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고양이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 작가의 말 |
어른을 위한 동화가 있다.
동화처럼 이해하기 쉽고 재미나면서 주제가 명확한 - 그러나 문장은 어른스러운 이야기.
'꽃섬 고양이'는 분명 아동문고인데 어른이 읽어야 할 동화같다.
어른들이 망가뜨린 세상에서 힘없는 아이들과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지, 어른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꽃섬 고양이엔 단편 동화 4편이 실려 있다.
꽃섬의 길고양이와 노숙자 아저씨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꽃섬 고양이'.
입양과 파양을 겪었던 아이와 마음을 나눈 개의 이야기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재계발 지역에 홀로 남아, 큰아빠 집에 얹혀 살던 아이를 기다리는 개가 주인공인 '안녕, 백곰'.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섬에 버림받은 강아지가 세상을 향해 나가는 이야기 '장군이가 간다'.
4편 모두 동물이 등장한다.
동물과 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흔히 말하는 소외계층.
마음 둘 곳이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움과 막막함을 서로의 '존재' 하나로 위로받는 사람과 동물.
품종 좋고 보기에 번드르르한 외양을 갖춘 것이 아닌 - 볼품 없는 모양새가 같음에 금새 마음을 여는 것일까?
사회의 주류가 아닌 인간과 버려진 동물은 쉽게 친구가 된다.
키우던 애완 동물을 내버리는 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다.
갈 곳 없는 아이를 방치하는 것 역시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사회.
묻지마 폭행에 툭하면 칼부림이 벌어지는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생명있는 것에 대한 예의가 없는 세상의 결과물.
마음이 따뜻해진다기보다 미안함이 차오른다.
허구지만 분명한 현실.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차가운 현실을 용감하게 헤쳐나간다며 박수치고 싶다만.
그보단 부끄러움이 앞선다.
편하고 쉽게 읽으며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꽃섬 고양이.
어른도 함께 읽으면 참말로 좋겠구나.
길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4면
배고픈 건 참을 수 있는데, 난 아직도 주인이 왜 나를 두고 갔는지 모르겠어.
121면
매년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유기동물 급증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뿐더러, 유기된 개의 숫자만 3만 마리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중 '구조'된 동물들도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안락사'란 이름으로 살해되고, 구조되지 못한 동물들은 탈수나 기아, 교통사고 등으로 생을 마감한다(로드킬).
물론 최악은 산 채로 붙잡혀 '식용'으로 팔려가는 경우이다.
이런 죽음이 이 땅 도처에서 매일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여기가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인지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생태계 생지옥인지 괴로운 생각이 가득해진다.
한때는 '가족'같았던 '반려' 동물을 헌신짝보다 못하게 버린 후 휴가는 즐거우신지.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관리도 못하는 수준의, 나이 들고 병든 생명은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 당연한 이들이라면, 이들에게 반려동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에게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동물 '매매'가 합법인 이 나라에서, 그나마 존재하는 동물복지법(제 47조)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로 끝나는 나라에서,태평하게 유권자 눈치만 보면서 개개인의 혁명적 의식변화를 우아하게 희망한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매매를 금지하고 유기에 따른 파렴치한 범법행위가 벌금을 수반한 형사처벌로 법이 바뀌길 요구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내용이 또 얼마나 부끄럽고 슬프고 절망적일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동물농장 식의 선한 인간을 운 좋게 만나 "새 견생 혹은 묘생을 찾았어요!" 일화가, 수십만 중 한 마리의 구원 신화 스토리가 무슨 중대한 의미가 있을까하는 짜증 섞인 생각부터 먼저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러하지 않은가, 지나고 보니 힘 있는 자들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끈질긴 자들이 이기더라고.
얼마나 까마득한 미래에나 희망의 자투리가 보일까 미리 지치는 기분이 엄습하더라도 우리가 미래에 더 가깝다, 미래를 만드는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는 생각으로 끝없이 믿고 희망하고 요구하고 행동하는 수밖에!
끈질기게 지치지 말고 끝까지!
현실에서도 분명 희망의 일화가 있다. 독일 헌법에 동물권이 명시되었다. 대한민국에도 언젠가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다른 동물은 먹어치우는 존재들이 아니란 것을, 반려이고 동반자라는 것이 불가역적 사회문화로 자리매김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작가의 신작 동화집 [꽃섬 고양이]가 출간되었다.
꽃섬 고양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고양이와 개들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읽다보면 그에 못지않게, 노숙인, 도시 빈민, 입양 가족, 국제결혼가정(다문화가정) 등,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들이 진중하게 펼쳐진다.
탄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약자의 편이어야 하는 것이 아동문학이라면, 『꽃섬 고양이』는 사회적 강자가 시혜적인 태도로 약자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동등하게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그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동물들이 연대하는 모습은 오늘날 왜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비정한 사회 현실을 가감 없이 전하면서도 끝내 인간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김중미 작가의 시선과 목소리가 오늘날 더욱 미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