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초현실적이고 역사만큼 현실적인 ‘오즈’의 세계는 『반지의 제왕』의 ‘미들어스’와 윌리엄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처럼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올버니 타임스 유니언》
오즈는 에메랄드 시에서 오즈마들이 다스리는 나라였다. 모계 사회에서 아기 오즈마 티페타리우스를 대신해 아버지 파스토리우스가 섭정을 지낼 때, 기구를 타고 등장한 마법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다. 마법사는 노란 벽돌길을 만들어 군대를 강화하고 오즈 전 지역의 통합을 꾀했으며, 말하는 동물들을 노예로 전락시켰다. 오즈의 나라는 원래 이 동물들이 차별 없이 인간들과 어울려 지적 활동을 하는 자유로운 나라였는데, 엘파바는 마법사의 동물 학대에 대항하여 지하 운동을 벌이다가 마법사에게 서쪽 마녀로 몰려 도로시에 의해 암살당한다. (도로시는 마법사의 암살 명령을 받았으나, 사실 동생인 동쪽 마녀 네사로즈를 죽인 데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엘파바를 찾으러 간 것인데, 그녀에게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양동이의 물을 부었다가 그만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죽이게 된 것이다.) 마법사가 갑자기 떠나자 잠깐 글린다 부인이 황권 대행 수상으로 있다가 허수아비에게 자리를 내 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허수아비 정부는 사실 셸의 허수아비였음이 증명되고, 셸은 자신을 신의 대리자라고 하며 스스로 사도 황제가 되었다.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남동생인 셸은 지금 먼치킨랜드 자치주의 장인 트롭 가문의 후계자로서 먼치킨랜드를 병합하려고 획책 중이다. 모계로 이어지는 트롭 가문의 계승권이 자신에게 돌아오려면 엘파바의 아들이라고 소문 난 리르에게 딸이 있으면 안 된다. 셸은 완전한 권력 장악을 위해 지금 한때 엘파바가 갖고 있었고 마법사가 찾아 헤맸던, 지금은 리르가 갖고 있으리라 추정되는 마법책 『그리머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중이다.
야클은 도대체 숨이 넘어가지 않자 자신을 제발 좀 자신을 지하 토굴에 넣어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옛날부터 할망구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했다면서. 그렇게 토굴에 안치된 야클. 1년 후 다른 노수녀의 장례식을 치르러 들어갔다가 야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견습 수녀는 그 순간 훌쩍이는 소리에 번쩍 깨어난 야클 할망구 때문에 놀라 그 후 정신을 놓고는 그만 평생 주정뱅이가 되어 버렸다. 한편 수도원 밖에서는 체리스톤 사령관이 곧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여 오즈의 군대를 주둔하고는 농사일을 도와준답시고 거둬들인 곡식 대부분을 징발해 갔다.
그렇게 야클이 다시 깨어 돌아온 날이 바로 겁쟁이 사자 브르르가 야클을 면담하기 위해 세인트글린다 수도원을 찾아온 날이다. 법원 서기로서 중요한 탐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사자 브르르는 도대체 누구인가? 야클은 자신이 누구와 말하고 있는지 알기 전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브르르에게 먼저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으라고 독촉한다.
브르르의 심문으로 점차 야클의 정체가 밝혀지는 한편, 브르르의 삶도 한 꺼풀씩 벗겨져 드러난다. 대학도시 시즈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브르르는 ‘보는 눈’이라고들 부르는 수수께끼 같은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고는 작은 판화들을 거래하고 유한부인들에게 조언을 해 주면서 돈을 모았다. 동물 규제법(학계 속어로는 동물 ‘우대’ 운동)이 살아 있는 도시에서 브르르는 트라움에서 정부를 도운 대가로 마법사를 섬기는 동물로서 마법사의 관대함의 증표로서 공공생활을 영위했다. 처음에는 ‘겁쟁이 사자’라는 호칭에 담긴 비아냥을 감지하지 못했지만, 차츰 브르르가 당시 그 ‘실수’의 대가로 단단히 한몫 챙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위협을 느낀 부르르는 시즈를 도망쳐 길리킨 대삼림에서 사자, 곰 무리, 그리고 섹시한 뮬라마를 만나 잠시 정착을 꿈꾸지만, 그들 누구와도 융화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떠돌이가 된 브르르는 도로시와 동행하게 되는데, 자신과 똑같이 고아였던 도로시가 오즈에서 이방인인 게 확실한 데다 사자의 감추고 싶은 과거에는 관심 없고 자신을 현재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사자 나이로서는 중년에 접어든 때 브르르는 이렇게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마녀가 실험실의 어린 사자를 알아봤는지는 모르지만, 브르르는 도로시를 따라갔다가 그 유명한 ‘녹아 없어진 마녀’ 사건으로 인해 마녀의 배신자 혹은 마법사의 공모자 양쪽 모두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브르르는 먼치킨 오지를 돌아다니다가 마법사를 피해 피란 온 도시 동물들의 신탁 자금을 찾아주는 ‘개인 금융 협상 전문가’가 된다. 그러나 또 일이 꼬이면서 브르르는 ‘이적 및 교사 행위’로 법정에 선다. 셸 정부에서 첩보원인 애버릭은 면책을 주는 대가로 엘파바 및 리르와 모종의 관계를 가졌던 브르르에게 『그리머리』를 찾기 위한 정보원 자리를 제안한다. 그리하여 브르르는 마담 모리블부터 시작하여 야클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모든 관계에 지친 브르르는 시즈 대학에서부터 따라온 투명한 하얀 고양이 ‘그림자꼭두각시’에게만 애정을 갖는다. “고양이가 가르랑거리고, 브르르도 그르렁 목을 울려 응답해 주었다. 요즘 들어 나날의 가장 흐뭇한 순간이 둘이 함께 말없이 가르랑가르랑 소리를 내는 이 시간이다. 브르르가 손에 넣은 감정 중 동료애에 가장 근접한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난쟁이 대장이 끌고 온 타임 드래곤은 우스꽝스러운 인형극을 통해 그림자꼭두각시와 일리아노르라는 정체 모를 여인의 진면모가 밝혀진다.
브르르는 과연 자신의 일신을 위해 정부의 첩자로 살 것인가, 아니면 진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여 오즈 역사에서 진짜 자신의 역할을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