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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08g | 120*224*20mm
ISBN13 9788954617819
ISBN10 895461781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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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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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시차

그가 음독(飮毒)하며 중얼거렸다는 말
인간은 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상상한다

천문학자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정치를 했다는 이력으로 한 죽음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눈이 아프도록 흩뿌려진 별 아래
당신의 몸속 세포와
궤도를 도는 행성의 수가 일치할 거라는 상상이 길다

저 별이 보입니까
저기 붉은 별 말입니까

조용한 물음과 되물음의
시차 아래
점점 수축되어 핵으로만 반짝이던
한 점 별이 하얗게 사라지는 중이다

어둠을 찢느라 지쳐버린 별빛은
우리의 눈꺼풀 위로 불시착한 소식들
뒤늦게 도착한 전언처럼
우리는 별의 지금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뿐

어떤 죽음은 이력을 지우면서 완성되고
사라지는 별들이 꼬리를 그리는 건
그 속에 담긴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일지도 모른다

불가능하게 무거운 저 별, 별들




청진(聽診)의 기억

누가, 두 귀를 잘라 걸어놓았을까

유리창 너머 금속성의 귀
노을을 흘리며 허공을 듣고 있는 청진기였다
의료에 쓰이기보다 헤드셋에 가까운

당신을 듣기 위해 항상 열어두었던 내 귀
채집된 음을 기억의 서랍 속에 숨겨놓은 날이 길다
귀는 깊어 슬픈 기관일 거라는 문장

말더듬이였던 당신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말들이 몸을 떠도는 거라는 소견
이 있었다
함께 받은 처방은
구름의 운율에 따라 문장 읽기를 하라는 것
혹은 가슴에 귀를 대고 기다려주기

청진, 듣는 것으로 보다
모든 병은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안부
말더듬이를 앓는 건 그가 아니라 마음이었으므로
말에 지칠 때마다
당신은 구름이 잘 들리는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문장 읽기를 하다 당신의 가슴에 귀를 묻으면
금세 꿈꾸는 숨소리, 차라리 음악이었고

어느 의사가 병명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안타까워 체내의
음에 귀 기울인 데서 시작되었다는 청진의 기원

이제 당신은 멀리 있고
청진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이므로
두 귀는 고요한 서랍이다

그때의 구름만 내재율로 흐르는 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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