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녘 서(西)
2. 복숭아꽃 오얏꽃 핀 동산 3. 회화나무 위의 그림자 4. 서유당(書遊堂) 5. 아름다운 피리, 미적 6. 동녘 동(東) 7. 믿은 죄 8. 담장에 기댄 그림자 9. 쓸모 많은 고자질쟁이 10. 필사쟁이, 장이 11. 마음 시중 12. 봄밤의 이야기 연회 13. 해 기우는 서쪽 창 14. 낙심이 15. 책과 노니는 집 심사평 : 새로운 역사동화의 장을 열다 |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p78
문하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책과 노니는 집'은 역사적인 사실에 문학이 더해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역사와 관련 지은 어린이 문학 도서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이유였기 때문인 듯 하다.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다. 천주학 책을 베껴 썼다는 이유로 모진 매질을 당한 장이의 아버지는 결국 목숨을 잃는다. 그 이후 장이는 책방의 주인이자 장이의 아버지에게 일을 맡겼던 최서쾌와 생활을 하게 된다. 장이는 최서쾌의 심부름으로 기생들이 생활하는 도리원과 홍문관 교리집을 드나든다. 언문 소설을 즐겨 읽는 기생들과 필사한 책들이 장이의 손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보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도리원에서 일하는 작은 여자아이 낙심이와 장이가 나누는 대화, 장이가 홍교리집에 전해주려다 뺏긴 상아찌를 들고 겁박을 준 허궁제비, 장이를 괴롭힌 허궁제비를 혼쭐낸 도리원 청지기 등 '책과 노니는 집'에 나오는 장면들이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짧은 영상으로 나와도 손색없을 것 같은 책이다.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소설과 만나 책을 읽는 동안 은근한 긴장감이 돌았다. 책 심부름을 다니는 장이는 자신이 전한 책이 천주교와 관련된 내용을 필사한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주학을 믿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잡혀가는 모습을 보자 장이는 홍교리집에 급히 들어가 자신이 전달했던 책들을 찾아내 없애게끔 한다. 도리원의 기생들에게도 천주교 박해에 대한 여파가 미쳐 낙심이 생각에 도리원 안으로 몰래 들어가지만 도리원 청지기가 장이를 붙잡는다. 청지기의 도움으로 한양을 빠져나오게 된 장이는 필사 일을 하면서 지내다 최서쾌, 홍교리와 낙심이를 다시 만난다.
천주교 박해, 천주교 탄압이라는 글자만 보면 어렵게 느껴질 법한데 이를 소설로 만나니 무게감이 한껏 사라진다. 이야기는 술술 잘 읽히면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 역사 동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낙천적인 성격과 의지로 삶을 사는 장이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 같다. 아이들은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에게서 보이지 않는 힘을 얻곤 하니 말이다.