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말이야, 수족관 직원으로 일해줬으면 하는데.” “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 이건 전근 명령이야. 다음 주쯤에는 인사과에서 정식 명령이 떨어질 거야. 아니, 젊으니까 경험이 될 거야, 경험! 현장의 업무 경험이라는 건 아주 중요하지.” “저는 시청 관광사업과에서 해고되는 겁니까?” “해고가 아니고 파견이라니까. 수족관 경영은 시의 외곽 단체인 재단법인 아쿠아파크가 하고 있지. 직장이 인기 데이트 장소가 되는 거야. 괜찮지 않아? 나는 부럽네. 조금만 더 젊었다면 내가 가겠다고 했을 거야.” 과장의 코가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저 같은 게, 수족관에 가서 뭘 하겠어요?” “시마 군은 관련 경험이 있나? 희귀한 물고기를 기른다거나.” “금붕어 잡기 경기에서 잡은 금붕어 정도죠. 게다가 옆집에 사는 고양이가 먹어버렸어요.” “그럼, 잘 모르겠군.” 과장은 몸을 제자리로 돌리고 품에서 부채를 꺼냈다. 아직 3월인데 마치 여름인 것처럼 부채를 펄럭인다. --- p.8~9
『자, 여기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신입 트레이너 유카 짱입니다.』 농담하나?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유카 짱, 긴장하지 말고 렛츠 고!』 스탠드에서 박수가 일었다. 선배가 풀사이드에서 손짓을 했다. 이 상황에서는 나갈 수밖에 없다. 각오를 하고 풀사이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손과 발이 함께 움직여버린다. 아, 호스에 걸렸다. 푹 고꾸라지며 균형을 잃어 저도 모르게 가까이에 있던 선배의 옷을 잡았다. “무슨 긴장을 그렇게 해! 침착해. 바우 점프만 하면 되니까.” 『유카 트레이너는 아쿠아파크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입니다. 이번이 처음 라이브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호스에 걸려 넘어져도 여러분의 성원만 있으면 잘 해낼 겁니다.』 관객 스탠드에서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힘내라는 응원까지 날아왔다. (중략) 움직임이 점차 느려진다. 결국 C1은 달리기 코스에서 벗어나버렸다. “어디로 가는 거야? 잠깐만!” C1이 F3에게 다가간다. 벌써 점프 같은 것은 다 잊은 듯 F3과 함께 장난을 치며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마치 사교댄스를 추는 것만 같다. 『미안해. 유카 트레이너. 오늘은 데이트가 더 바쁜가봐.』 박수도 웃음도 없다. 뒤에서 선배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됐어. 스탠드에 있는 관객에게 인사해.” 들은 대로 인사를 했다. 띄엄띄엄 박수가 이어졌다. 『앞으로 더 능숙해질 겁니다. 돌고래도 트레이너도. 능숙해진 모습을 보러 와주세요. 기대의 신인 유카 트레이너였습니다!』 머리가 새하얗다. 그저 자신의 뺨이 새빨갛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돌고래 관으로 돌아가다 또 호스에 걸려 휘청했다. 조용했던 관객 스탠드가 드디어 시끄러워졌다. --- p.77~79
『TV와 똑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남자아이였을 거야. 아주 흔한 감상일 수도 있지. 자네도 몇 번은 듣지 않았을까.” “커플이 해달 관에서 비슷한…… 말을 했어요.” “이 업계, 누구나 알면서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이 있지. 손님은 새로운 발견을 원하며 오는 게 아니야. 확인을 하러 수족관에 오는 거지. TV와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하고 안심하며 돌아가. 만약 자신의 이미지와 다르면 불만과 실망을 안고 돌아가네.” 해달 관의 그 남자가 말했다. ―저 해달에게도 TV를 보여줘서 공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아름답다는 여운에 잠기는 커플도 많아. 기쁜 일이지. 하지만 그 여운이라는 게 뭘까.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열대어가 헤엄치는 바다 속 광경, 그러니까 환경 다큐멘터리 DVD와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커플은 오지 않아요. 아이들도 안 오고요.” “맞아. 이곳은 대학 연구실이 아니야. 수족의 생태를 계몽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속적인 관심사로 관객을 불러모아 그 관객으로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수족관은 박물관의 일종이지만 수입도 지출도 다른 곳과는 자릿수가 달라. 세상의 인식은 박물관이 아니라 유원지에 가깝지. 박물관인가, 유원지인가, 그 틈에 끼어 세상의 모든 수족관은 고민하고 있네. 운영도 박물관 노선과 유원지 노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지.” --- p.228
“그런 카지가 후배에게 줄 선물을 신경 쓴다. 계속 카지를 봐온 나로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싶은 거지. 그래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녀석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이렇게 물어보러 온 거야.” 얼굴이 빨개진다. 큰일이다. 요즘 들어 얼굴이 너무 금방 빨개진다. “선물 같은 건 아무 거나 좋아요.” “그럼 안 되지. 이 업계의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상대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고 했잖아. 나는 카지의 취향은 보고 싶지도 않아. 뭐든 좋으니까 얘기해.” 온몸이 떨린다. 유카는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저기, 해유뮤지엄 현관 옆에 선물용 상품 매장이 있어요……. 아마 거기에 오리지널 오르골 인형이 있을 겁니다. 해변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있고 뒤에서 돌고래가 뛰는 거예요. 고교생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 가격이니 그리 비싸지는 않을 겁니다.” “그거 좋네. 그런데 유카 씨, 잘도 아네. 언제 갔었어?” “아니, 그게……. 아무래도 뭐든 좋습니다.” 실은 그 근처에 본가가 있어서 고등학교 때 매일 그 앞을 지나다녔다―는 말은 죽어도 못한다. 생각해보니 고향이 어딘지 직장에서는 분명히 말한 적이 없다. “오케이! 그 오르골로 하자. 카지에게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아무래도 굳이 부탁하는 건 좀…….” “응?” 유카는 잠자코 고개를 흔들고 남은 말을 삼켰다. 선배에게서 개인적으로 선물을 받는다. 그럴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고 싶다. 게다가 어렸을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늘 얘기했다. 공짜라면 뭐든 받아야 한다고. 유카는 자신의 표정을 들키지 않도록 아래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