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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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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540쪽 | 785g | 150*225*26mm
ISBN13 9788974794422
ISBN10 8974794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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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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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구려는 왜 불법을 아무 저항 없이 수용했을까? 열렬한 불교도이자 강력한 힘을 가진 부견에게 잘 보이려는 몸짓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부처님이 가르친 중생 제도 같은 자비사상을 전파하려는 목적이었을까? 여기에는 더 큰 목적이 따로 있었다고 볼 정황 증거가 많다.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던 것이다.(24쪽)

도림은 바둑을 잘 두었는데 개로왕도 정사를 밀쳐놓고 바둑 놀이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은 바둑으로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도림은 개로왕에게 “백제는 천혜의 요새를 차지하고 있으나 성곽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았고 궁궐이 퇴락하여 위엄이 서지 않는다”고 은근히 말했다. 개로왕은 이 건의에 따라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국고를 탕진시켰다. 도림이 도망쳐 이 사실을 장수왕에게 보고하자 장수왕은 백제를 공격했고 개로왕은 포로로 잡혀 한강가의 아차산성에서 처형되었다.(35쪽)

백제 사회를 정토의 터전으로 여기게 하고 무왕 자신이 미륵불의 도움을 받았거나 자신이 현세한 미륵이라는 암시를 풍겨, 전쟁에 시달리는 민중에게 현세의 희망을 주고 일체감을 다지며 귀족들을 억눌러 절대 왕권을 확보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59쪽)

눌지왕의 한 공주가 병이 들었는데 으레 하던 대로 무의(巫醫, 무당)를 불러 치료하게 했으나 낫지 않았다. 그래서 묵호자를 불러들여 병을 치료하게 했다. 묵호자가 부처님 앞에서 향을 사르고 서원을 내자 공주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눌지왕은 기뻐하면서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묵호자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묵호자는 왜 행방을 감추었을까? 아마도 임금의 신임을 받은 그의 행동에 무의를 비롯한 샤머니즘 세력이 제약을 걸었을 것이다.(62쪽)

이렇게 해서 이차돈은 형장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처님이 신통력이 있다면 내가 죽은 뒤에 반드시 이상한 일이 벌어지리라”고 외쳤다. 이윽고 그의 목을 칼로 내리치자 목에서는 흰 젖이 수십 발 높이 솟았고 머리는 북쪽으로 날아가 경주 외곽에 있는 금강산 정상에 떨어졌다 한다. 또 햇빛이 사라져 갑자기 어두워지고 하늘에서는 묘화(妙花)가 쏟아져 내렸으며 땅이 크게 울렸다. 사람과 만물이 슬피 울고 동물과 식물도 움직였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두려움에 떨며 서로 마주서서 곡을 했다. 길에는 통곡 소리가 이어졌고 우물과 방앗간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70쪽)

의상은 원효와 헤어진 뒤 661년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들어갔다. 그 무렵 조국 신라는 백제 부흥군과 한참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이어 당나라와 연합해 1차 평양 공격에 나섰다. 장안도 고구려 정벌로 소란스러웠다. 의상은 고국의 소식에 귀를 막았을 것이다.(104쪽)

정토신앙은 귀족과 노비에게도 유행을 탔다. 현세에서 부귀를 누리는 귀족들은 죽어서도 극락세계에 가서 영화로운 삶을 연장하고 싶었을 것이요, 노비들은 현세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 내세에는 극락세계에서 잘살아보겠다는 염원으로 아미타불을 신봉했다.(115쪽)

한편 왕자, 귀족 중에도 출가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서민들도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큰 절에는 수천 명, 작은 절에는 수백 명의 승려들이 거주했다. 이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무위도식하는 무리들로, 선방에 누워 배를 긁으며 낮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웠으며 절 옆의 채전 일도 절에 딸린 종이나 신도들에게 맡겼다. 손발 하나 까딱하지 않는 신흥 귀족이었다.(128쪽)

왕실과 귀족의 타락과 갈등으로 지방 호족은 독자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민중도 민활하게 움직였다. 화엄학을 닦는 승려들은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왕실과 귀족들의 손가락질에 놀아나 어용으로 전락했으며 정토신앙과 관음신앙도 민중과 유리되었다. 이런 승려들은 중생 구제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잿밥에만 마음을 쏟아 평민 위에 군림했다.
선종은 이런 시대 분위기를 타고 일어났다.(132쪽)

농민전쟁의 주도 세력은 기층민이었다. 곧 하층 농민과 노비들이 그 기저를 이루었다. 이들은 산속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산사에도 출몰했으며 교종이나 선종의 사찰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불태웠다. 옥석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선승들은 한탄하면서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 불렀다.(147쪽)

고려 창건의 지배 세력은 도선을 철저히 이용했다. (…) 풍수설이 새 유행을 타는 분위기에서 이에 대한 그의 지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신라 왕실에서 먼저 그를 초청했을 때 왕건은 보물을 놓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남쪽의 호족을 포용하는 과정에서 도선의 이미지는 이용 가치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도선을 고려 건국의 당위성을 설파한 술승으로 만들어나갔던 게 아닐까?(164쪽)

당시 미륵신앙은 교종과 선종에 등을 돌린 민중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 궁예가 미륵을 자처한 것도 이런 경우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미륵을 표방한 것은 시대 사정의 반영이었다. 또 청광보살은 관음보살의 푸른색, 신광보살은 아미타불의 광명을 상징하여 관음신앙과 정토신앙을 미륵의 보처(補處)로 삼은 것이다. 행차에 방포를 입고 향과 꽃과 범패를 공양 받은 것은 바로 부처님이나 임금 또는 고승의 장엄한 나들이를 흉내 낸 것이다. 더욱이 궁예가 영역으로 한 북쪽과 중부 지역은 선종 세력이 약했으니 미륵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정치적 효과가 더욱 컸을 것이다.(168쪽)

부유한 절에서는 베나 곡식 따위를 가지고 장리 놀이를 했다. 중들은 각 고을에 관리인을 보내 해마다 이자를 거두어들였다. 중들은 일을 보려고 다른 지방에 나들이하면서 역관에서 잠자고 먹었다. 벼슬아치가 아닌 승려가 역관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도 도리어 역에서 일보는 벼슬아치와 백성들에게 접대를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서슴없이 매질을 가했다.(202쪽)

사원전은 사패지(賜牌地)여서 국가에 조세를 물지 않았으므로 승려들은 잉여생산물을 더욱 축적할 수 있었고, 문벌 귀족은 이를 재산 도피처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12세기에 이르러 진짜 사원전과 위장 분산된 사원전은 산천을 경계로 하는 대토지를 점유했다.(218쪽)

이즈음 옛 동지로부터 이제 결사운동을 시작해보자는 편지를 받았다.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의욕이 솟아나 곧바로 팔공산 거조사로 나왔다. 이 절은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다. 동료들은 그가 거조사에 오래 머물기를 바랐으며 그도 이 절에서 오랜 숙원인 정혜결사운동을 벌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223쪽)

승려군들은 시가를 누비며 김덕명의 집을 헐어버렸다. 이어 최충헌의 집을 파괴하려 내달아가는 도중에 저잣거리에 이르렀다. 최충헌이 휘하 군사와 순검군을 거느리고 와서 격전을 벌여 300여 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최충헌이 성문을 닫아걸고 대수색을 벌여 도망친 승려를 색출해 모조리 죽였다. 마침 큰비가 내렸는데 빗물과 피가 섞여 냇물을 이루었다. 이때 죽임을 당한 승려가 8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하며 시가지에는 시체가 쌓여 있어서 몇 달 동안 길이 막혔다고 한다.(239쪽)

원나라 지배 시기에는 한쪽 다리를 세우고 팔을 그 위에 얹어 편안한 자세를 취한 관음보살상도 등장했다. 이 부처는 머리에 화려한 관을 쓰고 구슬 목걸이를 둘렀다. 얼굴 생김새와 몸체, 옷의 매듭이 티베트 양식과 닮은 불상도 있다.(253쪽)

이 일은 시작한 지 16년 만에 완성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고 헤아릴 수도 없는 물량이 투입되어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 폐단도 적지 않았다. 대우를 잘해준다고 했으나 강제로 동원된 일꾼도 있었을 테고 눈치를 살피다 마지못해 참여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전쟁 통에 불사가 번거로워 백성들의 고통이 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러나 부처를 믿으면 복을 받고 불사에 참여하면 공덕을 쌓는다고 생각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았으며 재산을 털어 보시도 서슴없이 했다.(272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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