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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서울에서 여행하듯 살아보기
흔적 Since 1992 _ 신사동 가로수 길 카르멘의 서울 지도에 담긴 땅의 흔적 옥에 티인가, 티에 옥인가? _ 윤 빌딩 석촌 호수의 고마움 시간 여행 튜브 장소 킹콩건물에 대한 단상 불 꺼진 테헤란로 교보 빌딩과 광화문 옥탑방 사무실 남산에서의 맹세 인천공항 연가 집합 흑백 영화처럼 _ 계동 길 홍대 앞에 가면 봉은사와 아이파크 아파트 이화여대 캠퍼스 콤플렉스(ECC) 여의도 블루스 기호 서태지 건축 유감 급조된 이상 도시 청담동 스타일 빈티지 카페 여백의 건축 _ 안국동 한옥 진화된 맥도날드 상징 국회의사당의 돔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반환경적 광장을 기다리며 라스베이거스에 서울서울서울 호텔이 생긴다면 그 왕자와 그 공주의 사정 경동교회를 능가할 수 있는 교회를 기다리며 산은 산이 아니다 미학 폐허의 아름다움 _ 선유도 공원 한강의 다리들 청와대는 한국을 대표하는가? 한쪽만 바라보기 _ 국립중앙박물관 강박관념의 도시 광화문 이마 빌딩 기억 길어서 좋다 _ 종묘 정전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물이 무엇인가요? _ 환기미술관 내 마음을 나도 몰라 _ 종로타워 실패의 기억 _ 세운상가 국립민속박물관은 옳은가? 계절을 타는 건물들 _ 연세대학교 본관, 원서동 공간 사옥, 대학로 샘터 사옥 상상 김포공항 스타벅스 한강의 물 위를 달리는 기차 수직 방향 도시 공원 이방인들을 위한 도시 _ 고속버스터미널 Designed by 욕망 양배추 도시 22세기 서울 _ 5 suggestions for changing Seoul epilogue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짧은 가이드 덧. 서울, 어제 그리고 오늘 지도 _ 서울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 오기사의 친환경 건축개론 |
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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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서울로 돌아오며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서울에서의 생활을 '여행하듯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보통 일상과 여행으로 구분되는 삶의 모습은 일상을 칙칙하고 우울한, 다시 말하자면 언제든 도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폄하하게 했다. 그리고 여행은 구원을 의미했다. 그런 이분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일상을 탈출할 때 느끼는 희열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구원이라는 것이 오직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 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만 '잠시' 존재할 리는 없었다. 일상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건 일상이 여행처럼 매 순간 일탈과 느슨한 긴장의 연속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을 일상이지 않게 하는 것. 그건 삶 자체를 여행으로 인식하면 되는 일이었다. 현실적으로 일상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귀국 후 카페를 오가며 가벼운 프리랜서 생활을 하던 시절을 지나 당장 생계와 연관되는 '일'을 갖게 되고, 그것에 대한 책임감에 얽매이자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보겠다던 나의 다짐은 금세 잊혔다. 샐러리맨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덤으로 주말도 온전히 일했다. 나는 여유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의 삶에 순조롭게 적응하며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속도에 몸과 영혼을 맡겼다. 그리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 견고한 일상의 틀 가운데서 잠시 카페의 구석자리를 찾아가 노트북을 열어놓고 있거나 스케치북을 꺼냈던 순간들이 있었다. 서울이나 건축에 관한 이야기들을 지면에 소개하도록 허락해준 많은 매체들 덕분이었다. 아무리 일상이 빡빡하더라도 원고를 쓰기 위해 사무실을 벗어나 보면 짧은 시간이나마 서울을 느슨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글과 그림은 그런 시선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 첨가하고 정리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축과 도시 이야기는 마치 화학 교과서의 분자 구조에 관한 내용만큼이나 지루하고 심드렁하게 들릴 수 있다. (물론 분자 구조는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딱딱한 정보의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개인적인 많은 기억들을 덧붙여 서울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덕분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구체적이면서도 지엽적인 서울의 몇몇 장소들에 대한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들이 난무하고, 애정과 잔소리가 뒤섞여 있다. 서울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을 다룬 많은 책들은 이미 많이 존재한다. 다만 조금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도시적 시선을 공유하자는 의미로 나의 부족한 이야기들을 용감하게 내놓아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울을 알아야 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단지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책이 그런 행위들의 동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생각보다는 즐거운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마치 새로운 화학식을 찾아낸 과학자처럼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봄, 광화문에서 --- ‘작가의 말’ 중에서 |
도시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도시는
흔적과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그리고 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습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난 추억을 닮았다.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그림 그리는 건축가' 오영욱이 살고 걷고 숨 쉬며 사랑하는 도시 대한민국 서울의 건축과 지문, 도시와 사랑, 삶에 관한 이야기. 서울은 오기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지구 곳곳을 방랑하기를 즐겨 하는 그이지만 결국 다시 찾아오는 종착지는 늘 고향 서울이었다.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던 오기사가 이제 서울이라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이 책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섬세한 지문을 오기사 특유의 감성과 시선을 통해 8가지 키워드로 읽어 낸다. 부제 '흔적과 상상,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오기사는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젊은 도시 서울, 그리고 늘 살아 있는 도시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의 표정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자신의 건축 설계 사무실이 있는 신사동 가로수 길과 그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는 종묘 정전,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로 꼽는 환기미술관, 자주 가는 광화문을 비롯해 시끌벅적한 종로 거리, 청와대, 국회의사당, 서울 광장, 한강의 다리들, 고궁과 미술관, 일상적인 공간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건축'과 '도시'라는 프레임 속에서 새롭게 그려 냈다. 서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다소 불편한 진실에서부터 무분별한 도시 개발에 관한 건축가로서의 애정 어린 잔소리, 서울에서 살고 있는 도시인으로서 체험하는 삶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그려 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문양은 서울의 역사만큼이나 각양각색이고 다채롭다. 때론 느슨하게, 때론 엄격하게 그러나 사랑스럽게 말을 걸어오기에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서울! 지구 곳곳을 다 돌고도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고 말하는 건축가 오기사가 보는 도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이라는 도시와 연애 중인 오기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도시는 흔적과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그리고 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난 추억을 닮아 있다"고… 서울에서 여행하듯 살아보기 지금껏 서울에 관해 이토록 표정이 풍부한 책은 없었다! 다만 구원이라는 것이 오직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만 '잠시' 존재할 리는 없었다. 일상을 일상이지 않게 하는 것. 그건 삶 자체를 여행으로 인식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오기사가 건축가로서 내는 첫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건축가적 사유와 상상으로 풀어낸 글, 풍부하게 삽입된 카툰과 그림, 사진에서 오기사 특유의 쿨한 감성과 위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며,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바라보았던 서울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 있는 참신한 기회를 제공한다. 오기사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는 '종묘 정전'은 표지와 속지에 그려냈다. 또 강북에서 바라본 서울 지도, 잘못된 친환경 마인드를 꼬집는 오기사의 친환경 건축개론, 미래 서울의 모습을 제안한 5 suggestions for changing Seoul, 서울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사진,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가이드도 담았는데 오기사의 시선으로 건축한 서울의 모습은 이제껏 가보지 못했던 도시를 여행하는 것처럼 신선한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낯설지만 낯설지 않고, 새롭지 않으나 새로운 책이다. 서울이라는 익숙한 지명의 도시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상식과 통념을 내려놓고, 오기사의 친절한 가이드를 벗 삼아 여행하듯 서울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이 도시의 새로운 매력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된 당신 역시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라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