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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그랬어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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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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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04g | 140*195*20mm
ISBN13 9791188700370
ISBN10 118870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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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한량의 삶을 꿈꾸며 살았는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도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집안의 출신인 나에게 한량의 삶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안 그래도 뉴욕 생활에 적응한다고 정신없
이 바둥바둥 살고 있을 때라 부러움은 배가 되었다. 게다가 살이 찌면 찌는 대로 귀엽기까지 하니 뭔가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인간세계에서 마시멜로처럼 산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퍼질러 있어도, 원 없이 먹으며 살이 찔 대로 쪄도, 아무도 질타를 하지 않고 오히려 그 모습을 사랑스러워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인생은 아름다워, 우리가 고양이라면」 중에서

호화스러운 파티가 다 무슨 소용이랴. 빈 상자만 있다면 고양이에겐 그곳이 천국인 것을. 사실 나도 그렇다. 아무리 고가의 제품을 사고 멋진 곳에 간다고 해도 결국 행복은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고양이를 찾아다니면서 더 절실히 느꼈다.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고양이 탐색 작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니 말이다. 누군가에겐 부질없어 보일지 몰라도 요즘 나에겐 일상의 비타민과 같은 소확행이다. 다들 이런 소소한 행복 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 메기가 음료수 상자를 노리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엔 주인아저씨 몰래 빈 상자를 가져와 놀아줘야지. 나에게 고양이의 발견이라는 소소한 행복을 나누어 주었으니 나도 메기에게 답례를 해야겠다.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어」 중에서

십 년이 넘게 모국을 떠나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다. 누가 보면 마냥 신나 보이는 해외 생활이지만 그 이면에는 종잡을 수 없는 고독함이 자리 잡곤 한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쉽게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게 여간 어렵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릴리를 특별히 예뻐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뉴욕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곤 했으니까. 마음을 붙일 상대, 나를 필요로 하는 상대. 그런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햇살이 있다면 그리움을 견딜 수 있어」 중에서

사실 남편과 나도 그랬다. 고양이를 돌보면서부터 부쩍 사이가 좋아졌다. 집에 같이 있을 땐 고양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바쁘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도 서로 질세라 고양이가 얼마나 예쁜지찬사를 퍼부으니 말다툼을 할 틈이 없었다. 서로 떨어져 있을 때도 고양이 사진을 보내거나 고양이가 뭘 했는지 보고하는 게 대부분이니…. 부부가 아니라 마치 집사 두 명이 같이 사는 꼴이 된 것이다.
---「고양이가 기도할게. 오늘은 평화롭기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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