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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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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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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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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10월 26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9.74MB ?
ISBN13 9788950978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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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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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보기왕이라고 했어.”
다음 순간, 교복 안에 받쳐 입은 셔츠 밑에서 팔의 털이 파도치듯 곤두서는 게 느껴졌다. 그날이다. 그날 오후에 할머니 집에 찾아온 회색 그림자. 그건 할아버지 고향에 전해 내려오는 보기왕이었을까? 그때 느꼈던 공포와 할머니 말에서 짐작하건대, 할아버지는 그날 온 손님을 보기왕이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할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그 손님은 누구였을까. 게다가 그 기묘한 단어……. --- p.24

노자키는 말쑥한 차림에 섬세하게 생긴 남자였다. 나이는 서른둘이라고 하는데, 복장과 단정하게 빗어넘긴 검은 머리칼, 그리고 깨끗한 피부 탓인지 훨씬 어리게 보였다. 반면에 빈틈없어 보이는 눈빛과 표정은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한 적이 있거든. 오컬트 작가라고, 타이틀은 좀 수상쩍지만 성실한 데다 학문적인 지식도 보통이 아니야. 더구나 네게 힘이 될 만한 지인이 있는 것 같아. 만나서 한번 얘기를 나눠보는 게 어때?”
그날 내가 보기왕에 대해 기나긴 이야기를 마치자 가라쿠사는 그렇게 말하며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 p.84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너무나 막막할 테니까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말하자면…….”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다물더니 잠시 후 덧붙였다.
“그 뭔가 하는 녀석은 흔히 말하는 ‘귀신이 씌다’는 것과는 달라요.”
“보기왕 말인가요?”
“네. 기본적으로 어딘가…… 멀리 있어요.”
“멀리?”
“네, 멀리.” 그녀는 내 말을 따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부르는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매번 멀리서 찾아오기 때문에 자신이 찾는 사람이 맞는지 안 맞는지 자신이 없어서요.” --- p.94~95

“아…… 저런 게…… 저런 게 오면 나는…… 나는…….”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푸른색을 띤 보랏빛으로 변하고 온몸은 경직되었다. 겁을 먹고 공포에 떠는 것이 분명했다.
“감지한 거야? 그…… 괴물을?” 노자키가 물었다.
마코토에게 물었다기보다 나와 아내에게, 그녀가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노자키의 눈을 보고 마코토가 보일 듯 말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알아냈다. 영감인지 육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그것’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에……? --- p.109

얼굴에 누리끼리한 것들이 들쑥날쑥 아무렇게나 늘어서 있었다. 어느 것은 날카롭고 어느 것은 구부러지고 어느 것은 길고 어느 것은 짧다. 그것들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움직임은 서서히 얼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는 기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무엇인가가 미끄덩미끄덩 움직였다. 그제야 겨우 알아차렸다. 이것은, 내 눈앞에 있는 이것들은……. --- p.147~148

“치사 씨, 있나요?”
순간, 열차 소리도 에어컨 소리도 전부 멈춘 듯했다. 그제야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괴물이 쫓아온 것이다. 달리는 신칸센을 따라잡은 것이다. 딸을 떨어뜨릴 뻔해서 황급히 다시 껴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 똑똑, 똑똑. 노크 소리가 이어졌다.
“치사 씨, 치사 씨.”
여자의 목소리가 딸 이름을 계속 불렀다. --- p.217

“지금부터 그것을 부를게요.”
그녀는 내가 예상했던 말을 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를 정중하게 들어올렸다.
“그런데…….” 나는 그녀 옆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계속 느껴왔던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것을 불러내서 어떻게 치사를 되찾죠?”
괴물을 설득해서 내놓게 만들까? 아니면 굴복시켜서 있는 곳을 알아낼까? 그것을 매개로 ‘멀리’ 있는 치사와 접촉할 방법이 있는 걸까?
하지만 그것이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이상, 보통의 ‘납치’와 똑같이 간주하는 시점에서 나는 사태를 잘못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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