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차 문화가 민중 속으로 퍼지면서, 문인들의 차회는 차 경연대회인 투다 鬪茶로 발전해 갔다. 실제로 심판과 관중이 있는 정규적인 차 경연대회가 있어서 차를 맛보고 승자를 뽑았으며 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관중들은 올림픽에서 선수를 지켜보는 것처럼 여러 서생들이 차를 한 모금 마시는 광경을 바라보며, 다선으로 얼마나 많이 거품을 만들어내고, 거품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지켜보았다. 거품이 지속되지 않는 차는 지켜볼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그동안 옆에 있는 사람과 점잖게 견해를 교환했고 마침내 ‘비취빛 액체의 거품’의 승자가 선언되었다. 대중적인 오락 형식으로서의 다도인 차 경연대회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명대(1368-1644)에 들어서면서였다. 명대에는 압축된 것이든 가루차든, 차를 거품 내어 마시는 풍습은 사라지고 대신 오늘날 같은 잎차가 융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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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대사는 위대한 스승이었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7년의 명상 중에 하루는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났을 때 몹시 화가 난 그는 다시는 눈을 감지 않기 위해 눈꺼풀을 베어서 땅에 던져버렸다. 이 눈꺼풀이 닿은 땅에서 차나무 덤불이 자랐다고 한다. 그 이후 명상하는 승려들은 졸음을 떨치는 이 신성한 음료의 도움을 받는 축복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달마 대사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있는 눈꺼풀이 없는 눈으로 그려진다. 이 이야기는 차의 탄생뿐만 아니라 선의 탄생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달마 대사는 중국에서 앉아서 하는 명상의 수행을 널리 퍼뜨리고 진정으로 도를 닦는 사람들에게 이 영적인 수행법을 전파했다. 그러나 도교의 도사들은 달마 대사가 도착하기 이전 수세기 동안 명상과 끽다를 해왔다. 이것은 두 개의 이념의 결합이었다. 명상과 무위자연, 무언의 가르침과 무위, 만물의 조화와 공空사상
이라는 선불교의 새로운 형태가 탄생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철학적 여행의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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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년 2월 28일, 일본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많은 존경을 받는 일흔 살의 노인이 의식적인 자살인 할복割腹을 했다. 그는 일본의 통치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의해 친구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죽음의 시를 지은 후 배에 칼을 꽂았다. “칠순 인생, 내가 이 칼을 잡고 있는 순간 부처도, 조사도 없다”라는 시를 남긴 사람은 센노 리큐千利休(1522-1591)로, 후대에 일본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일본의 위대한 차의 대가이자, 일본인의 의식에 차와 선을 영원히 새긴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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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단어의 어원은 역시 중국어이다. 왜 중국어에서 똑같은 물건을 뜻하는 두 개의 다른 단어가 파생하게 된 것일까? 왜 대부분의 아시아와 아랍 국가들이 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에 서양의 유럽 국가들은 tea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포르투갈만 유럽 국가들과 다른 단어를 사용하게된 것일까?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것은 무역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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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먼저? 차 먼저?
우유 먼저 Milk in First의 머리글자인 ‘MIF, please’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논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찻잔에 우유를 먼저 넣고 어떤 사람들은 차를 먼저 따른다. 이런 것으로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논쟁 꺼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듯도 싶다. ‘우유 먼저(MIF)’논쟁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종인지 말해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MIF’파의 가장 큰 논점은 우유는 뜨거운 차가 섬세한 도자기에 닿을 때의 충격을 완화시켜 금이 가는 것을 막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MIF파는 우유를 처음에 붓는 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차가 더 맛있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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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명품1: 티백
슬프다고 해야 할까, 서양에서 차를 마시는 예술적인 행위를 파괴하는 티백을 발명한 것은 바로 미국인이었다. 20세기 초 뉴욕의 차 상인이었던 토마스 설리번은 마케팅 전략으로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다양한 차 샘플을 보냈다. 1908년 어느 날 설리번은 샘플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작은 비단 주머니에 1회 분의 찻잎을 넣어서 보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는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작은 비단 주머니에 찻잎을 넣은 것을 보내보았다. 얼마 후에 그는 고객들, 특히 공공기관에서 이런 작은 주머니들을 더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놀랐다. 그는 주머니에 든 차가 뭐가 특별히 좋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곧 고객들이 그의 의도를 오해해서 비단 주머니까지 찻주전자에 넣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렇게 하면 귀찮게 차를 덜어서 넣을 필요도 없고, 찻주전자를 씻는 것도 간단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전 세계 차 애호가들에게 암적인 존재인 티백이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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