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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팔이 소녀

산문팔이 소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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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88쪽 | 676g | 128*188*35mm
ISBN13 9788954617611
ISBN10 895461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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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초고 같은 건 없잖아. 처음부터 곧바로 집필 시작인 거지.” ---pp.61-62

“테레즈, 죽음은 직선의 과정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옳은 말이야, 오빠. 인생의 길이는 날아가는 속도에 좌우되거든.” ---p.77

탈리옹 출판사의 복도는 오직 유명한 3인칭 단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쓰는 1인칭 단수들로 늘 붐빈다. 그런 작가들은 비평가와 분장사들을 쫓아다니다가 펜이 시들고 잉크가 마른다. 그들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야 드디어 작가가 되는 것이고 후세에 남길 멋진 사진 앵글을 위해 얼굴을 4분의 3쯤 돌리는 게 습관이 되어 목 근육에 이상이 온다. 이런 작가들은 글 자체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작가로 대접받고 싶어서, 남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어서 글을 쓴다. ---p.155

"‘정체성’이라니 웬 속물주의? 당신은 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 ‘자신’이 된다는 건 체스 판에서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칸에 놓인 나이트가 되는 거야! 아니면 퀸이든 비숍이든, 그것도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폰이라도!” ---p.159

“기자는 적어도 진짜로 존재하는 거야, 씨팔. 기자는 진짜 현실에 몸을 담그고 있어, 게다가 기자는 현실을 위해 일한다고! 기자는 J. L. B. 행세 따위는 하지 않아.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불쌍한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편승해서 저질 스테레오타입이나 만들어내는 공장형 작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p.160

"그래, 한 번쯤은 경박하게 좀 바보같이 부정직한 사람이 되어보자. 흠잡을 데 없는 인생은 그만두자. 쿠드리에도 내가 너무 흠잡을 데 없다고 화내고 있잖아. 헌신과 숭고라는 피곤한 동네는 잠시 떠나자. 쥘리, 무슨 말인지 알겠어? 놀자, 좀 놀자. J. L. B. 놀이나 하자, 하필 손에 잡히는 놀이가 그거니까.” ---pp.183-184

루사와 말로센은 왜 그렇게 죽이 척척 맞았던 것일까? 아마 둘 다 책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들은 악한이 책을 읽고 착한 사람이 되는 일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이 책을 읽으면서 인류애의 환상에 빠지는 걸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그들은 책을 사랑했다. 그 환상을 위해 일하는 걸 좋아했다. ---p.313

나는 죽어가는 거예요. 내 세포 하나하나가 수십억 년의 진화를 거쳐 생성된 것이면 뭐 해요? 그 세포들도 죽어가고 있는데. 그 세포들은 이제 희망을 버리고 죽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세포 하나가 죽을 때마다 한 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거예요. 매번 1인칭이 하나씩 꺼지는 거죠. 매번 시 한 편이 사라지는 거라고요……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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