느샌가 난 그와 함께 있게 되었다. 헤세는 내게 책을 산다는 것의 놀라운 기쁨과 가치를 알려줬다. 어린 소년이 처음으로 책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을 때처럼 난 지금도 책을 살 때면 두근거리게 된다. 그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 책이 있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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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웠을 것 같은 여행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t*****a | 2000.1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제목은 '인도 기행'이지만, 실제로는 인도의 실론섬과 인도차이나 반도의 말레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만 실려있어 다소 의아했었다. 그러면 그렇지 헤세는 인도 본토에는 가지 못했구나. 그래서 여행은 대부분 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이 여행을 즐겼다기 보다는 고통스러워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무더운 날씨, 모기떼, 신통챦은 음식과 숙소 같은 건;
리뷰제목
제목은 '인도 기행'이지만, 실제로는 인도의 실론섬과 인도차이나 반도의 말레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만 실려있어 다소 의아했었다. 그러면 그렇지 헤세는 인도 본토에는 가지 못했구나. 그래서 여행은 대부분 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이 여행을 즐겼다기 보다는 고통스러워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무더운 날씨, 모기떼, 신통챦은 음식과 숙소 같은 건 누구에게나 괴롭겠지만, 그밖에도 그는 자신이 속한 유럽사회의 제국주의적 침투의 흔적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앞에서 속수무책인 때로는 비굴할만치 굽실거리는 원주민들을 보면서 죄책감과 혐오가 뒤섞인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 그래도 그가 이 여행기를 단순히 동경하던 동양의 아름다는 자연에 대한 예찬이나 신기한 풍물의 나열만이 아닌, 외세의 침입으로 멍들어 가고 있는 하나의 세계에 대한, 단편적이나마 나름대로 양심적인 기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나무를 베고 운반하는 광겅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을 한가롭게 쳐다보는 건 유쾌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일은 짐이고 저주자 압제인 것이다. 이 불쌍한 말레이인들은 유럽인이나 중국인, 혹은 일본인들처럼 이런 일의 주인이나 기업가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무 벌목꾼으로, 끄어당기고 톱질하느 막노동꾼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번 돈은 거의 전부 맥주와 담배 값으로, 시계줄이나 일요일용 모자를 삼으로써 다시 외국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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