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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사슬

천사의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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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52g | 147*210*30mm
ISBN13 9788954653374
ISBN10 895465337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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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야기는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된다. 우연은 변신에 대한 꿈이자 가능성, 필연적으로 시들어 떨어질 꽃들 위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한 마리 나비이다. --- p.10

지붕을 뚫고 솟구쳐 머리를 풀어헤친 불보라가 내 안으로 침투해 오장육부를 헤집어놓았다. 텅 빈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조악한 문명의 흔적 하나를 품고 밤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붉은 괴물을, 사물의 경계를 허물고 카오스로 역행하는 검은 구멍을. 그건 정말이지, 황홀한 광경이었다. --- p.100~101

불이란 건 참 신기해요. 피어오르는 순간 어떤 장소든 경건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로 물들이잖아요. 살갗이 녹아 서로 들러붙는 것 같은, 무슨 얘기를 털어놓아도 마음으로 곧장 스며들 것 같은 분위기. --- p.125

“신들은 영향력에 비해 책임감이 부족한 존재 같아요. 일관성이 없고 매사에 제멋대로잖아요. 사람들이 너무 떠받들어줘서 그래요. 엄마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신에게 감사를 드리지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카르마를 들먹이며 전생의 업보라고 자책했거든요. 전 그 말이 싫었어요. 기억도 못하는 전생의 죄를 왜 내가 뒤집어써야 하죠? 작년에 핀 벚꽃과 올해 핀 벚꽃은 엄연히 다른 꽃인데.” --- p.141

상상의 세계에 골몰하다가 고개를 들어 실제 세상을 돌아보면 나를 통해 주위 풍경에 이야기가 스며든다. 이야기를 머금은 풍경은 다시 자유자재로 몸을 바꾸어 상상의 세계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이야기의 안과 밖이 교통하는 실크로드가 된다. --- p.184

“결말이란 게 거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가능성을 하나만 빼고 모두 배제시키는 거잖아요. 게다가 그 하나는 거기까지 오는 과정의 필연적인 귀결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제한까지 있고. 그게 싫은 거죠.” --- p.225

탐정이 누구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카피에 힘입어 근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된 합리적 이성의 대변자들이다. 그들에겐 이성적 방법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나아가 이 세계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음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 p.241

누구에게나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서부터 논픽션인지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때론 산책로를 벗어나 나무들이 기괴하게 우거진 숲을 헤매는 게 유용한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 p.242

완전한 신이 만든 불완전한 세상. 항상 이게 문제였어.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 아득한 골짜기를 메우기 위해 무수한 언어와 피를 쏟아부었지. --- p.250

악마는 사람들 안에 잠복해 있는 것도 외부에 별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야. 악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 부싯돌이 부딪쳐 불꽃이 일듯, 칫, 그렇게 생겨나는 거지. --- p.251

오늘은 정말 열세번째 종이 울리는 게 아닐까? 그러면 지구의 종말이 올지도 몰라. 마법이 풀리고 모든 게 변하는 거야. 원래의 누추한 모습으로.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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